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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같은 기업문화] 회사-직원 염색체가 같아야 햄볶!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요. 그리고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나요.

https://bit.ly/3JSjkcg



[단비같은 기업문화 시리즈 1편]



X-Y이론(염색체 아님)이라는 것이 있다.

먼저 이것을 살펴보자.



내 언어로 정리해보았다.



X이론이 바탕인 X형 회사의 인적자원관리는 이렇다.


1) 재들 다 일하기 싫어해. 어떻게든 놀 궁리만 하는 거 모를까 봐?

2) 재네 별 욕심 없어. 그냥 가늘고 길게 쭉 가기 원하지.

3) 이런 애들 데리고 성과 내려면 빡세게 통제하고 굴려야 해

4) 책임 있는 일은 못하니까 시키는 일만 해야지 뭐.



Y이론이 바탕인 Y형 회사의 인적자원관리는 이렇다.


1) 놀이를 일처럼, 일을 놀이처럼? 가능하지.

2) 어려운 의사결정능력? 정보만 똑같이 주어진다면 직원들도 ITZY.

3) 목표 달성을 위해 알아서 조절하며 일할 거니까 믿어줘야 해.

4) 책임감은 이미 스스로 가지고 있는걸 뭐.



1960년대,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회사 직원들을 X형으로 간주하고 있던 시절, 맥그리거는 Y이론이 옳다고 믿었다. 기업의 역사, 인류의 역사는 Y이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왔다고 나 또한 믿는다. X이론이 옳았다면 구글로 상징되는 창의성 뿜뿜하는 기업들은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회사 중 최고의 Y형 회사


합류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단비는 내가 지금까지 겪은 회사 중에는 가장 Y형 이론에 근거한 회사다.






되게 재미난던 + 인상 깊었던 씬 몇 개.



1. "그거 도니한테 알림 가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요."


- 출근 첫날이었다. 단비는 알밤이라는 근태관리 앱을 쓴다. 사무실엔 블루투스 장치가 있고 그 근처에서 앱을 켜서 출퇴근을 누르는 식이다. 그걸 어떻게 하는지 설명 듣고 앱을 깔고 있는데 우솝이 도니에게 말했다.


"그런데 도니, 출근 버튼 누르면 도니에게 알람 가는 거 안 좋은 것 같아요."


직원들이 출근 버튼을 누르면 ㅇㅇㅇ사원이 출근했다는 알람이 도니에게 간다. 그것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로 우솝은 사회초년생이고, 도니는 CTO이자 공동창업자이다.


채용공고와 면접을 통해 단비는 수평조직을 추구한다고 안내받기는 했지만, 좀 놀랐다. 회사의 역학관계상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근태관리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20대 신입사원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feat.90년대생이 온다 / 오오 위대하다 90년대생이여) 더 놀라운 것은 도니가 '바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요? 알았어요."


보통의 회사에 있는

내가 너보다 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라면

: 뭔가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따지고+일장 연설+훈계 류의 종합선물세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 없이 즉시 그 의견을 수용해주는 모습이 신박했다. 애초에 도니에겐 그렇게 받아들이는 회로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직원이 불편하다니까 뭐.' 이런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알람 오고 말고 하는 것. 참 비본질적인 것이. 업무력/생산성과 상관관계는 전무하다.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고 피드백이 오가는 단비의 공기가 참 좋았다.



2. 지각하면 칼커피


말 그대로다. 지각하면 칼같이 커피를 쏜다. 그걸로 끝난다. 그렇다고 지각을 권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지각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참사는 지각으로 인해 발생하기보다, 출근했는데 깜빡하고 출근 버튼을 안 눌렀을 때 발생한다. 그렇게 누군가 실수로 지각하면 사무실에 유쾌한 기운이(!!) 감돈다. 다들 즐거워한다. (봐주고 그런 것 없다. 한참 일찍 출근했다가 깜빡하고 1분 늦게 누른 대표도 짤없다.)


취지는, 지각했을 때 눈치주고-받지 말자는 것이다. 모든 직장인이여 알지 않는가. 아침 지하철과 버스 타이밍 한 번 놓친 죄로 식은땀을 흘리며 헐레벌떡 뛰어온 탓에 오전의 기력을 다 소모한 상태에서 회사에 도착한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인간 집중력의 골든타임은 오전이라 업무효율이 그때 가장 높은데 그걸 싸그리 날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느니 그냥 유쾌하고 깔끔하게 점심 커피 한 번 쏘고 끝나는 것이다.


(아참, 지각자가 없는 날 커피를 먹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땐 가끔 룰렛을 돌린다. 룰렛을 돌릴 때의 분위기 또한 매우 유쾌하다.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무한도전 느낌 솔솔 나고 그렇다. ㅎㅎ)



3. 카톡방이 늘지 않아!: 슬랙을 슬랙답게


입사로 인한 카톡방이 늘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점심 먹고 한 명이 카드 긁은 후 더치페이를 위한 [카톡으로 돈 보내기]가 아니었으면, 카톡이 오갈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하면: 슬랙을 슬랙답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경험해본 자는 이 고통을 잘 알 것이다. 슬랙을 슬랙답게 쓰지 못하면 슬랙도 써야 하고 카톡방도 써야 한다(?????) 어쩌면 그걸 생성하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려나? 하지만 누군가 (당연한 사람이 생성하여 그 방에 들어오게 된 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일 것이다.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슬랙을 없애지 하는 심정일 것.


단비에서는 슬랙을 끄는 순간 업무에서 분리되어 정비/충전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단비의 [그라운드룰]에 의거하여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을 건전지로 보는 시각, 소모품으로 보는 시각이라면 이런 룰이 나올 수 없다. 사람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고 쉬고 재충전해야 하는 존재이며, 그럴 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는 세계관. 그러니까 Y형 세계관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룰이다. 지속가능하게 일하려면, 존재를 잃어가지 않으며 일하려면 이렇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늘어지게 야근하는 것을 지'양'하며, 몸을 태울 정도로 지속가능성을 잃어가며 일할라치면 '그러지 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실화냐)







도대체 왜 때문에 어떻게???????


이런 알흠다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인 걸까. 일단 기본적으로 자리에 앉아만 있는다고 일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요식행위인지 정말로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말로'라고 표현한 것은, '말만' 그렇게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말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평가는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한다.


입사 첫 주에 멤버들과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했다. 공동창업자 3인과도 인터뷰했고 역시 기업문화의 씨앗은 창업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간단히 명/암으로 분류하여 말하자면


 - 단비는 LG CNS에서 사내벤처로 분사한 기업이다. LG CNS는 SI(*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는 SW(*소프트웨어)회사이다. 대리가 느끼는 리스크가 진짜 리스크라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태생이 그러하고 그 바탕하에 단비가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창업자 세분 캐릭터 자체가 워낙 Y형 인간이다. (자잘한 에피소드가 많지만 나중에 차차 풀겠다. ㅎㅎ)


 -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수직적 조직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 예를 들어 일을 하는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다른 것 -> 그래서 실무자는 부담만 지는 것 -> 그런 불합리한 부담을 피하고 고과를 위하여(적셔!) -> 해야 할 일 못하거나 or 할 수 있는데 안 되는 일 생기는 것이 싫었던 경험.


이런 경험치 하에, 밝은 부분은 키우고 어두운 부분은 줄이는 고민을 경영진이 처음부터 해왔다고 느낀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단비인 것. 생각해보면 직원 입장에서는 정말 다니기 끔찍한 회사일 수도 있었다. 한끗만 달라져도 사장님이 셋인 평행세계의 단비를 상상할 수 있다. (차라리 큰 조직이면 모를까 스타트업이라면 오래 다닐 수 없는 회사다.) 반끗만(?) 달라져도 대표이사님, 기술이사님, 영업이사님 세분을 '모셔야' 하는 일이 기본값인 회사다. 이러나저러나 소규모 스타트업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하다.


난감하고 난감하여 정착/이직률이 우주를 뚫을 수 있는 이 난제를, 뻥카 아닌 레알 수평적 문화로 풀어냈다고, 직원으로서 MSG안치고 말할 수 있다. (짝짝짝)






그렇지만 단비는 천국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진짜 힘들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이냐면, "모든 사람이 Y형 인간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는 것이다. 한 개인의 서사에서도 X형 인간이었다가 Y형 인간으로,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주체적으로 역동적으로 살던 사람이 '아몰랑 그냥 시키는 일만 할래 생각하기 시렁.' 이렇게 퇴보할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성립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단비가 Y형 회사인 것이, 주어지는 자유와 권한 - 그에 따른 책임이, 미친듯이 맞지 않아 괴로울 수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이 지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 원래 이 글은 순전히 기업문화만 소개할 목적이었는데 마침 채용 중이기 때문에 - 단비에 합류해서 함께 일하는 걸 상상해봐도 좋겠다.

우리 지금 개발자 뽑는다. (뜻밖의 채용안내)



https://www.rocketpunch.com/companies/danbeeinc/jobs





결론

: 당신이 X형 인간이라면 X형 회사를, Y형 인간이라면 Y형 회사를 다니는 것이 행복하리라는 것. 찬찬히 차 한잔 우려 앞에 놓고 현재의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보기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고출력을 낼 수 있는 법이다. 자신의 염색체와 조직의 염색체가 같지 않아 괴롭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지 태도를 정해야 한다.


부디 몸에 맞는 옷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https://bit.ly/3JSjk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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