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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Oct 15. 2021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셨어요?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0. 야마구치 슈의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를 주제로 여러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 풀이합니다. 오늘은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간략하게 요약해보겠습니다.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1. "르상티망"이라는 단어는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입니다.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야마구치 슈



2. 물건이 넘쳐나는 포화 상태임에도 오늘날 명품 시장의 호조는 업계 관계자들이 극히 교묘하게 르상티망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3. 누군가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 같은 공허한 주장을 한다면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가치판단을 뒤엎고 싶은 르상티망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러므로 르상티망을 품은 사람에게 가치의 역전을 제안하는 것을 일종의 "킬러 콘셉트"로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


5. 프린스턴 대학교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는 문제를 낸 후 답을 빨리 찾아낸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가가 생기자 오히려 아이디어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었죠.
 


6.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결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저하된 것이죠. ‘예고된’ 대가가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현저히 훼손한다는 사실입니다.


 

당근과 채찍, 혁신 앞에선 모두 무의미



7.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거죠. 더불어 스스로 과제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향상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8. 다시 말해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습니다. 다만 저자는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9.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의미로, 타불라는 태블릿(tablet), 즉 ‘판’이라는 단어의 어원입니다.
 


10. 존 로크는 영국 경험론을 창시한 철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대학에서는 의학을 공부하여 해부학에 관한 저서도 남긴 인물입니다. 로크는 그가 주장한 경험론처럼 실제로 의사로서 많은 영유아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갓 태어난 사람의 심성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불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1. 어떤 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 즉 현실 세계에 관한 이해는 직접 감각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해 이끌리든가 아니면 간접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요소가 바탕이 됩니다.
 


12. 이 이론의 핵심 주제가 ‘사람은 경험과 학습에 의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라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나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시대에서 ‘다시 새롭게 배우는 일’이 매우 중요한 논점이죠.
 


13. 즉, 자신의 경험을 초기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머릿속을 새하얀 석판, 즉 타불라 라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되돌렸을 때 거기에 의미 있는 경험과 지식을 새겨 넣을 수 있을까? 이 명제는 앞으로도 중요한 논점이 될 것입니다.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


14. 샤르트르는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입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즉 ‘How의 물음’을 중시한 입장입니다. 이 물음에 샤르트르는 “앙가주망(engagement) 하라”라는 답을 제시했습니다. 고상한 철학 용어로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은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 장폴 샤르트르



15. 그렇다면 무엇에 참여하는 것일까요? 샤르트르는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6. 우선 우리 자신의 행동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자신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행동과 선택은 자유이며, 따라서 그 의사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죠.
 


17. 또한 사르트르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앙가주망에 따라 참여하는 두 번째 대상인 ‘세계’입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시간, 즉 인생 자체를 사용해 어떤 계획을 실현하는데, 이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그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샤르트르는 “사람의 일생에서 ‘우발 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이야기했죠.
 


18. 우리는 외부의 현실과 자신을 각각 별개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샤르트르는 이를 부정했습니다. 외부의 현실은 우리가 어떤 시도를 하느냐에 따라, 혹은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러한 현실’이 된 것이므로 외부의 현실은 곧 ‘나의 일부’이고 나는 ‘외부 현실의 일부’ 입니다.
 


19. 그렇게 외부의 현실과 나는 결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현실을 자기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 즉, 앙가주망이 중요합니다.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다산초당(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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