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다

얻은 것들

by 고니라이프

2007년부터 시작한 개발자 생활(정확히 2007년에 시작할 때는 개발자가 아니었다.)을 얼마 전에 그만두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이긴한데 솔직히 지금까지도 잘한 것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매 달 나가는 대출원리금, 월세, 그리고 모아둔 돈은 없고 압박이 꽤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밖에 그럼에도 얻은 것들이 있어서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건강

제일 큰 이득이 아닐까 싶다.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는 2년 가까이 다니고 있었다. 비포괄로 돌아가는 회사였고 그렇기에 기본 연봉이 그렇게까지는 높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계형 야근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나를 돌볼 시간은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던 건 폐렴을 심하게 앓았던 것이다. 남들 다 유행하는 A형 독감을 걸릴 때 나는 폐렴이라는 면역이 떨어졌을 때나 걸리는 병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최소 2주일을 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4일 연속으로 아침마다 병원에 가서 해열제를 맞고 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온을 40도를 찍어봤다. 그러고 나니 회사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 전에 증상으로는 심한 편두통과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있었다. 눈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그만둘 수 있었던 것 같다.


환한 얼굴

짐작했겠지만 육체적인 소모보다 사실 정신적인 소모가 컸었고 그로 인한 증상이 몸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신체화 라는 표현을 배웠다. 좀 복잡한 개념이긴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결국 몸으로 나타난다 라는 것이다. 다 말 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들과의 갈등, 조직문화의 갈등 등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했었다. 속된 말로 꼴보기 싫은 것들을 안보게 되니 서두에 언급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얼굴이 밝아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만나는 사람들마다도 얼굴이 밝아졌다고 한다.


햇빛

나는 담배를 피지 않지만 담배피는 사람들이 나갈 때 한번씩은 꼭 따라 나간다. 그 이유는 햇빛을 쬐기 위함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다녔던 조직은 그걸 되게 싫어했다. 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면 그게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생각하면 좀 곤란한 조직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햇빛을 받으며 가만히 있는데 그 행위 자체가 참 너무나 큰 축복 같았다. 왜 사람들에게 햇빛을 쬐라고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주도적인 삶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당연히 경제활동이 제로이다. 나가는 돈은 정해져있다. 다음 직장을 알아보고 있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의료보험이나 이런건 아나에게 맡기고 프리랜서로 돌아다닐까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흘러가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고 거기서 스스로를 경영할 수 있는 친구들이 결국 앞서나간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어찌보면 나는 스스로 그 틀을 깨버렸으니 나를 돌보지 않고는 이 세성에서 살아나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나 스스로들 돌보고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에 들어온 것이다.


결론

개발 세계는 진짜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의 등장으로 또 새로운 판이 열렸다. 할 수 없었던 백엔드 쪽도 ai 몇 번 잘 구슬리면 결과물이 뚝딱 나온다. 쉬면서 몸도 마음도 회복하고 ai 랑도 놀아봐야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