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수 '낚시' 여행

- 어떤 바람은 지나가게 두자

by 글쓰는 민수샘

여행 2일 차. 여수항 근처 해양공원과 돌산도에 있는 방파제에 바다낚시를 하러 갔다. '오늘 저녁은 직접 잡은 생선구이'를 외치며 출정했으나, 겨우 영하를 넘긴 온도와 멈추지 않는 바람 때문에 역시나 실패. 아들의 사진만 얼른 찍어주고, 다시 따뜻한 차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처음 낚시할 때 아이들은 '바람은 등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야' 하면서 서로에게 정신력을 강조했다. 나도 '거센 바람은 연을 더 높이 띄운다. 강풍을 이겨내고 캐스팅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라면서 거들었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겨울 바다에서 건진 것은 작고 가녀린 엄마 잃은 물고기뿐.



이제는 아이들도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폭풍이 올 때는 나무도 고개를 숙이듯이, 물러설 줄 아는 용기를 배운 것이다. 영웅적으로 맞서는 것보다 자기 보존과 균형 감각이 더 중요한 것임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개발 도상국에서 성장한 나는 매서운 바람 속으로 등 떠밀려 들어가 비명을 질렀지만, 선진국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바람은 지나가게 두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지혜를 간직하길 바란다. 같이 바람을 맞고 있는 바닷가의 고양이도 쓰다듬어 주면서 여유 있게, 훈훈하게 그렇게.



생선구이와 게장 정식을 사 먹고 돌아온 아이들은 해가 지고, 다시 숙소 근처의 부두로 출정했다. 역시나 영웅 서사는 없었다. 그래도 겨우 잡은 민어 새끼를 방생하기 전에, 해맑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나도,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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