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머문 곳 #187
어떤 소나타는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소나타는 안으로 스며듭니다.
슈베르트의 D.850과 D.894는
그 두 방향이 나란히 놓인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라장조 D.850, 이른바 ‘가슈타이너’는
넓은 풍경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첫 악장은 시작부터 망설임이 없습니다.
밝은 음형이 위로 치솟고,
리듬은 앞으로 밀고 나갑니다.
그 안에는 젊은 확신이 있고,
확장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음악은
아무리 힘차게 나아가도
선율을 잃지 않습니다.
2악장은 움직임 속에서 사색하고,
3악장은 경쾌하게 흔들리며,
4악장은 밝은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이 소나타는
슈베르트가 소나타 형식을 더 넓은 공간으로 밀어 올리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사장조 D.894는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빠르게 나아가기보다,
길게 숨을 쉽니다.
1악장은 제목 그대로 ‘노래하듯’ 흐르고,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이 또 하나의 선율이 됩니다.
여기서는 긴장이 크지 않습니다.
대신 투명함이 있습니다.
2악장은 담백하게 마음을 건드리고,
3악장은 고전적 균형을 유지한 채 가볍게 스치며,
마지막 악장은 과하지 않은 빛으로 마무리됩니다.
D.894는
강한 선언이 아니라
조용히 오래 남는 음악입니다.
D.850이 바람이라면,
D.894는 숨결에 가깝습니다.
하나는 넓게 펼쳐지고,
하나는 깊게 스며듭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슈베르트가 단순히 서정적인 작곡가가 아니라
형식과 시간을 사유했던 작곡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소나타는
완성된 기념비라기보다
지금도 계속 숨 쉬는 구조물처럼 느껴집니다.
00:00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라장조 D.850 “가슈타이너” I. Allegro vivace
09:43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라장조 D.850 II. Con moto
21:49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라장조 D.850 III. Scherzo
32:18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라장조 D.850 IV. Rondo
41:35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사장조 D.894 I. Molto moderato e cantabile
53:46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사장조 D.894 II. Andante
1:01:57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사장조 D.894 III. Menuetto
1:07:14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사장조 D.894 IV. Allegretto
연주: Paul Pitman
음원: Musopen (Public Domain)
감상 링크 : [https://youtu.be/L_PTrLpBe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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