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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hine Dec 01. 2022

2. 인연의 시작(2)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오전 11시. 나는 두 딸을 데리고 다시 산책을 나섰다. 저번에 그 새끼 고양이를 만났던 그 근처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나와 두 딸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두 눈이 붙어버린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저번에 내가 놓친 그 고양이였다. 한쪽 눈에는 깃털이 붙어져 있었고, 앞이 안 보이고 힘이 빠져버린 그 고양이는 도망도 가지 않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순간 오고 갔다.

나는 성인이고 어른이다. 현실적인 사람이고 냉정한 면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순간 그 새끼 고양이는 나에게 '짐' 같은 느낌이 분명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그 고양이를 데리고 갔을 때의 나의 생활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경제적인 부분도 있었다. 동물병원이 비싸다고 하는데, 얼마나 돈이 들어갈 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아픈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갔을 때, 아내의 표정도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 곁에는 두 딸이 있었다. 두 딸의 표정은 지금 아빠가 아니면 이 고양이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결국 나는 두 딸에게 멋진 슈퍼맨이 되기로 했다. 전에 전화를 걸었던 제주동물친구들에 전화를 걸었고, 상자에 새끼 고양이를 담았다. 그리고 동물병원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 

몸무게 410g, 생후 40일 추정. 수컷. 

거즈에 식염수를 묻히고 눈을 닦으니, 고양이 눈에서 고름이 터져 나왔다. 알 수 없는 주사를 몇 대 놓고, 먹이를 주니 가여운 새끼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이를 먹어 댔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오른쪽 눈은 잘못될 수도 있겠네요."

제주동물친구들에도 임시보호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고양이를 옮겼다. 집으로 돌아가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 역시 상황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음을 인지했고,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에 대해 승낙해 주었다. 그때 운전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이런 생각이었다. 

'일단 눈은 뜨게 해야지. 일단 애는 살려봐야지.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고. 얘가 살고 눈을 뜨면, 다시 방사를 하든가 다른 입양처를 알아봐 주는 것이 좋겠지'...... 

집에 도착하고 가족회의가 열릴 법도 한데, 우리 가족은 이 작은 아기 고양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이 고양이를 살리고,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아내와 딸들의 생각이. 그래서 한 명씩 고양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내의 답변은 이러했다. 

"일단 애는 살려야지. 불쌍하잖아. 두 눈 다 뜨고 나면, 원래 있던 곳에 엄마 찾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첫째 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알레르기 반응이 너무 심하지 않다면 키우고 싶어. 만약 고양이 눈이 잘못되면, 더 많이 사랑해 줄 거야."

둘째 딸은 이렇게 말했다.

"난 강아지가 더 좋아."

이상하리만큼, 나는 가족들에게 질문만 하고 내 생각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내가 궁금했는지 나에게 생각을 물어봤지만, 나는 

"얘 눈 뜨고 나면 그때 생각해보자."

라고만 이야기했다. 그리고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실은 오래전부터 만들어 두었던 이름이었다. 우리 두 딸의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슬'을 고양이 이름에 넣고 싶었고, '구슬'이라는 이름을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것이다. 한 마리가 더 생긴다면 '이슬'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아무튼 이 고양이의 이름은 '구슬'이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고양이 눈을 보니, 안타까운 눈은 뜨지를 못하고 있었다. '구슬'이라는 이름처럼 이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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