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머문 곳 #165
현악 4중주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음악이다.
네 개의 악기는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를 유지한 채 대화를 이어간다.
하이든이 이 형식에 질서를 부여했다면,
모차르트는 그 질서 안에 감정의 균열을 남겼다.
오늘의 음악이 머문 곳에서는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가운데에서도
그 변화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두 작품을 함께 듣는다.
K.421, d단조 현악 4중주는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가운데 드물게 단조로 쓰인 작품이다.
이 곡에는 분명 긴장이 있다.
그러나 그 긴장은 격렬하지 않다.
마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스스로 안쪽으로 접어 두는 듯한 느낌이다.
첫 악장은 단정하지만 불안하다.
느린 악장은 노래하듯 흘러가지만,
그 선율 뒤에는 쉽게 가시지 않는 그늘이 남는다.
미뉴에트조차 완전히 안심시키지 못한 채,
마지막 악장은 조심스러운 추진력으로 곡을 밀고 나간다.
이 음악은 말한다기보다
침묵에 가까운 고백에 가깝다.
K.465, 흔히 ‘불협화음’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도입부에서 청자를 멈춰 세운다.
우리가 기대하는 고전주의적 안정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낯설고 어긋난 화성들이
조심스럽게 공간을 채운다.
그러나 이 불협은 곧 해소된다.
음악은 다시 밝은 C장조로 돌아오고,
형식은 놀랄 만큼 단정하다.
이 짧은 순간의 균열은
혼란이 아니라 질문처럼 남는다.
질서는 정말 처음부터 완전한가?
모차르트는 불협을 통해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대신, 그 질서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K.421과 K.465는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내면으로 침잠하고,
다른 하나는 형식 자체를 흔든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고전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조용히 금을 낼 뿐이다.
그 균열 덕분에
현악 4중주는 더 인간적으로 들린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오래 머무는 음악이 된다.
Mozart – String Quartet No. 15 in D minor, K.421
I. Allegro moderato
II. Andante
III. Menuetto
IV. Allegretto ma non troppo
Mozart – String Quartet No. 19 in C major, K.465 “Dissonance”
I. Adagio – Allegro
II. Andante cantabile
III. Menuetto: Allegro
IV. Allegro molto
감상 링크 : [https://youtu.be/cdaWIo1sV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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