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취미인 음악감상을 좋아하는 고마리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살면서 경험하고, 구매해본 음향기기들을 순서대로 싹 다 리뷰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참고로, 음향기기에 대한 평가 등급은 아래와 같다.
A등급 – 탁월함 음질, 착용감, 마감 모두 뛰어남. 가격대비 만족도 매우 높고,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수준.
B등급 – 우수함 전반적으로 좋은 성능을 보여줌. 일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사용에 큰 지장은 없고, 가성비도 준수함.
C등급 – 보통 특별히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없음. 가격에 비해 성능이 무난하며, 특정 용도나 보조용으로 적합.
D등급 – 아쉬움 음질 또는 사용성 면에서 뚜렷한 단점이 있음. 같은 가격대에서 더 나은 제품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음.
필요에 따라 + 또는 - 기호를 붙여 등급 간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수 있다.
드라이버: 소리를 내는 유닛.
DAC: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키는 장치.
AMP: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
DAP: 간단하게 말하면 음질이 굉장히 좋은 MP3.
2025.05.21 - ifi go link max 추가
처음 써본 음향기기는 어릴 적 집 컴퓨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SWAN S3W SE랑,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서브우퍼(아마 주워온 것 같음)로 구성된 2.1채널 스피커 조합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그 스피커만 써봐서, 그게 좋은 소린지 나쁜 소린지 잘 몰랐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썼던 기억이 있다. 근데 지금은 여러 음향기기를 들어본 상태라, 돌이켜보면 당시 음질이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닌 것 같다. 내 기준으로는 딱 5만 원대 스피커 정도 음질이었다. 물론, 그때 스피커 케이블을 제대로 된 앰프가 아니라 데스크탑 3.5mm 단자에 연결해서 들었으니, 애초에 좋은 소리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소리 성향은 저음이 약간 비어 있고, 중·고음이 강조된 스타일이었다. 일반적인 풀레인지 스피커랑 비슷한 느낌이었고, 스피커 뒤쪽에 베이스 리플렉스 홀이 있긴 했지만 저음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래서 서브우퍼를 따로 구성하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인강용으로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의외로 꽤 기억에 남는 친구다. 처음으로 내 용돈으로 직접 산 음향기기이기도 하고, 삼성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오픈형 무선 이어폰이기도 하다. 버즈 라이브 디자인은 한눈에 봐도 팥처럼 생겼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에는 "콩팥이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근데 디자인과는 달리 착용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귀에 절묘하게 걸치는 느낌이라 오래 착용해도 큰 불편은 없었다. 처음 써보고 가장 놀랐던 건 노이즈캔슬링이었다. 오픈형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작동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베란다에서 시끄럽게 돌아가던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노캔을 켜고 음악을 틀자 거의 안 들릴 정도였다. 물론 음악을 끈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소리가 들어오긴 했지만, 오픈형치고는 정말 훌륭한 수준이었다. 실제로도 90Hz 구간에서 -23dB 정도 성능이 나온다고 한다. 음질도 착용만 잘 하면 꽤 괜찮았다. 내 기준에선 저음이 조금 과한 편이긴 한데,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었다. 묵직하고 단단한 저음에 공간감도 인상적이었다. 소리 성향을 조금 더 얘기하자면, 정착용 기준으로 저음이 많은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저음은 극저음이 아니라 일반적인 저음역대다. 극저음은 살짝 빠지는 편이고, 대신 저음이 많다. 5.5kHz 근처에 딥이 하나 있고 9kHz 부근에는 피크가 있어서, 착용이 잘못되면 중음이 빠진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착용 방식이 정말 중요한 이어폰이다.
이 친구는 “삼성은 음향기기 잘 못 만드는 거 아니야?”라는 내 편견을 깨준 무선 이어폰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샀는데, 막상 배송 받고 청음해보니까 "어? 이거 꽤 괜찮은데?" 싶은 순간이 있었다. 출시 당시 가격은 239,000원이었다. 무선 이어폰치고는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몇 달 뒤에 가격이 10만 원대로 떨어진 이후로는 메리트가 훨씬 커졌다. 비슷한 가격대의 이어폰이나, 약간 더 비싼 모델들과 비교해봐도 음질, 노이즈캔슬링, 통화품질 등 전반적인 성능 면에서 꽤 압도적이었다. 내가 실제로 사용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동축 드라이버(Coaxial driver)’를 무선 이어폰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트위터랑 미드레인지 유닛이 같은 축에 배치된 구조라 서로 다른 대역의 소리가 같은 방향에서 나와 음질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중3 때의 얘기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까지 감탄할 수준의 음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착용감도 애매했고, 치찰음도 꽤 심했다. 그러니까 고음이 좀 쏘는 느낌이 있었다. 결국 한 달 정도 쓰다가 방치했고, 1년쯤 지나서 중고로 팔아버렸다.
중학교 2학년 때 구매한, 제조사 주장으로는 가상 7.1채널이라는 게이밍 헤드셋이다. 실제로 뜯어보니 드라이버 유닛이 한쪽당 5개더라. 근데 7.1채널이려면 스피커 6개 + 서브우퍼 1개여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역대 최악의 착용감, 최악의 음질, 그리고 최고로 형편없는 드라이버 유닛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게이밍용으로 출시된 제품이지만, 차라리 다른 걸 사는 게 훨씬 낫다. 진심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산 인생 최초의 헤드폰이었다. 근데 아쉽게도 소리 성향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소니 특유의 저음 강조 + 답답한 느낌의 사운드였고, 올리브-웰티 타겟 측정 그래프를 봐도 그렇게 좋은 튜닝은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이건 글로 설명하긴 애매하니 직접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디자인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솔직히 좀 구리다. 다만 배터리는 정말 오래 갔던 걸로 기억한다. 내구성도 괜찮았다. 가랑비 정도는 무시하고 쓰고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헤드폰을 머리에 맞게 늘릴 때, 연결 부위가 딱딱딱딱 소리를 내면서 조절되는 구조였다. 단계별로 길이 조절이 가능해서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이건 확실히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 헤드폰의 하이라이트는 노이즈캔슬링이었다. 심지어 아래에서 설명할 후속작인 WH-1000XM5보다도 노캔 성능은 더 좋았다. 최대 -34dB 수준까지 가능하고, 이 정도 수치를 가진 무선 헤드폰은 지금도 몇 개 없다. 또 DSEE Extreme이라는 기능도 있었는데, 이건 음악을 AI 기반으로 업스케일링해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근데 솔직히 켜도 딱히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난한 성능의 무선 헤드폰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좀 충동적으로 산 이어폰이었다. 일단 착용감이 진짜 똥이다. 검색해서 크기랑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이건 사람이 귀에 넣으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다. 내가 귀가 작은 편도 아닌데, 이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위에서 말한 버즈 라이브도 드라이버 크기가 12mm인데, 이건 6mm짜리다. 드라이버는 반쯤 작은데, 실제 본체 크기는 훨씬 크다. 귀에 맞지를 않아서 자꾸 밖으로 삐져나오고, 결국 떨어질 것 같은 느낌만 계속 들었다. 소니 ㅗ. 근데 그 괴랄한 크기를 억지로 참고 청음해보면, 음질 자체는 꽤 좋았다.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사운드였다. 하지만 그 착용감은 진짜 용서가 안 됐다. 통화 품질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별로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거 끼고 어머니랑 통화했는데 “뭐라고?”만 반복했었다. 결국 이어폰 빼고 폰으로 통화했다. 노이즈캔슬링은 진짜 잘 됐다. 근데 오래 착용을 못 하니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착용감만 제대로 됐으면 A+ 등급도 줄 수 있었던 제품이다.
음질은 솔직히 기대 안 했고, 디자인이 Young하고 MZ 감성이라 그냥 감성으로 산 헤드폰이었다. 지금 다시 봐도 디자인은 꽤 잘 뽑은 편이다. 소니에서 나온 헤드폰/이어폰 중에 내가 유일하게 애정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일단 외형 디자인이 정말 미려하다. 10년 뒤에 봐도 촌스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착용감이 전작에 비해 확실히 좋아졌다. ‘소프트 핏 레더’ 이어패드가 적용됐는데, 이게 실제로 착용했을 때 확실히 편하다. 또한 마이크 수가 늘어나면서 주변 소리 듣기 기능 퀄리티가 꽤 올라갔다. 하지만 통화품질은 여전히 구리다. 이제 단점들 얘기해보면, 일단 드라이버 크기가 전작 40mm에서 30mm로 줄어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너프인데, 실제로 들어보면 의외로 음질 차이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살짝 좋아졌다는 느낌도 있었다. 길이 조절 방식도 변경됐다. 전작은 단계별로 딱딱 고정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단계 없이 부드럽게 조절되는 구조이다.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그리고 원가 절감. 친환경 강조하면서 패키지를 전부 재활용 종이로 만들었고, 헤드폰 본체 소재도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짜친다. 소리 성향은 여전히 소니다운 약간 답답한 스타일이다. 그래도 전작인 XM4보다는 조금 더 밝아진 느낌이 있었다. 해상력은 거의 차이 없다고 느꼈다. 이번에 후속작 WH-1000XM6이 나온다고 하는데, 사실상 접히는 기능 하나 추가된 거라 굳이 갈아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디자인도 XM5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크기가 작아졌다! 하지만 왜 샀는지 모르겠는 이어폰 중 하나이다. WF-1000XM5의 홍보 슬로건이 "이것은 작게 진화한 헤드폰"인데, 이 말이 이해가 갈 정도의 음질을 들려준다. 물론, 음질이 전작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진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전작은 무식한 크기와 부담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사용 자체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 문제가 해결되어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노이즈캔슬링 역시 매우 훌륭하다. 헤드폰인 WH-1000XM4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음질과 음색 면에서도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전작의 6mm 드라이버에서 8.4mm 다이나믹 드라이버 X로 바뀌면서, 기존의 답답한 소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이다. 특히 중·고음대가 확실히 밝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 크기가 상당히 작아졌다. 공식 기준으로는 25% 더 작고 20% 더 가벼워졌다고 하는데, 실제 착용해보면 확실히 체감이 된다. 다만 내 오른쪽 귀가 특이한 건지, 왼쪽은 편한데 오른쪽은 계속 불편해서 결국 방출하게 되었다. 이어팁도 개선되었다. ‘노이즈 아이솔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시되었고, 착용감에 꽤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자신의 귀에만 잘 맞는다면, 정말 괜찮은 제품이 될 수 있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삼성 무선 헤드폰이다. 정말 왜 샀는지 지금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AKG의 사운드를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었던 걸까… 구매 당시에는 할인해서 23만 원에 샀는데, 지금은 정가인 27만 원이다. 이 가격 기준으로 보면 가성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AKG 제품을 이 제품 하나밖에 안 들어봐서 단정 짓긴 어렵지만, 전체적인 소리 성향은 중고음이 강조된 타입이다. 저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고, 고음은 상당히 강해서 때때로 쏘는 느낌까지 난다. 고음 위주의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소리 성향과는 별개로, 해상력과 분리도는 꽤 준수한 편이다. 보컬이 앞으로 잘 나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헤드폰의 특징 중 하나는 USB-C 동글을 기본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동글을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연결하면 일반 블루투스가 아닌 별도의 전용 코덱을 통해 더 낮은 지연과 나은 음질을 제공한다. 하지만 함정은 이 동글이 L자 형태라는 점이다. 휴대폰에 케이스가 씌워져 있을 경우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애매한 제품이다.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추천하기엔 망설여지는 포지션이다.
드디어 유선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먼저 QoA Aviation부터 설명하자면, 이 제품은 인이어 이어폰이다. 흔히 무대에서 가수들이 귀에 끼고 있는 바로 그 형태이다. 솔직히 말해서 Aviation은 디자인이 예뻐서 샀다. 검색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소리 성향은 중·고음 위주의 이어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저음이 완전히 빠진 건 아니며, 소리가 날카롭거나 쏘는 느낌도 없다. 여성 보컬과 잘 어울리는 성향이다. 다만, 나쁘게 말하면 소리에 큰 매력이 없는 인이어라고 느껴졌다. 검색해보니 가격이 약 27만 원 정도인데, 지금 나에게 다시 이걸 사라고 하면 안 살 것 같다. 그다음은 iFi audio HIP DAC 2 GOLD EDITION이다. 이 제품은 DAC 겸 AMP이다. 스마트폰과 USB-C to C 케이블로 연결한 뒤, HIP DAC의 3.5mm 또는 4.4mm 단자에 이어폰을 꽂아서 사용하면 된다. 헤드폰도 연결 가능하긴 하겠지만, 출력이 아쉬울 수 있다. (“휴대폰에 3.5mm 단자 있으면 그냥 거기 꽂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으니 미리 설명해둔다.) 휴대폰에 내장된 DAC과 AMP는 품질도 낮고 출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고출력을 요구하는 이어폰을 연결하면, 소리가 맥이 없고 흐리멍텅하게 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걸 보완해주는 게 바로 HIP DAC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지만, 웬만한 이어폰은 충분히 울릴 수 있는 출력이 나오며, DAC 자체의 품질도 꽤 좋은 편이다. HIP DAC 2 GOLD EDITION에는 Burr-Brown DAC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 때문인지 소리가 꽤 ‘음악적’이다. 직접 들어보면 확실히 느껴질 것이다. 다만 이 제품에는 분명한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볼륨 조절이 단계별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볼륨 조절이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뜻인데, 이 방식은 특성상 노이즈 발생, 좌우 밸런스 차이, 소리 왜곡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QoA Aviation과 HIP DAC 조합으로 사용할 때 노이즈가 심해서 반품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이 단점만 제외한다면, HIP DAC 2 GOLD EDITION은 충분히 괜찮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워크맨이다. 사지 말았어야 할 제품이다. 이 제품은 쉽게 말하면 MP3의 고급형 버전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워크맨 본체에 이어폰만 꽂으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어서, 무려 1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괜히 샀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해상력이나 음질이 나쁘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도… 소리 성향 자체가 문제다. 소리가 너무 재미없다. 정말 아무런 개성도, 매력도 없다. 재미없는 소리 1등을 꼽으라면 이 제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어머니에게 이 워크맨과 QoA Aviation을 함께 연결해드리고 들어보시라고 했더니, “이걸 100만 원이나 주고 샀다고?”라며 욕을 먹었다. 하지만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니 별 타격은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소니와는 인연이 아닌 것 같다.
이 리뷰의 첫번째 A+ 등급 음향기기이다. 그만큼 단점이 없고, 전반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11번에서 설명한 워크맨의 소리를 듣다가 Gryphon의 소리를 들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더라. Gryphon은 10번에서 설명한 HIP DAC 2 GOLD EDITION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Gryphon은 그보다 훨씬 상위 기종이다. 볼륨 조절도 단순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되는 아날로그 볼륨 시스템을 사용해 노이즈나 좌우 밸런스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내부 부품 구성, 기능, 음질 -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이어폰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선 헤드폰까지 여유롭게 구동할 수 있는 충분한 출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쿠팡 기준 60만 원에 판매 중인데, 이 가격은 전혀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면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유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이 제품을 사용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광고 아니다.
이사하면서 넓은 방을 얻게 됐는데, 방이 너무 허전해서 스피커를 하나 두고 싶었다. 그래서 샀다. 디자인도 나름 내 취향에 맞았고. 먼저 A2+를 샀다. 책상 위에 적당히 거리 두고 올려놓고 들어봤다. …생각보다 별로였다. 저음이 벙벙거렸다. 소리가 명료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맨프로토 삼각대를 스피커 밑에 붙여서 공중에 띄우라”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샀다. 붙였다. 들어봤다. 오… 좀 나아졌다. 근데 저음이 벙벙거리는 건 없어졌는데, 그러다 보니 그냥 저음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하… 결국 서브우퍼를 알아봤다. 같은 회사에서 S8이라는 서브우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40만 원 주고 또 샀다. 바닥에 두고 대충 세팅하고 들어봤다. 흠… 그럭저럭 들을만해졌다. 이후 이 조합은 별 짓을 다 해봐도 결국 ‘그럭저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B등급이다.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음질은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나의 편견을 처음으로 깨준 제품이다. 현재 가격은 쿠팡 기준 약 70만 원이다. “그 돈이면 훨씬 더 좋은 유선 헤드폰을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무선이다. 선이 없다. 선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압도적인 편리함, 그리고 무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음질과 해상력이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든다. 음질은 상당히 훌륭하다. 예를 들어, 소니 WH-1000XM5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소리 성향도 매우 듣기 좋게 튜닝되어 있다. 어둡지 않고, 펀 사운드에 가깝다. 말 그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소리이다. 참고로, 노이즈캔슬링은 끄고 듣는 것을 추천한다. 켜면 소리가 무너진다. 착용감도 우수하다. 헤드폰 자체는 무게감이 있는 편이지만, 머리와 귀에 닿는 부분은 양가죽, 외부는 금속 소재로 마감되어 있어 장시간 착용해도 부담이 적다. 또한, USB-C to C 유선 연결도 지원해 데이터 손실 없이 고음질로 감상 가능하다. 단, 휴대폰에 연결하면 출력(볼륨)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노트북 혹은 AMP등에 연결을 권장한다. 이제 단점이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 노이즈캔슬링을 끄고 들어야 이 제품의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노이즈캔슬링을 켜면 저음이 뭉치고 양이 과해져서 밸런스가 무너진다. 둘째, Bluetooth 코덱 호환성 문제가 있다. 이 제품은 aptX Adaptive를 비롯해 여러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지만, 문제는 이를 제대로 지원하는 기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삼성과 애플은 aptX Adaptive를 지원하지 않는다. LG는 지원한다. 그래서 나도 LG 벨벳을 따로 구매했다. 단순히 "지원 안 된다" 수준이 아니라, aptX Adaptive나 유선 연결이 아니면 이 헤드폰의 성능을 제대로 뽑아낼 수 없다. 따라서, 이 제품을 제대로 쓰고 싶다면 aptX Adaptive를 지원하는 LG 스마트폰이나 DAP를 별도로 구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두 가지 단점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무선 헤드폰이라고 생각한다. 아, 참고로 이 제품의 후속작인 Px8 S2(2세대)가 최근 전파 인증을 통과했다고 한다. 곧 차세대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니, 굳이 지금 이 제품을 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소니의 8만 원대 엔트리급 무선 이어폰이다. 대전 복합터미널 일렉트로마트에서 충동적으로 한 번 사봤다 (이 글을 쓰면서 보니 충동구매가 거의 대부분 인것 같다). 디스코드 음성 채팅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마이크 품질이 너무 구려서 결국 중고로 팔았다. 사용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딱히 쓸 말도 별로 없다. 음질은 그냥 딱 5만 원대 무선 이어폰 수준이다. 맥아리 없고 답답하다.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다만 착용감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여기선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내 오른쪽 귀에 잘 맞는 무선 이어폰이 별로 없는데, 이건 유독 편하게 잘 맞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선 이어폰이 없으면 죽을 지경이 아닌 이상…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낫싱(Nothing)이라는 회사의 가성비 라인업, CMF Buds Pro 2이다. 이름만 보면 중국 회사 같지만, 실제로는 영국 회사이다. 이 무선 이어폰은 유튜버 기즈모가 광고를 하길래 구매해보았다. 현재 기준 쿠팡에서 79,000원에 판매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만족스러운 제품은 아니었다. 먼저 음질부터 보면, 예상대로 5만 원대 무선 이어폰 수준을 넘어서진 못했다. 소리 성향은 전 대역이 골고루 강조된 타입인데, 초고역대는 다소 쏘는 느낌이 있다. 이 이어폰의 가장 큰 특징은 저음에 꽤 집착한다는 점이다. 전용 앱에 들어가보면 Ultra Bass Technology 2.0과 Dirac Opteo™ 이라는 기능이 있다. 전자는 이름 그대로 저음을 미친 듯이 올려주는 기능이고, 후자도 마찬가지로 저음을 보정 및 강화하는 기능이다. 두 기능을 꺼도 저음이 많은 편인데, 둘 다 켜고 듣는 순간은 그야말로…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착용감은 아쉬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오른쪽 귀가 문제인데, 이 제품도 왼쪽은 편했지만 오른쪽은 5분도 착용 못 할 정도로 아팠다. 결국 또 중고로 팔았다ㅋ 다만 이어폰 자체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 잘 맞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편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어플은 꽤 칭찬할 만하다. UX/UI가 마치 애플이 만든 것처럼 미려하고 직관적이며, 사용 중 버그도 전혀 없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충전 케이스이다. (직접 검색해서 이미지를 보는 걸 추천한다.) 케이스에 다이얼이 달려 있는데, 이걸로 볼륨 조절, 곡 넘기기, 누르면 일시정지 같은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케이스 마감도 8만 원대 제품치고 꽤 괜찮다. 플라스틱 재질이긴 하지만, 손가락으로 쓸었을 때 부드럽게 느껴지는 촉감이며, 소니 헤드폰 이어컵 재질과 비슷한 느낌이다. 통화 품질은 의외로 괜찮았다. 이 이어폰을 끼고 디스코드 음성 채팅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인상이긴 하지만, 8만 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사기엔 살짝 아까운 감이 드는 제품이다.
디스코드 음성채팅용으로 쓸만한 제품을 찾고 또 찾다가 결국 정착하게 된 헤드셋이다. 역시나 대전 복합터미널 일렉트로마트에서 15만 원에 구매했다. 마침 할인 중이기도 했다. 제품 설명에는 “압도적인 사운드는 그대로, 편안함은 배로”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수리 부분의 쿠션이 너무 조악해서, 30분만 써도 머리 뼈 구조가 변형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착용감이 워낙 감점 요소라 원래는 B+ 등급을 줄까 했지만, 결국 B로 내렸다. 음질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기본적으로 이 제품에는 USB-A 동글이 함께 제공되며, 이를 PC나 PS5 등에 연결하면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의 음질은 그냥 10만 원대 무선 헤드폰 수준이다. 특별할 것 없는, 말 그대로 깡통 같은 소리다. 하지만, 12번에서 소개했던 iFi audio xDSD Gryphon 같은 고출력 앰프에 3.5mm 케이블로 유선 연결을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소리의 힘이 붙고, 부족했던 부분이 아주 약간 채워지는 느낌이다. 해상력도 훌륭하다. 다만 게이밍 헤드폰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고출력 앰프를 연결하더라도 대부분의 노래에서 — 적당한 볼륨으로 들었을 때 기준으로 — 저음역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IE 200을 듣다가 이걸 들으면, 저음의 부족함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이 점 때문에 5월 22일 기준 B등급에서 B-등급으로 내렸다.) 게이밍 헤드셋인 만큼, 마이크 품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 음질에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뛰어났다. 디스코드 음성채팅을 해봤을 때,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좋은 점이긴 한데, 너무 잘 들려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마이크가 입 바로 앞에 고정되는 구조라 그런지, 음질 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이 작용한 듯하다. 정리하자면, 조악한 착용감과 무선 사용 시의 음질을 제외하면 크게 깔 만한 부분은 없는 제품이다. 참고로 상위 모델인 INZONE H9에는 귀에 닿는 부분에 WH-1000XM5에 적용된 소프트 핏 레더가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이 글에서 문제 삼았던 정수리 쿠션 부분은 H9도 동일한 재질이라는 점이 아쉽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인이어 이어폰이다. 가격은 쿠팡 기준 12만 원. 젠하이저 치고는 꽤 저렴한 편이다. 현타를 느끼게 해준 인이어다. 솔직히 난 그다지 이어폰을 좋아하지 않았다. 착용감이나 음질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이어폰보단 헤드폰이 낫다고 생각해왔고, 이전에 들었던 QoA Aviation의 청음 경험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맥북에 연결해서 들어보니 (M1 칩셋부터는 고임피던스 3.5mm 출력을 지원한다) 내 70만 원짜리 Bowers & Wilkins Px8과 비교해도 음질에서 크게 밀리는 느낌이 없다. 초고역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오히려 더 나은 면도 있을 정도다. 12만 원과 70만 원. 거의 6배 차이다. 많은 현타를 느꼈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이어폰은 이어팁을 두 단계 깊이로 장착할 수 있다. 끝까지 밀어 넣으면 밀폐형, 반만 넣으면 오픈형이 된다. 밀폐 상태에선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극저음부터 저음의 양이 많아진다. 이어폰과 고막 사이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다만, 이 밀폐 상태의 소리는 톤 밸런스 면에서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렵다. 오픈형 상태에선 과하던 극저음과 저음이 적절히 줄어들며, 톤 밸런스가 훨씬 듣기 좋게 변한다. 다만, 오픈형이라는 건 공기가 통한다는 것이고, 그 말은 주변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는 뜻이다. 오픈 상태는 조용한 환경에서 듣는 걸 권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밀폐형으로 듣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밀폐형과 오픈형 그 중간 정도의 소리가 있었으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아쉽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젠하이저라는 브랜드치고는 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소리 성향이다. 내 기억 속 젠하이저 헤드폰은 꽤 플랫한 성향이었는데, IE 200은 극저음이 살짝 강조돼 있고 중고음은 적당하며 초고음은 살짝 올려져 있다. 심심한 듯하면서도 듣는 재미가 있다. 착용감은 지금까지 써본 이어폰 중 단연 최고다. 항상 착용이 불편했던 내 오른쪽 귀에도 IE 200은 상당히 편안했다. 무게도 매우 가볍고, 이어팁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귀에 거의 닿지 않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이어 입문기이자 종결기로 봐도 될 것 같다. IE 200의 상위 기종으로 IE 600이 있긴 한데, 흠… 굳이?
iFi의 중급기 꼬다리 DAC 겸 AMP다. 라인업 기준으로는 아래에 go link가 있고, 위로는 go bar, go bar Kensei가 있다. 이 제품은 9만 원대의 가격으로 입문용으로 꽤 괜찮은 위치에 있다. “Gryphon도 있는데 왜 이걸 또 샀냐?” 하면... 첫째, Gryphon은 본가에 있고, 둘째, Gryphon은 배터리 충전을 따로 해줘야 한다. 이게 은근히 번거롭다. 반면 go link max는 USB-C, A, 라이트닝 단자 중 아무거나 꽂기만 하면 비교적 높은 출력과 준수한 퀄리티의 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샀다. 제품을 받고 나서 18번에서 소개했던 IE200과 조합해 들어봤다. 맥북 기본 출력에 물렸을 땐 소리가 약간 비어 있고, 특색 없는 플랫한 느낌이었다. 맑긴 한데 재미가 없는, 그런 소리. 그런데 go link max로 바꾸니 그 비어 있던 소리들이 채워지면서 소리에 힘이 붙고 따뜻한 성향의 음색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듣기 좋은 소리다. 다만,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볼륨이 작게 나오는 문제를 해결한 2023년도 펌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려고 윈도우 노트북, 데스크탑, 맥북 등 여러 기기에 연결해봤는데, 전혀 인식이 안 됐다. 예전에 Gryphon 쓸 때는 이런 문제 없었는데 이상하다. 아마 2025년에 구매한 제품이라 이미 최신 펌웨어가 적용되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이 안 되니 찝찝하긴 하다. 이 점 때문에 A+를 줄까 하다가, A로 한 단계 낮췄다.
여기서부터는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좋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적은 거다.
맥북은 꽤 훌륭한 음향기기이다 - 이게 뭔 X소리냐고 묻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잠깐만 들어봐라. 맥북 에어를 제외한 맥북 프로 라인업 — 즉, 14인치와 16인치 모델에는 6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2쌍의 포스 캔슬링 우퍼와 트위터가 들어가 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노트북치고는 꽤 훌륭한 수준의 음질을 들려준다. 또한 M1 칩셋 이후의 맥북은 하이 임피던스 3.5mm 오디오 단자를 지원한다. 여기에 하나 함정이 있긴 한데, 그게 뭐냐면 연결된 기기의 저항이 150Ω 이상이어야 최대 3Vrms 출력을 낼 수 있다. 그 이하면 1Vrms다. 하지만 이걸 감안하더라도, 웬만한 저가형 꼬다리 DAC보다는 낫다. 게다가 연결된 기기의 임피던스를 인식해 가변 출력을 내주기 때문에, 어떤 기기를 연결하든 동일한 음량으로 설정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한컴오피스를 99,000원 주고 사야 한다는 건 도무지 용납이 안 된다. 이것만 아니면 지인들에게 맥북 사라고 자신 있게 권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현재는 뭘 쓰고 있나? - 얼마 전에 산 IE 200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에 적은 대부분의 음향기기들은 기숙사로 가져오기 좀 그래서, 현재 기숙사에는 Bowers & Wilkins Px8, 소니 INZONE H5, 젠하이저 IE 200 이렇게만 있다. INZONE H5는 뭐… 게임용이고, 음감할 때는 Px8과 IE 200 중 골라 듣는데 거의 대부분은 IE 200을 사용한다. 가끔 헤드폰이 그리울 때 Px8을 듣는다. Px8이 IE 200보다는 듣는 맛이 더 좋다. 음악적이고, 듣는 재미가 있다.
만약 당신이 음악감상을 취미로 시작하게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들 -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스스로 이 분야의 어떤 문제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다. 물론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쉽지 않겠지만, 하이파이 음악 감상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느새 나 자신이 열심히 정보를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정보를 찾을 땐 영디비라는 사이트를 추천한다. 내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을까 살짝 조심스럽긴 한데, 디시인사이드 헤드폰 갤러리에 질문글을 올려보면 의외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충동구매는 최대한 자제하자. 내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한 소비 중 하나가 소니 Walkman NW-ZX707이다. 중고로 파는 데 꽤 애먹었고, 사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처음부터 너무 비싼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살 필요는 없다. 가성비 모델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하이파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바로 소스(음원) - DAC/AMP - 이어폰/헤드폰이다. 음원: 휴대폰 환경이라면 어떤 어플을 써도 차이가 미미하니, 자신이 선호하는 앱을 쓰면 된다. 컴퓨터 환경이라면 Apple Music이나 TIDAL이 스트리밍 중에선 가장 고음질이다. 단, TIDAL은 가입도 복잡하고 음원도 적어서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대안으로 Spotify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DAC/AMP: 두 개를 따로 구성해도 좋지만, 초심자라면 iFi Go Link Max 같은 꼬다리로 가볍게 시작하는것을 추천한다. 이어폰/헤드폰: 내가 써본 것 중에서 가성비로는 IE 200을 추천한다. 10만 원대 유선 헤드폰은… 굳이 고르자면 HIFIMAN HE400SE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찾아보면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지만, 일부 유저들은 소리가 다소 난잡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음향기기 관련 유튜브 채널의 정보는 가급적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광고를 받은 제품 리뷰는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유튜브 채널의 리뷰를 믿고 지갑을 열었던 경험이 많은데, 그 결과로 나간 돈을 생각하면 셀 수 없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