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머문 곳 #87
한밤중을 지나 새벽이 다가오는 어느 궁정.
촛불 몇 자루가 흔들리는 공간에, 조용한 발걸음 하나.
그는 천천히 하프시코드 앞에 앉아 손을 얹는다.
그 순간, 바로크의 시간이 열린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궁정과 극장, 교회와 살롱을 누비며 음악으로 시대를 이끈 사람.
그가 쓴 Concerto Grosso Op.6은 소리로 쓴 일기장이자, 작은 혁명이었다.
‘콘체르토 그로소’.
작은 앙상블과 오케스트라가 마치 대화를 나누듯 이어지는 형식.
헨델은 여기에 드라마를 담았다.
장엄한 서곡, 춤을 닮은 빠르기, 애틋한 느린 악장.
모든 감정이 선율에 실려 흐른다.
Op.6 No.1~No.9 중에서 오늘 들려드릴 일부 악장들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차례로 이어지며
우리에게 '그때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 음반에서 연주를 맡은 L’Arco Magico Chamber Orchestra는
작은 앙상블이 지닌 섬세함과 밀도를 아름답게 살려냅니다.
바로크 악기 특유의 톤,
그리고 고음질로 복원된 음원이 어우러져
고요한 오후나 이른 아침에 듣기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음악은
누군가와 함께 조용히 감상할 때 더욱 깊어집니다.
거창한 감상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저 작은 숨결처럼 마음에 스며들면 충분합니다.
� 영상 감상
YouTube 링크 →[https://youtu.be/x4dAAyu6Tkc]
Op.6 No.1
00:00 A tempo giusto
01:42 Allegro
03:23 Adagio
05:45 Allegro
08:12 Allegro
Op.6 No.2
10:38 Andante larghetto
14:10 Allegro
16:40 Largo
18:49 Allegro, ma non troppo
Op.6 No.7
20:43 Largo
21:43 Allegro
24:28 Largo, e piano
27:11 Andante
31:07 Hornpipe
Op.6 No.9
34:30 Largo
36:04 Allegro
39:19 Larghetto
42:11 Allegro
44:11 Menuet
45:41 Gigue allegro
우리가 흔히 아는 협주곡,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한 명의 뛰어난 독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형식을 **'솔로 협주곡(solo concerto)'**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는 이와 다릅니다.
이 장르의 핵심은 **개인이 아닌 '작은 앙상블(소규모 독주 그룹)'**이
전체 오케스트라와 서로 주고받듯 연주한다는 점입니다.
작은 앙상블은 콘체르티노(concertino),
전체 오케스트라는 리피에노(ripieno) 또는 **투티(tutti)**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마치 무대 위 두 무용수가 춤을 주고받듯,
서로 반응하고 호흡하면서 음악적 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누가 주인공인지 뚜렷하지 않고, **'조화'와 '대화'**가 중심이 되는 음악입니다.
“콘체르토 그로소는, 독주자의 독무대가 아닌
작은 앙상블과 오케스트라가 나누는 고전적인 대화입니다.”
#헨델 #바로크음악 #ConcertoGrosso #하프시코드 #클래식감성 #LArcoMagico #음악이머문곳 #브런치음악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