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머문 곳 #186
어떤 음악은 빛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음악은 그림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떤 음악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제 목소리를 냅니다.
슈베르트의 세 소나타,
A장조 D.664,
A단조 D.784,
A단조 D.845는
그 변화의 궤적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A장조 D.664를 듣고 있으면
햇살이 넓게 펼쳐진 창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선율은 무겁지 않고,
형식은 균형을 잃지 않으며,
화성은 조심스럽게 색을 더합니다.
특히 2악장은
마치 말을 아끼는 사람처럼
짧은 숨으로 감정을 건넵니다.
이 음악에는 아직
세상을 향한 부드러운 신뢰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A단조 D.784에 이르면
공기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시작부터 낮게 깔리는 긴장,
넓게 벌어진 음정,
그리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침묵.
이 작품은 말 대신 간격으로 말합니다.
소리는 줄어들지만,
밀도는 더 짙어집니다.
3악장의 빠른 에너지는
분출이라기보다
압축된 내면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D.845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1악장은 넓은 구조 속에서 서서히 전개되고,
2악장의 변주 형식은
하나의 생각을 여러 각도에서 되묻습니다.
Scherzo는 가볍지만 날카롭고,
마지막 Rondo는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완전히 밝아지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슈베르트는
짧은 감정의 파동을 넘어서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쓰기 시작합니다.
D.664는 빛,
D.784는 그림자,
D.845는 구조입니다.
이 세 작품은
낭만주의가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는 시대가 아니라
감정을 생각으로 바꾸는 시대였음을 말해줍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 남습니다.
그 여운이 스며드는 자리에
잠시 멈춰 서 보시기 바랍니다.
00:00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664 I. Allegro moderato
07:51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664 II. Andante
12:42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664 III. Allegro
18:30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A단조 D.784 I. Allegro giusto
27:19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A단조 D.784 II. Andante
31:09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A단조 D.784 III. Allegro vivace
37:20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A단조 D.845 I. Moderato
48:56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A단조 D.845 II. Andante poco mosso
1:02:01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A단조 D.845 III. Scherzo
1:09:56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A단조 D.845 IV. Rondo
연주: Paul Pitman
음원: Musopen (Public Domain)
감상 링크 : [https://youtu.be/li1MGEHfy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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