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의 인권을 얘기한 러시아 문학의 백미
본 소설은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시아의 작가 솔제니친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주인공은 이반 슈호프 데니소비치.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그의 하루가 230여 페이지 (원고지 500매) 분량의 책 한 권으로 소설로 만들어졌다. 소설이지만 아마도 그 당시 보고, 듣고, 실제 겪은 일에 대해 문장으로 써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아주 구체적인 현실이 그려져 있다.
소설은 오전 다섯 시부터 시작된다. 강제수용소에서 기상 신호가 울린다. 소리의 표현, 강추위에 성에가 있는 배경, 간수의 기분을 상상해 보는 표현, 아직 어두운 밖의 모습, 아직 들리지 않는 소리와 들리는 소리,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주인공 슈호프의 움직임 등 처음부터 묘사가 기가 막히다. 이반 슈호프 데니소비치는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아침이 오는 것이 반갑지는 않은 것 같이 보인다. 그 슈호프의 모습이 마치 월요일이 아침이 반갑지 않은 지금 우리네 모습과 똑같아서 놀랍다.
슈호프는 제104 작업반. 반장, 부반장, 당직 간수, 그 외 간수들, 상관, 동료들이 몇 명씩 소개된다. 슈호프는 오늘 하루 어떻게 쉴 수 없을까 의무실에 들러 진단을 받고 체온을 측정해 보지만 37.3도 밖에 찍히지 않는다. 38도부터 작업 면제권이 주어진다. 별 수없이 방을 정돈하고 아껴둔 빵조각을 씹어먹으며 오늘 하루를 준비한다.
방한화를 신는 슈호프. 수용소에서는 이 신발마저도 귀하다. 슈호프는 신발이 없었던 시절 가죽을 구해 끈으로 묶어서 겨우 땅을 디디며 지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이 신발 하나마저 정말 소중하다.
잠깐의 짬이 나서 작업 전 대기하는 시간. 동료가 담배를 꺼내서 피운다. 이 부분의 심리 묘사가 또한 압권이다.
{같은 작업반인 체자리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것도 마도로스 파이프에 담은 것이 아니고 보통 궐련이었다. 그러니까 한 모금 얻어 피울 수도 있는 담배다. 그러나 슈호프는 염치없게 청을 하지는 않았다 체자리를 외면한 채로 슬그머니 그의 옆에 가서 섰다. 일부러 딴 데다 시선을 돌리고 전혀 무관심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체자리가 한 모금씩 빨아들일 때마다 불그스름한 빛을 띤 동그란 재가 점점 길어지고, 권련의 남은 부분이 그만큼 짧아지면서 파이프 끝을 향해 타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채자리는 무슨 상념에 잠겨 있는지, 이따금 생각난 듯이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진짜 괜찮은 부분이다. 슈호프는 결국 한 모금 얻어낸다. 무심한 듯 다가가서 결국 담배를 얻어내는 슈호프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양가적인 사이의 상황이 매우 균형적이다. 이 소설은 내내 슈호프의 양가적이며 역동적인 지혜를 보여준다. 배고플수록 음식을 맛있게 먹고, 아껴야 할수록 소중하고, 힘이 들 수록 움직이는 상황들이 반복된다.
그다음으로 좋은 부분은 점심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점심식사로는 귀리죽을 먹는다. 수용소에 오기 전에 집에서 키우던 말에게나 줬던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이다. 그 귀리죽이 수용소에서 아주 귀한 한 끼의 음식이다. 게다가 슈호프가 빈틈을 노려서 두 그릇을 뽑아내는 부분이 참으로 탁월하다.
{오늘은 약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남보다 먼저 그릇을 비우는 걸 부반장이 보고, 한 그릇 더 하시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슈호프는 그릇을 비웠다. 귀리죽을 먹고 나면 언제나 뱃속이 든든해진 느낌이 드는 법인데, 오늘은 처음부터 두 그릇을 먹게 되리라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 한 그릇만으로는 좀처럼 먹은 것 같지도 않았다. 슈호프는 솜옷 안주머니에서 흰 헝겊에 싼 빵 껍질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 딱딱한 빵 껍질로 그릇 밑바닥에 들러붙은 찌꺼기를 긁어냈다. 그릇 옆에 묻은 것도 깨끗이 긁었다. 껍질에 묻은 죽 찌꺼기를 혀끝으로 핥아먹은 다음, 또 한 번 그릇을 말끔히 닦아냈다. 죽그릇은 물에 씻은 것처럼 깨끗해졌다. 어느 정도 희뿌연 빛은 남아 있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결국 슈호프는 두 그릇째를 얻어낸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네 그릇에서 자기 것을 계속 신경 쓰는 부분과 먹는 것에 집중하다가 또 주변을 신경 쓰는 부분 묘사가 아주 절묘하고 탁월하다.
그리고 달을 바라보며 슈호프가 동료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모습과 같은 모순을 또 보여준다. 우리는 하루만 수만 번 살고 있음을 표현하며, 우리 하루를 되돌아보게 한다. 소설은 끝까지 역동적 모순으로 귀결된다. 500매 내내 그렇게 유지되는 소설이라는 것이 굉장하다.
우린 때때로 힘들 때 생각해야겠다.
슈호프처럼 살자.
슈호프 같은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