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과 열정과 끈기와 같은 남다른 정성의 배합된
소설가 최인호는 월간지 샘터에 ‘가족’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35년간 연재했다. 필자에게 그것은 그의 인생의 일기장처럼 읽혀졌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벌써 등단했고, 그의 소설 ‘별들의 고향’이 조선일보에 연재됐을 때는 불과 28세의 나이였으니, 천재라 불릴만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그의 중고교 동창이었던 이장호 감독이 ‘별들의 고향’을 영화로 만들자 이 영화는 대성황을 이루며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져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도 ‘상도’ ‘해신’ 등 빼어난 영상미로 연출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필자는 차를 타고 갈 때 라디오를 자주 듣는다. FM의 여러 채널을 오가며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챙겨 듣는바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종종 청취한다. 배철수는 대학가요제에 출연해 상을 받으며 그룹 활동을 하게 됐고, 구창모와 함께 ‘송골매’를 결성해 싱어 역할을 맡았고, 기타 연주도 같이 했다. 나중에 구창모가 솔로로 전향해 ‘희나리’라는 노래가 유명세를 타자 자신도 솔로로 전향했으나 그처럼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배철수는 우연히 음악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방송 초기에 음반을 틀었는데 노래가 나오지 않거나 엉뚱한 곡이 대신 나가기도 하는 등 실수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실함은 자타의 공인을 거쳤다. 결근과 지각이 없었고, 몸이 아파도 처음과 마지막 인사말은 반드시 내보낼 정도로 성실했다. 그래서 그는 2010년 MBC 라디오의 명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골든 마우스’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것은 라디오 20년 경력 이상의 진행자에게 수여하는 상이기에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의 목소리는 내레이션으로 수많은 방송에 덧입혀져 각각의 프로그램이 더 도드라지는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은 일요일 낮이면 전국에 송출된다. 전국노래자랑은 방송국으로 지역민들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방송이 찾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진 덕분에 장수할 수 있었다. 또 이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 송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8년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어 최장기 진행자로 꼽힌다. 방송촬영이 잡히면 그는 하루 전에 미리 그 지역에 내려가 대중탕에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역민의 민심을 청취하고 미리 호흡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해 방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의 구수한 말솜씨와 편안한 진행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데뷔해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등과 코미디언도 했고, 다수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의 부인이 대구 달성군 옥포면 출신이라 그곳에 그의 이름을 딴 송해공원도 조성돼 있다. 고령화로 노인이 홀대받는 사회로 치닫는 가운데서도 구순 송해 선생의 노익장은 아직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제주도의 세계자동차박물관에 가보면 그곳에 있는 차들이 왜 명품인지 알게 된다. 세월을 거스르며 빛나는 디자인, 심혈을 기울인 제작자의 고고한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독일의 벤츠,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미국의 포드와 캐딜락 등 그 차량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걸 잊게 된다. 인생의 동반자로 도로를 질주하던 차량들이 정비공의 손길을 거쳐 부활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바, 명품이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는 법이다. 이처럼 명품인생(名品人生)에는 품격과 열정과 끈기와 같은 남다른 정성이 스며들어 있기 마련이다. 위의 사람들은 그런 사례가 될 것이다. 남다른 열정과 도전과 끈기가 명품정신에 어울린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중구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