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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6. 2024
고3 수능특강 수업, 피할 수 없다면 즐기고 싶다
- 퀴즈앤, 멘티미터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수업 만들기
2020년, 코로나와 함께 고3 담임을 시작하고 수능특강으로 수업하면서도 온라인 수업 도구 덕분에 참여와 소통이 있는 배움에 도전할 수 있었다. 4년이 지난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물리적인 거리두기는 없지만, 정시 전형과 수능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마음속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산수유가 피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지만, 고3 교실의 공기는 차갑다.
그래서 다시 퀴즈앤과 멘티미터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에듀테크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배우는 도구로 쓰일 때 가치가 있다고 한 사토 마나부 교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퀴즈앤은 아이들이 문제를 풀기 전에 글 전체를 읽고 나서, 사실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용도로 제시한다. 아래에 있는 수특 비문학의 인문·예술 세 번째 지문은 '인간과 사물이 자기 존재를 보존하려는 경향인 코나투스'라는 철학 개념에 관한 글인데, 철학자의 이름도 많이 나오고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도 복잡하다. 그래서 일단 화제와 핵심어를 찾기 위해 '주제(무엇이)와 서술어(무엇이다, 어찌하다)'를 중심으로 밑줄치고 읽으라고 한다. "이해가 안 돼도 일단 읽으면 풀 수 있으니까, 도전해 보자. 책을 보고 해도 된다."라고 열심히 부추겨서, 모든 아이가 글을 읽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3~4분 읽으면서 중심 내용 파악하기를 하고 나면, 핸드폰으로 퀴즈를 푼다.
(퀴즈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고, 한두 문제는 지문 내용과 관련된 넌센스 퀴즈나 교사가 수업 시간에 했던 개인적인 정보 같은 것을 보너스 문제로 내기도 한다.)
https://blog.naver.com/koris1/222085810814
퀴즈를 풀고 답을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의 핵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어려운 개념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아직 3월이니까 비문학 독해의 원리, 문제 유형 파악과 풀이법을 설명하고 문제 풀이까지 마친다.
지문 읽기와 퀴즈에 15분, 내용 학습에 25분 정도를 쓰면 10분이 남는다. 마지막 10분은 생각넓히기 질문을 멘티미터로 제시하고 아이들이 적은 내용을 같이 보면서 소통하는 시간이다. 교사도 간단하게 답할 수 없는 질문, 정답이 없는 질문이 좋은 질문인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글에서 배운 개념이나 가치를 사회와 연결하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적어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인문·예술3 지문은 마지막 단락이 참 좋았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서 더 나은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타인과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내가 만나는 고3 학생들도 수능 특강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대학 합격만을 위한 정답 찾기보다 '더 나은 삶'을 고민하면 기쁠 것 같다.
(아래 링크에서 예전에 했던 멘티미터 수업 사례를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koris1/2226017593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