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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Mar 19. 2017

살아 있는 시간이 끝나면

지진으로 무너진 리스본 카르모 성당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을 여행하며 카르모 성당을 찾아갔다.


카르모 성당은 리스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이름났지만 1700년대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지금은 기둥과 벽면만 조금 남아있어서 내가 본 성당 중에 유일하게 지붕이 없는 성당이다. 건물 끄트머리 내부는 작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 큰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거다란 기둥과 섬세한 조각들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옛 카르모 성당의 무덤 같은 곳이다. 카르모 성당은 아무리 있었다고 있었다고 말해도 그저 옛날 이야기이다.

공교롭게도 이곳 박물관엔 살아생전 부와 권력, 명예를 누렸던 어떤 사람의 무덤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작게 조각된 관, 그들을 모시던 종들이 빼곡히 그려진 관들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 같은 여행객에게 눈길 한번 받을 뿐이다. 높은기둥과 화려한 관은 그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게 해주지만, 살아 있는 시간이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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