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탓 같아
35살 즈음되면 더 이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있더라도 쿨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아직도 모지리다.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이 있다. 모두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여행도 함께 가는 그런 사이다.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들도 하고, 개인적인 일들도 가끔 털어놓는다. 몰랐는데, 내가 생각보다 그들에게 많이 기대하고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이 나에게 큰 상처로 느껴졌겠지.
3달 전 즈음에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서 여름에 다 같이 물놀이를 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다들 신나 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가겠다고 얘기했고 대강의 날짜를 7월 26일~27일로 잡았다. 이 날 술자리에 친한 멤버인 민정, 은지가 없었기 때문에 확정 날짜를 잡을 수는 없었다. 나는 달력에 '직장동료 MT(예정)'이라고 적어 두었다.
술자리 이후 2달이 지난 어느 토요일, 친한 동료 중 한 명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우린 카페로 이동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MT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민정 씨가 말했다.
"진우 씨, 나는 8월 1일에 진짜 중요한 일정이 생겨서 이번에 가기로 한 MT 못 갈 것 같아. 못 가게 된 사유는 내가 나중에 따로 얘기할게!"
순간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달력에는 7월 26일~27일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순간 복잡해진 내 머릿속.
"민정 씨 때문에 날짜 바꿨는데 못 간다고 하면 어떡해~"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민정 씨가 7월 26일에 시간이 안 되어서 날짜가 8월 1일로 바뀐 것 같았다. 서운함이 밀려왔다. 날짜 조정할 때 나한테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으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때 민정 씨가 말했다.
"지수 씨! 지수 씨 이때 시간 돼? 시간 되면 나 대신 가면 어때?"
대신. 나는 분명 처음에 같이 MT 가는 멤버였는데 어느새 대신이 되어 있었다. 오버를 좀 보태면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아, 시간 되면 갈게요."
나는 시간 되면 갈게요라고 대답했다. 멍청이 같이. 아무도 나의 기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멍청하게 웃고만 있으니까. 그런데 표현할 수 없었다. 표현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소파에 앉으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실수한 게 있어서 밉보였나?
그럴 만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눈치가 없었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 MT를 가도 되는 게 맞는 걸까?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을 자지 못해 너무 괴로워서,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멤버에게 이야기를 해 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