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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Oct 15. 2024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의 중편소설

1. 분량 :


A4용지 43페이지를 꽉 채우는 중편 분량의 소설이다.


2. 읽은 느낌과 인상 :


내용이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어서 한번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따라서 특정 단락은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봤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에도 완전히 파악은 안 된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공감을 하면서 읽는 편인데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다소 많았던 것이 이 소설의 이해가 어려웠던 주된 이유다. 다 읽고 난 뒤 전체적인 소감은 차갑고, 쓸쓸한 기분이다. 아마도 잘 모르겠지만 죽음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자주 표현되어서 그런 것 같다.


3.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장면 :


{마을 지하수는 뜨겁다. 그러나 온천은 아니다. 백구나 야에코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항상 그물을 감지하고, 사과나무와 같이 끊임없이 빨아들이며 살고 있다. 내 몸에서 여과되고 농축된 물은 야에코 몸으로 옮겨가 그녀의 나날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단락이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자극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단락이다.


{그들은 매일 실컷 먹고 마시는데도, 오히려 살아갈 힘을 잃어간다. 이제 그들에게는 누군가를 몰아붙여 숨통을 끊어놓은 터무니없는 힘조차 없다.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도, 살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건이, 야에코가 아버지를 잃었던 그날에 일어났던 일이 가슴속에서 아직도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30년에 이르는 그 긴 꼬리도 이제 곧 끊어질 것이다.} 죽지 않기 위해 산다는 것과 살기 위해 산다는 것이 그야말로 모순적인 표현이다. 그에 덧붙여 주인공이 보기에 과거 마을 사람들의 힘과 현재의 모습 또한 모순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4. 줄거리 :


주인공과 첫사랑 야에코와의 만남, 이별, 재회를 40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자세한 줄거리는 아래 일어난 사건의 순서를 토대로 정리가 필요하다.


5. 일어난 사건의 순서 :


봄 : 마을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고, 주인공의 첫사랑 야에코와 그의 가족 아버지, 어머니가 도망치는 상황이다. 마을의 개들이 짖는 모습과 하늘에 총을 쏘는 촌장의 모습에서 정신없는 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야에코 아버지의 죽음. 야에코와 야에코의 어머니를 발견한 주인공. 요란한 촌장집. 어딘가로 가려는 주인공, 막는 백구.


여름 : 무더위가 묘사된다. 아버지가 다쳐서 사과나무를 주인공이 돌봐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주인공 집은 어느새 가난해졌다.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 10년 전의 사건은 잊힌 듯 조용히 살아가는 야에코와 야에코의 어머니. 다시 찾아보기 힘든 생선 껍질 옷.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일을 하다가 야에코와 나눈 만남의 시간. 주인공과 야에코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가을 : 줄어든 마을사람. 늘어난 빈집. 백구의 죽음. 주인공은 첫사랑 야에코를 그리워하고 있다. 주인공은 어떤 만남도 만들지 못하지만 야에코는 남자를 만나고 아이도 키우며 일하고 있다. 야에코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야에코는 결국 마을을 떠났다. 냉소적인 아버지와 어머니.


겨울 : 추위의 시작. 무겁게 내리는 눈. 순차적으로 죽어버린 아버지와 어머니. 사과 재배를 그만둔 마을 주민들. 촌장도 고통과 광기로 상태가 좋지 않다. 주인공은 꼼짝하지 않고 봄을 기다린다. 법사도 죽어간다. 야에코가 돌아왔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 야에코에게 생선 껍질 옷을 입혀준다.


6.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축조하고 있는지 소설의 구조 파악 :

병풍을 배경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서로 딱 10년의 간격을 만들어 서사를 이끌고 있다. 이 소설에서 넘쳐나는 상징들 아버지, 개들(백구 포함), 법사, 야에코, 어머니(누구의 어머니?), 아버지(누구의 아버지?), 사과(사과꽃, 사과밭), 야에코의 어머니, 야에코의 아버지, 촌장, 법사, 생선 껍질 옷을 입는 아버지, 이후 생선 껍질 옷을 입는 주인공. 이후 야에코에게 생선 껍질 옷을 입히는 과정. 등이 알듯 말 듯 알기 어렵다.


7. 문장 혹은 문체의 특이한 특징 :


소설이지만, 장편의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산문 조각을 이어 붙인 것 같기도 하다. 소설 대부분의 문장이 마치 그림을 섬세하게 묘사듯이 서술하고 있다. 혹은 어떤 그림을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듯도 싶다. 몇 번을 다시 읽어보니 단락의 첫 문장만 읽어도 어느 정도 서사가 머리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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