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음악이 머문 곳 #163

by 생각의 정원

음악이 머문 곳 #163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어떤 음악은 귀에 남고,
어떤 음악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어떤 음악은 인류라는 단어에 닿는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그 드문 음악 가운데 하나다.


음악이 말을 걸어올 때


교향곡은 오랫동안
말 없는 음악이었다.

관현악은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 자체로 완결된 세계였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 침묵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마지막 악장에서
그는 인간의 목소리를 불러들인다.

마치 이렇게 말하듯이.


이제, 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합창’이라는 선택


베토벤 9번이
‘합창 교향곡’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합창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선택한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였다.

이 시에는
승리도, 정복도, 영웅도 없다.

대신 이런 문장이 있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이 문장은
특정 시대를 위한 선언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를 향한 문장이었다.


고통을 통과한 음악


베토벤은
이 작품을 쓸 무렵
이미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세상과의 소통이 끊긴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언어를 상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독한 작곡가가
가장 연대의 음악을 남겼다.


마지막에 남는 것


이 교향곡을 듣고 나면
웅장함보다
이상하게도 조용한 여운이 남는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가능성.

베토벤의 9번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계속해서 던져지는 질문처럼 들린다.


음악이 머문 자리


이 음악은
연말에도, 기념식에서도,
수많은 장면에서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어디에서 울리든
결국 같은 자리에 머문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하는 것.

그것이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이
지금도 연주되는 이유일 것이다.



Tracklist


00:00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I.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Skidmore College Orchestra

14:47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II. Scherzo: Molto vivace – Presto
Skidmore College Orchestra

25:39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III. Adagio molto e cantabile I
Skidmore College Orchestra

32:19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III. Adagio molto e cantabile II
Skidmore College Orchestra

39:40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IV. Presto – Allegro assai
Skidmore College Orchestra



감상 링크 : [https://youtu.be/kmQ_rtmZS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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