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2000년대의 음악,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의 현재와 미래

by 고멘트

인디 슬리즈(Indie Sleaze)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패션, 음악을 비롯한 문화적 트렌드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클럽, 파티,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적나라한 노출, 난잡하고 지저분한 패션, 쾌락주의적인 일렉트로닉, 록 음악과 같은 자유분방하고 퇴폐적인(sleazy) 그 당시 특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일컫는다. 틱톡에서 Z세대 이용자들이 2000년대에 유행한 패션 스타일을 재현하는 움직임이 2021년부터 시작되었고, 그 시절의 모습들을 게시물로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indiesleaze 계정의 운영자 Olivia V와 2000년대 스타일의 재유행을 제일 먼저 예측한 트렌드 분석가 Mandy Lee에 의해 ‘Indie Sleaze’가 2000년대 문화와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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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인디 슬리즈의 대표 아이콘 The Libertines의 Pete Doherty, 영국 드라마 Skins의 Effy (출처: @indiesleaze/Skins Wiki)

최근 음악 시장에서도 2000년대의 인디 슬리즈 계열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생기는, 이른바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Indie Sleaze Revival)’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2022년에 스포티파이에서 만들어진 Indie Sleaze 플레이리스트의 팔로워 수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 사이의 기간에 급격하게 증가한 이후 2024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또한 2000년대의 음악이 SNS에서 바이럴되거나 음원 스트리밍 앱에서의 청취량이 증가한 사례도 다수 관찰되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06년에 발매된 일렉트로닉 인기곡인 Uffie의 ‘Pop the Glock’은 2022년 7월에 틱톡에서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재생수가 500만 회 이상으로 급증했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는 비중도 약 2배로 늘었다. 그 외에도 Knife의 "Heartbeats", Benny Benassi의 "Satisfaction", Mason과 Princess Superstar의 "Perfect (Exceeder)"와 같은 2000년대 일렉트로닉 곡들의 청취량이 틱톡에 의해 2022년 동안 증가했다. 이를 미루어볼 때, 대중음악의 주류로 도약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2000년대의 인디 슬리즈, 특히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a-href-https-open.spotify.com-playlist-37i9dqzf1dwvmfsstzwjmo-si-658bff7f8f4a4a43-target-_blank-rel-nofollow-noopener-noreferrer-indie-sleaze-a-.png 스포티파이 Indie Sleaze 플레이리스트 팔로워 통계 (출처 : chartmetric)

그렇다면 2000년대의 음악이 ‘인디 슬리즈’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음악적 특징은 무엇일까? 그리고 2020년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인디 슬리즈가 재해석, 재창조되고 있을까?




오늘날 인디 슬리즈로 통칭되는 2000년대 음악들은 일렉트로클래시, 댄스 펑크, 포스트 펑크·개러지 록 리바이벌, 뉴레이브(New Rave), 블로그하우스(Bloghaus), 얼터너티브 댄스 등 인디 록, 일렉트로닉에 기반하여 파생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장르와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하나의 단어로 묶일 수 있었던 공통적인 특징은 거칠고 로파이한 사운드, 그리고 120-140 BPM 정도의 춤을 추며 즐기기에 좋은 박자가 만들어내는 쾌락적인 에너지였다. 조악하고 공격적인 신스 사운드나 록 사운드, 과한 컴프레션, 다듬어지지 않거나 왜곡된 보컬 톤으로 구성된 음악은 클럽과 파티에서 당시의 젊은 세대들이 억압된 감정을 자유롭게 분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시기 일렉트로닉 장르에서는 Peaches, Miss Kittin, Fischerspooner와 같은 일렉트로클래시, Justice, Uffie, Crystal Castles 등의 블로그하우스 아티스트들이 유행을 이끌었다. 록 장르에서는 The Strokes, The Libertines, Yeah Yeah Yeahs와 같이 거칠면서도 경쾌한 사운드의 포스트 펑크·개러지 록 리바이벌 밴드, LCD Soundsystem, The Rapture와 같이 댄서블한 리듬이 강조되거나 전자음을 첨가한 댄스 펑크 밴드의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인디 슬리즈 특유의 퇴폐적이고 난잡한 파티 음악 정서는 보다 대중적인 사운드로 다듬어져 Kesha의 ‘Tik Tok’, Lady Gaga의 ‘Just Dance’와 같은 메인스트림 팝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Miss Kittin - Frank Sinatra
LCD Soundsystem -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틱톡과 같은 SNS 숏폼 콘텐츠의 유행, 리믹스 발매의 대중화, PC Music, 하이퍼팝 씬의 발전과 맞물려 빠른 BPM이나 sped up된 형태의 반복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쾌감을 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대중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난잡하고 왜곡된 사운드를 추구했던 일렉트로클래시, 블로그하우스와 같은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과도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일렉트로닉과 록 장르 사이에 걸쳐 있는 댄스 펑크 음악은 전통적인 인디 록, 얼터너티브 록, 팝 펑크 중심으로 생겼던 ‘밴드 붐’에도,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전자음을 선호하는 매니아층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차트메트릭에 따르면, Uffie와 같은 블로그하우스 계열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의 음악 스트리밍은 증가했지만, LCD Soundsystem과 같은 댄스 펑크 음악의 스트리밍 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 또는 Neo Sleaze로 분류되는 아티스트들은 록보다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축으로 음악 씬을 형성하고 있다. 2024년에 BRAT 신드롬을 일으켰던 Charli xcx와 뉴욕 일렉트로닉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The Dare 외에도 Frost Children, Snow Strippers, The Hellp 등의 아티스트들이 2000년대의 클럽, 파티 감성과 현대의 하이퍼팝, 디지코어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사운드를 결합하여 2000년대의 원류와는 또 다른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Effie, The Deep, kimj, NOWIMYOUNG, vangdale 등 사운드클라우드, 힙합엘이와 같은 인터넷 음악 커뮤니티 기반으로 성장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이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피치포크에서 신보 EP가 리뷰되며 주목을 받은 Effie는 EP [E]의 선공개 싱글 ‘down’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급상승하면서 리스너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일렉트로팝, 하이퍼팝 아티스트이다. 그런가 하면 정규 [KPOP B!TCH]를 발매하며 ‘anti-popstar’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일렉트로팝 아티스트 The Deep, 정규 [KOREAN], [KOREAN AMERICAN]을 비롯해 일렉트로닉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kimj도 본인이 경험한 2000년대 한국 음악과 문화에 대한 노스탤지어적인 정서를 다듬어지지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MY UNNIES라는 크루로도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의 Hypersleaze 씬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Charli xcx - 360
The Dare - Girls
Effie - down

이와 같이 2020년대의 아티스트가 2000년대 음악에서 영향을 받고 인디 슬리즈 계보를 이어가게 된 데에는 외부 환경의 영향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20년대의 사회는 2000년대와 비교했을 때 인디 슬리즈 문화가 만들어지고 확산된 배경과 유사한 부분을 갖고 있다. 우선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고, 쾌락을 좇으며, 욕구를 강하게 분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초래한 사회 분위기가 20년 전과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대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젠더 갈등의 격화 등 사람들의 행동과 가치관의 제약과 검열,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대규모로 겪은 시기다. 또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실업과 취업난을 경험하고, 언제든지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무력감이 전 세대를 지배하고 있다. 2000년대에 취업난과 경제 불황, 테러, 전쟁 등을 직면했던 사람들이 레이브 파티에 모였던 것처럼, 현재의 사람들도 억눌려 있던 감정들을 해소하고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왜곡되고 과장된 사운드를 통해 강렬한 쾌감을 주는 음악이나 공연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SNS의 고도화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 페스티벌 문화의 재활성화 또한 음악이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소비되고 확산되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2006-2012년에 음악이 공유되고 확산되었던 방식인 블로그하우스(Bloghaus)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그 때는 블로그에서 공유되거나 추천되어 인기를 얻은 음악이 클럽 공연이나 파티에서 플레이되고, 다시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방식으로 음악이 확산되었는데, 오늘날에는 블로그의 역할을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대신하고 있다. SNS에서의 취향, 경험 공유 문화가 파급력이 큰 영향도 있지만, 특히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우 사운드와 무대 연출 면에서 타 장르보다 즉각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기에 유리하다. 가디언 지에 따르면, 2024년에 틱톡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이 배경 음악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ElectronicMusic 태그가 달린 영상의 조회수가 130억 회를 넘었고, 처음으로 힙합, 인디/얼터너티브 음악 장르를 넘어선 수치로 보도되었다. 이처럼 앞으로 온라인-오프라인 환경에서의 상호 순환 구조가 발달할수록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로 분류되는 일렉트로닉 음악도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고 장르 씬이 확대될 가능성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은 단순한 ‘2000년대 회상’이 아닌, 2020년대의 문화적 욕망과 기술적 환경이 20년 전의 과거와 결합한 새로운 파생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쉽고 단순한 감정 해소와 분출 욕구, 그리고 숏폼 중심의 콘텐츠 소비 흐름이 지속되는 한,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은 적어도 5년 동안은 중기적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독 장르로 자리잡기 보다는 얼터너티브 댄스, 힙합, 하이퍼팝 등 다양한 장르에 결합되거나 활용된 형태로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Charli xcx, The Dare를 제외하면 씬 자체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Addison Rae, Shygirl 등 Charli xcx의 [BRAT]과 유사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아티스트가 UK Official 싱글 차트에서 중위권까지 오른 적이 있고, 해외의 Underscores나 앞서 언급한 국내의 Effie, The Deep, kimj 등의 아티스트도 일렉트로닉 음악 씬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언더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메인스트림 팝에서도 일렉트로닉 기반의 인디 슬리즈 음악이 활용될 잠재력이 있다. 또한 SNS 친화적이고 패션 등의 문화적 코드와 연결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콘텐츠적으로도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은 장르 씬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슷한 사운드나 구성이 지나치게 양산되지만 않는다면,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로 대중에게 새로운 취향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의 향방을 가를 핵심은 단순히 ‘과거를 얼마나 똑같이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과거를 어떻게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0년대의 인디 슬리즈는 단순한 사운드 복각이 아니라 SNS 환경, 알고리즘 중심의 소비 구조, 그리고 동시대의 정서적 결핍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이 흐름을 일시적인 트렌드로만 간주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고 확장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by 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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