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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주

부산 유명한 분식집. 작고 허름한 포장마차 시절, 밖에서 보면 손님들의 다리만 보인다고 해서 이름도 '다리○'이었다.


내가 처음 들렀을 때는 "떡볶이 팔아 건물 두 채 샀다"는 소문이 돈 지 오래였는데 가게는 포장마차와 1평 남짓 내부 공간을 이어 조금 커졌을 뿐 소문의 진위는 알 길 없었다.


그런데 피를 연상시키는 시뻘겋고 걸쭉한 떡볶이 양념과 가래떡 본연에 가까운 굵고 긴 떡 그리고 30cm쯤 될 법한 오징어튀김을 가위로 잘라먹으면서 '이것이 성공 비결'인가 싶었다.


그 후로 20여 년이 지난(실감나지 않는다) 오늘, 그 가게가 있었던 동네 구청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와 무심결에 들어선 골목에서 그 분식집의 지점을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옛날 포장마차 자리 지척이었다.


번드르르한 복합 다층 건물에 커다란 간판을 밝히고 선 가게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그래도 이름만은 같아서 여전히 보기 좋은 미소를 짓는 오래전 알았던 사람에 인사하듯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징어 1인분 3700원, 비교적 비싼 가격에 그래도 예전 그 30cm 겉은 바삭 속은 통통했던 튀김을 떠올리며, 그러나 실제는 절반으로 줄어든 크기에 튀김옷은 축축(비가 오고 있었지만 이제 더는 비 들이칠 자리도 아닌데), 양념이라도 적시면 낫겠지 싶어 점원에게 말했더니 양념 추가는 1000원이라고.


이리하여 뜻밖에 재회한 '다리○'과는 이제 다시 만나도 아는 척은 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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