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28. 성경 사무엘하를 읽고

by 운아당

사무엘하는 한 나라의 왕이 세워지고 굳어져 가는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한 사람의 믿음과 연약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엘상을 읽을 때는 다윗이 기다리고 도망하며 연단을 받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면, 사무엘하에서는 마침내 그가 왕이 되어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다윗의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높아진 자리에서도 여전히 연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깊이 보여 준다. 그래서 사무엘하를 읽는 동안 나는 감탄과 기쁨, 안타까움과 무거움이 함께 섞인 복잡한 마음을 느꼈다.


사무엘하의 처음은 사울의 죽음 이후 다윗이 왕이 되어 가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다윗은 오랫동안 고난을 겪었지만, 결국 유다의 왕이 되고, 나중에는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진다. 이 장면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하나님의 때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다윗은 이미 오래전에 기름부음을 받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억울한 일도 당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때가 되자, 아무도 막을 수 없이 왕의 자리가 열렸다. 이 모습을 보며 믿음이란 단지 약속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견디며 기다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차지하고 언약궤를 옮겨 오는 장면에서는 참 벅찬 감정이 들었다. 특히 언약궤가 들어올 때 다윗이 힘을 다해 춤추는 모습은 왕이라는 위엄보다 하나님 앞에서 기뻐하는 한 사람의 마음으로 보였다. 체면보다 하나님을 향한 기쁨이 더 컸던 그 장면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왕이라면 품위를 생각했겠지만, 다윗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읽으며 내 신앙은 어떤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지는 않는지, 하나님 앞에서 자유롭게 감사하고 예배하기보다 겉모습을 더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사무엘하에서 매우 은혜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언약이다. 다윗은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짓고 싶어 했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다윗에게 집을 세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인간이 하나님께 무엇을 해 드리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시고 세우신다는 사실이 참 깊이 다가왔다. 다윗 언약은 단지 한 왕조의 번영을 약속하는 수준이 아니라, 결국 그 계보를 통해 오실 참된 왕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그래서 사무엘하는 다윗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더 크신 왕을 예비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읽는 내내 하나님의 역사는 눈앞의 현재만이 아니라 아주 멀리, 구속의 완성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무엘하는 중반 이후부터 분위기가 무겁게 바뀐다. 다윗의 가장 큰 죄, 밧세바와 우리아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읽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듯하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믿음의 사람으로 보였던 다윗이 어떻게 이런 죄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충격이 크다. 왕의 권력을 이용해 죄를 감추고, 충성스러운 우리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너무나 어둡고 슬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인간은 아무리 높이 세워지고 은혜를 많이 받아도, 하나님 앞에서 깨어 있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게 된다. 죄는 멀리 있는 특별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마음속에서도 자랄 수 있는 씨앗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인상 깊은 것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다윗의 죄가 드러나고, 다윗이 결국 회개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죄의 결과는 너무나 크고 무겁다. 아이가 죽고, 칼이 다윗의 집안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 이어지며, 실제로 그의 가정은 큰 혼란과 아픔을 겪게 된다. 암논과 다말, 압살롬의 반역, 아도니야 이전의 불안한 움직임까지 사무엘하의 후반부는 정말 마음 아픈 사건들로 가득하다. 다윗 개인의 죄가 단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정과 공동체 전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면서 죄의 무서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죄는 순간적인 선택처럼 보여도 결코 가볍지 않으며,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졌다.


압살롬의 반역 이야기를 읽을 때는 참 복잡한 슬픔이 밀려왔다. 아들이 아버지를 대적하고, 아버지는 왕이지만 동시에 아들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은 너무도 비극적이었다. 특히 압살롬이 죽었을 때 다윗이 통곡하며 “내 아들 압살롬아”라고 부르짖는 장면은 왕의 이야기라기보다 한 아버지의 찢어진 마음으로 느껴졌다. 사무엘하는 이렇게 정치와 전쟁, 왕권과 반역을 말하면서도, 그 한복판에서 인간의 눈물과 상처를 아주 깊이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나라의 역사서가 아니라, 죄로 인해 깨어지는 관계와 그 속에서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무엘하를 다 읽고 나면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인간의 무너짐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다. 다윗은 위대한 왕이었지만 완전한 왕은 아니었다. 그는 믿음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크게 넘어지는 사람이었다. 그의 통치는 영광스러웠지만, 그의 집안은 평안하지 못했다. 결국 사무엘하는 다윗조차도 궁극적인 소망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은 더 완전한 왕, 더 의로운 왕, 더 거룩한 왕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사무엘하는 다윗의 영광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다윗의 한계를 보여 주며, 참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질문이 하나 있다. 하나님께서 높여 주셨을 때 나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 겸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고난의 때에는 기도하기 쉽지만, 안정과 성공의 자리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느슨해지기 쉽다. 다윗도 광야에서는 하나님을 붙들었지만, 왕궁의 자리에서 큰 죄에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신앙은 어려울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잘될 때일수록 더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넘어졌을 때 숨기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다윗처럼 하나님 앞에 무너져 회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다.


사무엘하는 한편으로는 참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참 아픈 책이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세우시고 언약을 주시는 장면은 찬란하지만, 인간의 죄와 그 후폭풍은 너무도 비참하다. 그런데 바로 그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성경은 사람을 미화하지 않고, 믿음의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소망이 있다. 성경의 중심은 결국 사람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 가운데서도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저를 높아짐 속에서도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 되게 하시고,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시며, 넘어졌을 때는 숨기지 않고 돌이키게 하소서. 그리고 다윗보다 더 크신 참된 왕 예수 그리스도를 늘 바라보게 하소서.”

사무엘하는 왕의 영광을 말하는 책이지만, 결국 그 영광조차도 하나님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사람을 바라보는 소망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야 함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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