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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Sep 26. 2023

스스로를 칭찬해 보자

나를 칭찬해 보라고 했다.  칭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그렇게 잘 찾으면서 왜 나는 나를 칭찬할 수 없는가. 안타까웠다.


얼마 전 인근교회에서 부모교육이 있어 신청했다. 오늘은 그 첫날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아침,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들어간 방에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책상에는 빵과 과자, 사탕이 예쁜 접시에 담겨있고, 오렌지 주스도 있었다. 자기소개 시간은 늘 그렇듯 떨렸다. 본인의 별칭을 정해서 이름표에 쓰라고 했다. 춤추는나님, 별다지기님, 카라님, 조약돌님, 그리고 나 해바라기.


책을 읽고 서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본인의 삶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색과 향기가 다른 사람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고 했던가.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아름다움은 고유한 것이다. 나도 저들처럼 아름다울까.


별다지기님은 이미 두 딸을 어엿한 성인으로 다 키운 엄마였다. 33년 직장생활을 얼마 전에 마무리하셨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느낌. 조근조근 이야기는 하는 모습의 그녀는 순탄한 삶을 묵묵히 잘 살아왔을 것 같다.


춤추는나님은 작은 체구에서 큰 에너지가 나오는 사람이었다. 유머감각이 있어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인생의 씁쓸한 고난보다는 삶을 유쾌하고 귀엽게 살아가는 예쁜 사람이 보였다.


1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조약돌님은 조금 지쳐 보였지만 내면이 강한 사람 같았다. 육아에 지쳐있을 시기인데도 이런 교육을 신청하다니 대단하다. 제일 막내이지만 똑 부러는 모습이다. 부모님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컸고 아이들도 그렇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수업을 신청한 듯했다.  


카라님은 멋지고 세련된 중년 여성의 모습이었다. 세련된 커트머리와 화장, 상큼한 노란색 티를 입은 그녀에게는 예술가인 듯 사업가인 듯 포스가 느껴졌다.  삶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면 살았을 것 같은 그녀의 아우라에 선망 같은 감정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단단하게 살고 싶다.


나눔 시간에 자신을 칭찬해 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얼마 전 고민 했던 내용이다.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나의 장점을 생각함과 동시에 반박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나는 키가 크다 (키가 너보다 큰 사람도 많다. 그리고 키 큰 게 왜 장점인가) 나는 날씬하다 (젊었을 때나 날씬한 몸이 장점이지 이제 엉덩이도 점점 쳐지고 살은 탄력을 잃고 있지 않은가) 나는 잘 웃는다 (많이 웃으면 헤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너는 쑥스러워도 웃고 어색해도 웃잖아. 웃는 게 좋은 건가). 나는 결국 나를 칭찬할 수 없었다.  


나를 칭찬할 것을 찾을 수 없다고 하자 춤추는나님은 내 장점은 자연스럽게 웃는 거라고 했다.  그래 나는 웃는 게 이쁘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칭찬에도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아들이 논술 시간에 자신의 장점을 쓰라는 질문에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마 아들은 나와 같은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낮은 평가를 주고 야박한 나의 모습을 닮았구나. 아들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내가 그렇구나.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고. 아들에게 화냈던 것들은 나에게 화냈던 것 같다.


아들아.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 지자. 스스로를 좀 더 자랑스러워하고 무엇이든 칭찬해 보자. 실수하고 틀려도 괜찮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 찾기에 집중하고 책망은 집어넣자. 해결했을 때 크게 나를 칭찬하자. 너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존재야.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고 화해하고 칭찬해 주자. 엄마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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