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성공학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정리

by 박정관 편집장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전적 풀이는 ‘예전에 선비·농부·공장(工匠)·상인의 네 가지 신분을 아울러 일컫던 말’이라고 되어 있다. 필자는 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일제 식민지배와 해방 전후를 거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상적 흐름이 우리의 정서에 내재돼왔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파장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복고풍으로 잘 알려진 외화가 있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람보 시리즈이다. 터미네이터를 제작할 당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유명하지도 않았고, 투자사를 찾기도 쉽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터미네이터를 제작해서 대박이 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의 영화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다른 시리즈의 터미네이터는 자신이 제작할 수 없었다.


이제 돈과 명예와 실력까지 겸비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다시 자신의 판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번 완결판은 1편에 함께했던 배우를 다시 기용했다. 청년 때부터 보디빌더로 활약했던 근육질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T-800 터미네이터를 연기하며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했고, 사라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도 이번 영화를 찍기 위해서 일 년간 운동하며 몸을 다듬어왔다고 한다. 어제의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 큰일을 해낸 것이다.


록키라는 권투 영화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실베스타 스탤론도 람보 시리즈로 세계적인 흥행배우가 됐다. 이번에 람보 완결판에 등장한 그도 예전 같은 화려한 격투나 전투 신을 표현하지 못했으나 품격 있는 그만의 특유한 몸짓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일에 대한 집념이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탁월한 실력을 갖추었다. 또한 고객들의 필요를 알아채고 그 필요를 미리 채워주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과거의 지독한 실패의 터널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기업은 이류, 관료조직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혼쭐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진단이 이 전 회장의 사농공상에 대한 이해라고 여긴다. 이 전 회장은 불량 신제품을 전부 불태우는 혁명적인 각성을 통해서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모두 다 바꿔야한다”는 환골탈태에 대해서 말했다. 그 정신이 오늘의 일류 삼성을 만들었다.


필자는 이번 정부는 유별나게 선민의식과도 같은 정의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하고, 공정과 합리를 자신들의 전매특허처럼 여긴다고 느끼고 있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지나는 지금 나라 곳곳에서 상처 때문에 부르짖는 환자의 단말마 같은 비명소리가 차고 넘친다. 그러면 정부에서 신속하게 사태파악을 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 탓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반미 반일 친중 친북 선민의식과도 같은 슬로건을 주창하고, 현장 경험이 없는 탁상공론에서 출발한 소득주의 성장 이론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정책과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국가주의로는 쇠퇴일로를 걸을 뿐이다.


어제의 실패에서 반성하고 오늘을 잘 살아야 미래가 보장된다. 차제 배추에 침투한 소금처럼 은연중 사상에 배어있는 사농공상의 서열정리를 새로 해야 국태민안의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변할 수 있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의 것도 여당과 야당의 것도 아니다. 실패 속에서도 성공의 유전자를 캐낼 줄 아는 실력자,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쌓여진 경험치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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