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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함과 뿌듯함

치유가 일어날 때

어떤 내담자에게 일어난 치유


어떤 내담자는 상담이 2년 정도 진행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였다.


"나의 유아기부터 유래된 심리적 결핍이 메워지면서 내 안에는 어느 순간부터 뿌듯함이 느껴졌고, 그 뿌듯함이 느껴진 이후부터 전이의 문제가 예전의 70% 수준으로 해결되었습니다. 분석 중에 나의 영적 전이의 문제가 바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전이 문제는 4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이 40%를 어떻게 해결하죠? "



짜릿함에서 뿌듯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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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뿌듯함을 느꼈다는 것은 치료과정의 중요한 지표가 될 만하다. 그녀가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 또한 치료가 무의식의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삶의 모든 문제의 뿌리가 되는 유아기의 관계(엄마와 나)를 새롭게 수정하게 된 것이다.

아기는 엄마의 젖을 먹으면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짜릿함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젖을 한 번씩 빨 때마다 짜릿함을 느끼지만, 이 짜릿함이 유아의 삶이 되고 몸적 자기의 요소로 흡수되기 위해서는 뿌듯함이 있어야 한다. 뿌듯함은 어디서 오나? 그것은 바로 유아가 젖을 빠는 행위에 대해 엄마가 칭찬해 주고 찬사를 보내고 박수 쳐 주고 잘하고 있다고 인정해 주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꼭 젖을 먹는 행위뿐 아니라,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존재상승욕구를 가지고 태어날 때 입력된 성장 프로그램을 몸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유아가 첫 3개월 동안 누워만 있다가 어느 순간 몸을 뒤집는다. 얼마 후에는 윗몸을 벌떡 일으키며 앉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아기는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아이가 다음 발달단계의 동작을 하면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 짜릿함이 몸으로, 정서적으로, 인격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엄마의 확인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칭찬과 공감과 인정이다. 아이가 새로운 동작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올리며 기뻐해 줘야 한다.


만일 아이가 존재상승욕구로 다음의 발달동작을 실행했는데, 우울증에 빠져 있는 엄마가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감동도 느낌도 없이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고 차자. 그때 아이는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나?" "내가 뭔가 문제를 일으킨 건가?"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과 부적절함을 느끼게 되면서 몸에서 나오는 공격성이 깨져 버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가 자신의 발달 동작을 실행할 때, 아이 자신이 느끼는 '짜릿함'이 반드시 엄마의 칭찬과 공감과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뿌듯함'을 느껴야 완결된다. 그렇게 새로운 동작이 발달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 자신감을 가지고 몸의 감각을 극대화하게 될 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동작을 실행할 준비를 기쁜 마음을 하게 된다.



중독


아이의 '짜릿함'이 엄마의 공감과 칭찬에 의해 '뿌듯함'으로 완결되지 못하면, 그 '짜릿함'은 몸속에 묻혀 버린다. 이렇게 '짜릿함'이 몸 안에 묻혀 버리면, 완결되지 않은 짜릿함의 경험을 끄집어내어서 자신의 '살아있음', 또는 '생생함'을 느끼고자 한다. 그렇지만 짜릿함을 몸에서 끄집어내어도, 뿌듯함으로 완결될 수 없기 때문에 끝없이 '짜릿함'만 추구하다가 그 자체에 중독으로 빠져든다. 현실감각이 부족한 어떤 청년은 삶 속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자위행위'밖에 없어, 하루에 5~6번의 자위를 실행한다고 한다. 자위 중독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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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술중독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왜 술을 끊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 "소주 석 잔이 들어갈 때쯤이면, 술이 목구멍으로 딱 넘어갈 때, '짜릿함'을 느끼거든요."라고 답변했다. 어떤 도박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면 재산을 날리는 줄 뻔히 알면서 왜 끊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제가 99번 잃어도 100번째 어쩌다 한번 따기라도 하면, 그때 기분이 '짜릿하거든요."라는 답변을 남겼다.

짜릿함을 뿌듯함으로 완결 짓지 못하면, 끊임없이 짜릿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중독에 빠지게 되지만, 그 짜릿함은 어디를 가도 '뿌듯함'으로 완결 지을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중독에 빠져들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짜릿함'은 중독으로 남게 되면서, '뿌듯함'을 잦고자 함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뿌듯함'을 채워줄 수 있는 대상은 어린 시절의 어머니 외에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는 분석 상황이 2년째 진행이 되면서, 자기 이해와 자각이 일어나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머지 40%의 치료 : 여성성을 통한 self의 발달


나머지 40% 치료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머지 40%는 분석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가정 안에서 현실의 관계를 준거점으로 해서 자신을 늘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자신의 집단적 사고를 분화시키며, 여성성을 발달시켜야 하는 과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해결되어 갈 것입니다. 그 결과 자신의 셀프가 다른 차원으로 발달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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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동안 집단적 사고에 젖어 모성성을 너무 많이 사용함으로써 여성성을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성의 일생의 과제는 '여성성'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여성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평생 모성성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여성이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모성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별화시킴으로써 여성성을 발견하고 여성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발견은 중년기 후반 이후 남편과의 관계에서 겨우 발견될 뿐이다. 그녀의 남은 40% 치료는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분화시켜 나갈 수 있느냐 라는 거다. 이것은 남편과의 갈등을 통해 모성성이 해소되면서 여성성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2000년 이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65~70세일 때는 굳이 여성성을 발견을 위해 부부갈등까지 겪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만 더 살면 죽으니까. 그렇지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대개 50대에 그런 갈등을 부부간에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이제 겨우 인생 절반을 산 시점이기 때문에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여성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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