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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Jun 22. 2018

복직 이후의 적응이 걱정됩니다

내일상담 2번째 이야기

필자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다닌 후에 스스로 회사를 나와, 1인 지식기업 <자기설계연구소>를 설립했다. 또한, 방황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생설계도를 담아 2017년에 출간한 <반퇴시대 나침반>의 저자다. 이 책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에게 생애설계도를 제시했다면, 다음 책은 실제 직장인들의 고민상담 사례를 모아서, 보다 다양하고 많은 방법들을 알려주고 싶다. 그 방법의 하나로 <내일 상담> 프로젝트를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내일 상담>은 <내가 하고 싶은 / 일을 찾는 / 상상력 / 담금질>을 뜻하는 직장인 고민 상담 프로젝트이다. 미래를 뜻하는 ‘내일’과 ‘나의 일’을 뜻하는 ‘내 일’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럼, 그 고민 상담의 얘기를 시작해 본다.


두 번째 상담자의 고민 –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


두 번째로 상담한 분은 대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30대 중반의 워킹맘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13년이 넘었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으며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남편이 장기간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홀로 육아에 대한 부담이 있어 휴직을 하게 되었다. 상담을 할 때 1년의 육아 휴직 기간 중에서 후반부 시점이었고, 몇 달 후의 복직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사전에 필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어릴 때부터의 얘기를 비교적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 보통 일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할 때 과거의 삶을 참조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상담은 상담자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부모님의 영향도 있다고 하여 함께 얘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한마디로 ‘주도적인 삶’이 없었다고 했다. 강남의 명문 학군에서 자랐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학을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향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하셨던 아버지의 뜻에 따른 영향도 컸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도 훌륭한 여성 임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기까지 상담자 본인 스스로도 그 바람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항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와의 소통이 원활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소통 부재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그녀가 결혼을 결심한 때였다. 같은 회사의 엔지니어와 업무상 만남이 계기가 되어 사내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평범한 직장인 사위를 못마땅해했다. 결국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가 강력하게 주장을 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다.


 비록 아버지와의 소통은 불편했지만, 그녀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업무가 적성과 크게 어긋난 것도 아니었고,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하는 유형이었기에 고과도 아주 좋았다. 현재의 과장 직급까지도 누락 없이 승승장구로 달려왔다. 그랬던 그녀가 30대 중반을 맞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삶의 방황이 찾아온 것이다. 인생이 허무한 듯 느껴졌고,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인생 2막을 찾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녀를 붙들었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틈나는 대로 자기계발 책을 읽고 트렌드를 공부하며 향후의 다른 삶을 상상해 보았지만, 그럴수록 그 모든 것이 허울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는 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은 또 다른 한 가지는 불안감이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나름대로 아버지를 비롯하여 사회의 인식이 ‘성공했다’라고 인정을 해주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낙오자, 실패자의 삶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큰 실패 없이 오직 하나의 길을 향해 달렸던 이유를 그녀는 자신에게 깊이 감춰져 있던 불안 때문이라고 여겼다. 여기에서 좀 벗어나고자 상담을 받기도 했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위축되었고, 방황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휴직의 사유는 남편의 출장이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힘든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이유가 더 컸다. 하지만, 휴직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건 없었고, 마지막 몇 달만이라도 뭔가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자기탐색이 필요하다.


필자는 우선 그녀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 미래의 한 시점에서 그녀가 어떤 모습이나 상황에 있는지 미래 풍광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그려보라고 했다. 그러자 자신은 동화 같은 삶을 따라 하고 싶다고 했다. 푸른 초원이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집에서 화목한 가족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쓴 책이 있고, 여유롭게 글을 쓰면서,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모습도 상상했다. 오로지 어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세계였다. 그렇다면 그녀의 행복은 성취감이나 자아실현과는 상관이 없는 걸까? 지금까지의 삶은 오직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살아왔던 것이었을까?


우리들은 평소에 주변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이는 평가나 반응을 보면서 살아간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다음 행동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었다. 아버지를 비롯하여 누군가의 눈에 비친 자신이 아닌, 스스로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추천한 방법은 자신의 인생 성장곡선 (Life-Cycle) 그려보기였다. 종이에 직선을 하나 긋고 왼쪽 끝 0세에서부터 오른쪽 끝 원하는 나이까지 대략 10년 단위의 눈금을 표시한다. 직선의 위/아래는 특정한 나이에서 경험한 사건이나 기억을 점으로 표시한다. 그 사건이 최고의 경험이었다면 +5점을 주어 맨 위에 표시하고, 반대로 최악의 경험이었다면 -5점을 주어 맨 아래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점들을 이어 선을 그린다면 위아래를 왔다 갔다 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즉, 흔히 리즈 시절이라고 하는 황금기가 있는가 하면,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흑역사의 시간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5점에서 -5점까지 사이의 다양한 점수를 지닌 플러스 성장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사건들이 위아래로 오갈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여 당장 그 자리에서 그려보지는 못했지만, 이 성장 곡선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어떤 경험이 정점의 황금기였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반대로, 최악의 경험이었다면 그렇게 실패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에서 자신이 모르고 있던 비밀의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분석하자.


여기에서 보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경영/기획 분야에서 활용하는 SWOT 분석기법을 도입해 보았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세워보는 방법이다. 일단 자신의 주변 상황을 4가지 요소에 따라 살펴보는데, 자신의 강점(Strength)은 무엇인가, 약점(Weakness)은 무엇인가, 기회(Opportunity)가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위협(Threat)이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확인한다. 그래서, 각 요소의 조합에 따라 강점을 바탕으로 기회를 살리는 SO 전략, 강점을 바탕으로 위협에 대비하는 ST전략, 약점에 대비하여 기회를 보강하는 WO전략, 약점이 위협에 노출되는 것에 대응하는 WT전략을 모두 만들어 보면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대비한 전략이 수립되는 것이다.


이제 성장 곡선에서 최고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었거나, 누군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았다거나, 스스로 뿌듯한 자신감을 갖게 한 일들이다. 이런 경험은 대개 나의 강점과 기회가 서로 만나 시너지를 만든 케이스다. 다시 말하면, 내가 잘 하던 일이었는데 마침 주변의 상황이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에 나는 어떤 강점(S)이 있었고 어떤 기회(O)를 만났을까? 반대로 최악의 경험이라면? 내가 잘 하지 못했던 일이 꼬인 상황을 만났을 것이다. 이때도 역시 나의 약점(W)과 위협(T)의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외에도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약점도 운 좋게 극복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강점(S) / 약점(W) / 기회(O) / 위기(T)의 요소에 맞춰 분석을 하다 보면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나는 어떤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어떤 상황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찰은 자신의 특정한 면만 바라보기 쉬운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강점과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약점과 위기의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의 계획을 성장곡선에 반영한다면 훌륭한 인생 로드맵을 설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을 마치며


그녀는 자신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얘기다. 짧은 상담에서 그 모든 호기심의 영역을 찾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필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휴직과 복직을 계기로 새로운 시도를 도전해 보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가 진정한 주도적 삶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까지 그녀가 타인의 시선에 맞춰 노력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강점과 기회를 살리는 도전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더 드리면,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눈 앞에서 기회를 놓칠 것이고, 결국 기회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담자에게 남은 휴직 몇 달도 복직을 대비한 훌륭한 기회 준비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원본 링크 http://bwithmag.com/archives/1282




삼성전자에서 IT개발자, 교육담당자로 20년을 보내고 홀로 독립하여 대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글쓰기와 강의를 천직으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링과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에게 나만의 필살기를 만드는 법 '반퇴시대 나침반'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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