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만 해서는 안 되는 교사

논어, 학교에 스며들다.(1-1)

by 최성조

공립 중등교사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임용고시라고 불리는 이 시험은 응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논술형 교육학 과목과 서술형 전공과목으로 구성된 1차 시험을 통과하고 수업 실연과 교직적성 심층면접의 2차 시험을 합격하면 공립 중등교사로 임용하게 된다.

2025년 1월, 전문직원으로 전직하기 전 국어 교사였던 까닭에 국어과 2차 수업 실연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였다. 평가위원이 되면 평가 당일 아침에 평가위원들이 모여 문항을 분석하고, 채점 기준에 따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협의를 거쳐 5명의 평가위원들이 한 조가 되어 예비교사의 수업을 평가한다.

그날 수업 실연 평가 문제는 비판적 읽기 단원으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100분 블록타임 수업 중 전개 부분 중 활동 1과 활동 2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수업을 구현하여 20분간 수업을 실연하는 것이었다.

나는 인천교육 가족이자 국어과 후배 교사를 선발할 들뜬 마음으로 수업 실연 평가에 참여하였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수험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첫 번째 예비교사는 듬직한 남자 예비교사였다. 교직에는 남자 교사의 비율이 적어 남자 예비교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된다. 물론 평가에는 그 응원의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다.

‘시작하세요’라는 진행위원의 말과 함께 수업 실연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서로 소통하며 도와가는 즐거운 국어 수업을 시작해 보아요”로 시작하는 밝은 분위기의 국어 수업이다.

‘음,,,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데, 초등학생을 대하는 분위기 같지만 뭐 나쁘지 않아!’ 수업은 계속 이어진다.

“자, 오늘의 단원을 다 같이 큰 소리로 읽어 볼까요? 네, 잘 읽어 주었어요.”

‘어라, 이건 뭐지? 이미 수업을 시작한 지 20여 분이 지난 상황인데, 단원명을 크게 읽는다고? 왜?’

“자, 다 같이 오늘 학습할 단원의 학습 목표를 읽어 볼까요?”

‘응? 학습 목표를 읽는다고?’

그렇게 수업 실연이 시작되고 내 표정은 자꾸만 굳어져 가고 고개는 자꾸 갸우뚱 거린다.

평가가 시작되기 전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담당 장학사님은 이렇게 말을 했었다.

‘수험생은 너무 쳐다보지도 말고, 그렇다고 전혀 안 보지도 말고, 웃지도 말고, 그렇다고 인상을 쓰지도 말아 주세요. 너무 쳐다봐도 민원이고 전혀 보지 않아도 민원이 들어옵니다. 웃으면 반응이 좋았는데 왜 떨어졌냐고 민원이 들어오고, 인상을 쓰면 인상을 쓰는 평가위원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민원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내 표정은 자꾸만 굳어간다.

첫 번째 활동이 시작되고, 모둠별로 활동을 지도하던 예비교사가 한 모둠에 서서 어려워하는 학생을 개별 지도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저스틴! 표정을 보니 뭐가 잘 안되나 보네요? 뭐가 어렵죠?”

‘저스틴?’ 최근 다문화 학생이 많은 상황을 반영하려나 보다. 내가 담임을 했던 다문화 학생들의 이름은 거의 다른 학생과 다름이 없는 이름이었는데, 하지만 ‘저스틴’이라는 이름은 수업 실연이 진행되면서 거의 모든 예비교사의 입에서 ‘제이슨’, ‘크리스티나’ 등 어색한 이름들이 호명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예비교사의 수업 실연이 끝이 났다.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다른 평가위원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진지하게 평가에 임하고 계셔서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일단 세 번째 예비교사의 수업까지 보고 난 뒤 평가위원 협의를 하기로 했으니, 세 명의 수업 실연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두 번째 예비교사가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왔다. 심호흡을 하고 수업 준비를 마쳤다. 심호흡까지 하며 긴장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면 평가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선배 교사로서 응원을 하게 된다. 부디 큰 실수 없이 잘 끝내기를, 본인이 하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펼쳐 보이기를,

두 번째 예비교사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즐겁고 행복한 국어 수업 시간이에요. 지난 시간에 오늘 무슨 수업을 한다고 했죠? 네, 맞아요. 비판적 읽기 단원에 대해 수업한다고 했죠?”

“자, 그러면 단원명을 큰소리로 다 함께 읽어 볼까요?”

그렇게 세 명의 예비교사의 수업 실연이 끝났다. 세 명의 예비교사는 하나같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수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시험지에 제공된 설명대로라면 수업은 이미 시작되어 단원명, 학습 목표에 대한 설명과 학생들에게 제공된 읽기 자료를 읽을 시간 10분까지 다 제공된 다음 활동을 안내하는 부분부터 진행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3명의 수험생은 모두 수업 실연이 시작되자 단원명을 따라 읽으라는 발화부터 학습 목표를 힘차게 따라 읽어 보자는 내용까지, 그리고 학습 수준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활동을 지도하는 모습까지 모두 같았다.

이것이 실제 수업이라 한다면, 수업이 시작되어 이미 15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선생님이 다시 인사를 하고, 단원명과 학습 목표, 심지어는 학습 자료를 읽는 시간까지 반복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실제 수업이라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우리 선생님이 갑자기 왜 저러시지? ‘선생님 그거 방금 했잖아요?’라고 소리를 쳤을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학습 목표를 따라 읽으라고 한다면 과연 따라 읽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일반적으로 한 평가실에서는 15명을 평가하는데, 다른 평가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3명의 수업 실연을 보고 평가위원들이 모두 모여 일명 ‘영점 조정’이라는 평가 협의를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3명의 예비교사가 했던 수업 방식이 다른 평가실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내가 장학사로 전직하기 위해 시험을 볼 때 선배들이 하나같이 강조했던 말이 떠올랐다. 문제를 정확히 보고 문제의 조건에 맞게 답을 써야 한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벗어나면 무조건 감점이다. 나 역시 교사일 때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다. 특히 서술형 평가에서 문제에 주어지는 <조건>은 채점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항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거듭했던 기억이 있다.

평가 협의가 끝나고 다시 평가가 시작되었다. 그날 내가 평가했던 15명의 예비교사 중 14명이 단원명을 따라 읽게 하고, 학습 목표를 따라 읽게 했다. 옆 평가실에서는 15명 중 13명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과연 왜 그럴까? 왜 하나같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무시하고 모두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까?

한 평가위원의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니깐요!”

임용고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1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량진에 있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합격하기 힘들고, 2차 수업 실연과 심층면접 역시 이를 준비해 주는 학원이 있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똑같은 내용을 배워 똑같이 수업 실연을 하고, 똑같이 면접을 보고...

내가 평가한 14명 모두에게 많은 감점을 주고 싶었지만, 모두 최하점수를 준다고 해도 선발 인원은 정해져 있고, 1차 점수에 2차 점수가 합산되기 때문에 그중에서는 합격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고 30명의 예비교사 중에서 제대로 수업 실연을 한 3명만 합격을 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 2차 수업 실연을 지도한 학원에서는 또 자신의 학원에서 수강한 몇 명의 예비교사가 합격을 했다고 광고를 할 것이고, 자신들의 지도방식이 정확하다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면 내년에도 또한 이런 수업 실연의 장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공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보편적인 학문을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로워지기 쉽다.”

교사도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교사는 배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다. 특히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창의력, 상상력,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학생들을 가르칠 예비교사가 학원에서 배운 내용만을 달달 외운 후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보여주는 모습에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물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는 불안할 것이고 1차 시험을 합격한 기회도 꼭 잡아야 하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자신이 왜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내가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사는 위대한 연출가이자 극작가이자 명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의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 대본을 짜고 수업을 연출하고 학생들 앞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교사의 모습을 보며 한편의 완벽한 연극을 봤을 때 느껴지는 감동을 학생들이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기보다는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우리 예비교사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아닌가 한다.

인천교육 가족을,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이끌 후배 교사를 선발하러 갔던 자리에서 씁씁함을 느끼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 후배 교사들이 이제 교사가 되어 다시금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교사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교사가 되고 싶은 절박한 심정에 나온 작은 실수일 뿐이라고 믿는다.

예비교사를 뽑는 중요한 자리에 함께 하면서 앞으로 2차 수업 실연 평가위원에 학생들도 참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평가위원은 교장·교감 선생님, 장학관과 장학사, 그리고 교사 등으로 골고루 구성된다. 이분들은 최소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 왔고 교과에 대해서는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학생도 한, 두 명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 어떨까 한다. 곧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해야 하는 예비교사이기에 그 수업을 받게 될 학생들이 학생의 시선에서 예비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평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어쩌면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과 함께 숨을 쉬며 함께 수업할 학생들이 가장 정확한 시선으로 예비교사를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는 학생들, 멋지지 않을까?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다양한 능력이나 자질조차도 교재를 암기한 내용으로 평가받고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읊어내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교단에 서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멋진 수업을 해 나가는 선생님, 우리는 이런 선생님이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