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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사랑(3): 남자의 여성성, 여자의 여성성

남자는 선두인격으로 남성성을 가지고 있고 이면인격으로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여성성이 선두인격이고 남성성은 이면 인격이다. 인격의 성숙은 선두인격과 이면인격의 통합과 조화를 필요로 한다. 칼융은 바로 이 지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부부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며, 인격 성숙이 바로 부부관계 성숙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부부관계가 바로 성화와 인격 성숙의 과제와 목표를 설정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중년기 후반이 되어갈수록 진정한 성숙은 남자든 여자든 자기 안에 있는 여성성을 발견하고 여성성을 성숙시키는 데에 있다. 중년 후반 이후, 특히 갱년기 전후, 그리고 노년으로 갈수록 자기 안에 있는 여성성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것을 부부관계 안에서 성숙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100세 시대 심리학은 후기산업시대의 심리학과 다를 수밖에 없다.


남자의 여성성


남자가 여성성을 가장 탁월하게 발휘하는 경우는 바로 연애를 할 때이다. 사춘기, 청년기에 연애를 하고자 할 때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몸과 온 마음을 바쳐 헌신한다. 이때만큼은 남자도 자신 안에 여성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 그것이 여성성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고 있고, 평소에 하지 않던 백 가지의 일을 감당해 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가 이때만큼 순수하고 사랑이 넘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연애 중에 있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 안에 있는 모든 역량과 능력을 총동원하게 되면서, 평소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성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의 노예가 되어도 좋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것 같음, 사랑만 할 수 있다면 한 목숨 다 바쳐 헌신할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이때만큼 여성성이 만개하는 시기는 일평생에 걸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회적 체면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헌신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연애하는 주체가 되는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사랑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남자는 '사랑하는 자'의 위치에 여자는 '사랑받는 자'의 위치에 있다. 여자도 남자를 사랑하지만, 먼저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 여자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게 해 줄 남자를 사랑한다. 여자는 사랑받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결혼 전 여자는 연애를 하면서 남자로부터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들도록 남자는 사랑하는 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결혼 후에는 대개 남자는 연애할 때만큼 아내를 위해 헌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덜 받는다. 오히려 아내가 남편을 챙겨주는 모성성을 많이 발휘하게 된다. 이것을 여자로 하여금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랑받기 위해 결혼했는데, 가만히 보니 연애때와 다르게 아내가 남편을 모자라는 부분을 챙겨주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이해해 주고, 뭔가 잘못하면 덮어주는 등 사랑하는 자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 억울함의 감정이 누적된 채로 20~30년을 지낸다.

여자는 '내가 이러려고 결혼을 했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중년기 중반 이후부터 후반(갱년기)까지이다. 대체로 여자 나이 50세 전후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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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여성성


여자 나이 50이 되면,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여자는 결단한다. '내가 남편과 계속 이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판을 뒤집을 것인가?' 과거에는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여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갈수록 판을 뒤집고자 하는 여자가 많아지고 있다. 남편을 '사랑하는 자'의 위치를 포기하고, 이제 남편으로부터 '사랑받는 자'의 위치를 찾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아내는 더 이상 모성성을 사용하지 않고자 하며, 동시에 남성성도 내려놓고 싶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오랫동안 여성적 본성을 부인하고 자신을 인격화하였던 남성성마저도 내려놓고자 한다. 집안일을 아내가 희생적으로 혼자 도맡아 하던, 모성성과 남성성의 결합을 내려놓고 여성성을 찾고 싶은 여성적 본성을 작동시킨다.

공교롭게도 '여자는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여자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있는 여성성을 주된 인격의 자리에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차용해 온 모성성을 여성성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남편은 배우자를 구할 때 처음부터 '엄마 같은 여자'를 찾았다. 남자 역시 그것을 자신의 여성성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에게 자기가 원하는 여자로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여성성을 투사한다. 아내는 남편이 투사하는 대로 사는 것이 여자답게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아내는 모성성을 사용하면서 남편의 어머니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다가 나이 45세를 넘어가면서 부지불식간에 내면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것을 신호로 여자 안에서 속이 뒤집히기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 남편의 엄마 역할을 하는 중에 억울했던 사건들이 몸에 저장해 놓았던 사소한 기억들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그동안 남편에게 모성적 역할을 하느라 챙기지 못하고 억압해 온 여성성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뇌에 기록된 기억이 아니라 몸에 기록된 기억들이 감각을 뚫고 나와 억울함의 감정과 결합하여 연신 남편에게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로써 부부간에 새로운 형태의 인생의 의미가 시작된다. 그동안의 인생, 그동안의 부부관계가 달달한 것이었다면, 이제 더 이상 달달하지 않다. 오히려 부부관계의 쓴맛이 쓸개를 씹어대듯이 잘근잘근 씹히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지금까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스스로 속으며 살아온 것이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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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으로 만나는 부부관계


남편은 여성화 아내는 남성화

현실의 문제 및 내면의 문제를 서로 직면하지 못하는 부부는 중년기가 되면 보편적으로 남자는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된다. 서로 성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이는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기 때문에 여자가 남성성을 발휘하게 되고, 반대로 여자가 여성성을 잃었을 때 남자가 여성성을 과도하게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남자가 여성성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성화되면, 그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며, 짜증을 내거나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반면 여자가 남성성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성화되면, 그녀는 과도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남자를 통제하려 하며, 결국 지쳐버린다.

인간의 내면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강인함을, 여자는 연약함을 타고난다고 하지만, 이 두 요소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남자의 여성성이 헌신을 통해 발휘될 때, 그리고 여자의 여성성이 보호받을 때, 비로소 조화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이 글에서는 남자 안의 여성성과 여자 안의 여성성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남자의 헌신과 섬김으로 여성성 구현

남자의 여성성이 온전히 발휘될 때, 그것은 헌신과 돌봄의 형태로 나타난다. 남자가 자신의 여성성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면, 그는 타인을 돌보고, 관계 속에서 섬기는 법을 배운다. 이는 성숙의 과정이며,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 타인을 위한 존재로 성장하는 길이다. 남자가 짜증을 내거나 귀찮음을 느끼는 순간, 그의 여성성은 꼬이게 된다. 즉, 남자가 여성성을 건강하게 발휘하지 못할 때, 짜증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향해 헌신할 때, 그는 단순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 여성성은 here-and-now의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어떤 요구를 할 때 남편은 즉시 here-and-now의 감정으로 섬길 때 자신의 여성성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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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보호받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성성

여성성은 본래 연약함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때때로 여성들에게 강해질 것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남성성을 키우게 된다. 특히 중년이 되면서 남성적 기질을 갖게 되는 여성들이 많다. 이는 오랜 시간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여성성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부터 섬김과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본래 자리에서 머무를 수 있다. 남자가 남자로서 헌신할 때, 여자는 더 이상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녀는 약함을 통해 강함을 얻고, 남자는 그녀의 약함을 감당함으로써 진정한 남성성을 완성한다.

남편은 아내를 섬기고 헌신함으로써 성숙해지고, 여자는 보호받음으로써 연약해 짐으로써 자기 본성을 회복한다. 이것은 결코 생소한 것이 아니다. 결혼 전, 연애시절에 이미 다 해 본 것이다. 연애할 때는, 남자가 어떻게든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헌신하였지만, 중년 이후에는 각자의 성숙과 서로의 관계 발달을 위해 섬기고 헌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역할 분밴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이며, 각자의 본질과 본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진: https://www.pexel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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