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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Feb 19. 2024

대입에 성공하고픈 자, 2G 폰을 견뎌라

"아빠, 나 핸드폰 사줘."

고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퇴근하기 무섭게 딸이 대뜸 말한다.


"왜, 아직 쓸만한 거 같은데?"

구형이긴 하지만 사용하던 핸드폰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기에 의아하다.


"나 2G 폰으로 바꿔줘."

 

상황은 이러했다.


방학을 맞아 딸아이는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보다가도 어느덧 유튜브를 보거나 카톡, 인스타그램을 하며 딴짓을 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쉴 새 없이 나타나는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눈치 없이 울리는 SNS 알림도 집중력을 흩트린다.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신발장에 넣어보기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생각보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결론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없애야겠다.'


이는 비단 딸아이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해, 승진시험을 앞두고 아빠인 나도 독서실에 다녔다.


보잘것없는 체력도, 맑지 않은 머리도 문제였지만 역시 가장 강력한 적은 스마트폰이었다. 그러한 적을 옆에 두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독서실에 오자마자 핸드폰을 휴게실 충전기 거치대에 놓고 스스로를 스마트폰과 분리했다. 원천봉쇄 전략은 꽤 효과적이었다.


딸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 나는 곧바로 중고 사이트에서 2G 핸드폰을 구매했다. 그리고 2G 폰은 수능이 끝날 때까지 가장 가까운 곁에서 딸아이와 함께 했다.


<딸아이와 입시 생활을 함께한 2G 폰>


1백만 원 이상 고가의 아이폰 홍수 속에서도 딸아이는 꿋꿋하게 2G 폰을 들고 다녔다. 그것도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타인의 손때가 묻은.


행여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는 않았을까?


딸아이의 2G 폰은 오히려 '힙'했다고 한다. 누구나 들고 다니던 최신의 고가 폰이 아니기에 딸아이의 2G 폰이 더 눈길을 끌었다.  


주변 친구 서너 명이 2G로 갈아탔을 정도다. 얼마 후 다시 스마트폰으로 회귀했지만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 진학 학교를 확정한 2022년 12월 어느 날, 다시 한번 딸이 대뜸 말했다.


"아빠, 핸드폰 사줘. "

그리고 곧이어 덧붙인다.

"이번에는 최신 아이폰으로."


"오케이."

딸의 요청에 흔쾌히 답한다.


<딸아이의 두 핸드폰>

<부녀가 함께 지방에서 의치한 가기> 바로가기

https://brunch.co.kr/magazine/goingto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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