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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28. 2022

거북이의 죽음

짧았던 물생활을 정리하며...

분양 온 첫 날, 커먼머스크 가족


오늘 오후,

키우던 거북이가 눈을 감았다.


며칠 째 밥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

정성껏 약욕도 하고, 수시로 보살폈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용궁길로 떠났다.


반려동물을 분양받는다는 건

끝까지 건강하게 함께한다는 전제 하에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걸 봤으면 하는 마음에

작년 말, 두 마리를 분양받아 왔는데

키우면서 수족관도 키우고, 온도조절기도 사고,

바닥재도 깔고, 사료도 좋은 걸로 구입하고,

정성을 들였는데 결국 3개월도 못 지나 떠났다.


어린 거북이를 해츨링이라고 부른다.

커먼 머스크 종은 성체까지 커도 10cm 안팎이라

가정에서 키우기 좋은 대중 거북이다.


워낙 생명력도 좋고, 오래 살기에

아이들이 스무 살 넘어서도

가족처럼 함께 지낼 수 있는 추억을 만들 것 같아서

나름 큰 맘 먹고 분양받아왔는데

미물이지만 한 생명을 보낸다는 건

큰 상실감마저 지우기 힘들다.




잘가, 예쁜아!


거북이를 키운다는 건

사전 정보와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처음 수족관을 들이면서

온도 조절기와 정화 펌프까지

나름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서

구비를 했지만 저가였던 게 문제였다.


수족관에 쌓이는 배변과 이물질로

거의 2~3일마다 물을 갈아줘야 했고,

물을 갈 때마다 드는 수고로움에

작은 박스에 정수기 물을 담아

임시로 거북이를 뒀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래도 온도 조절을 잘해줬어야 되는데

온도조절기와 정화 펌프가 고장 나면서

다시 온도조절기를 사기 전까지는

수동으로 온수를 채워줬던 게

아이들을 보낸 원인이었던 것 같다 ㅠㅠ


사실 거북이 키우는 건

너무 쉽게 생각했다.

어린 시절,

거북이를 오래 키웠던 경험상

기본적인 환경만 갖춰주면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온도 변화에 취약한 생물임에도

너무 쉽게 물환경을 바꿔줬다.


나름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이틀에 한 번씩 애써서 했던 일이

결국 이런 사단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에겐 늘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먼 곳으로 보냈다.

반려동물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다...


수족관을 정리할 생각이다.

나름 신경 써서 구비했던 모든 물품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분들에게 그냥 드려야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안겨 준

거북이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이른 아침,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야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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