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년 만에 빛을 본 내 코인
역사적인 순간을 남기러 왔다.
앞서 우당탕탕 내집마련기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2018년에 코인에 호되게 물린 경험이 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맛보는 달콤한 자본소득의 유혹에 이율 4.25프로의 재형저축을 단숨에 깨버리고 말았다.
(그때 하도 코인이 난리라 다들 예적금을 깨는 분위기여서, 은행에서 제형저축은 아깝다고 적금해지를 말리길래 결혼해야된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대출을 박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긴하다...
당시 27살의 나는 얼마 안되는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놓은 2천만원으로 위험한 투자를 시작했다.
한달 가량이 지나자 내 잔고는 수익률 두배를 찍으며 4천이 넘어갔고,
생전 주식도 해본적 없는 초짜나부랭이인 내가 코인으로 차트를 공부한다며 나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김치 프리미엄(한국 거래소에 붙는 프리미엄)을 노리고 외국 거래소로 코인아가들을 유학 보내고,
외국 거래소(바이낸스)에 가보니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고 업비트에 없는 생전 처음 보는 잡 알트코인들이 널려있으니 공부할게 더 많아졌다.
주식으로 따지면 마진거래만 안 했지
스캘핑, 뇌동매매, 비상장주식, 듣보잡 공모주까지 손댄 것인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때의 나는 스스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게 위험한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돈을 벌고싶다거나 투자를 한다는 생각도 없이,
정말 순수하게도 처음 맛본 이 코인의 세계가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놀이동산을 누비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녔더랬다.
그리고 2018년 하락장.
-10퍼 정도는 그냥 슬쩍 보고 잠이나 잤다.
-30퍼 정도는 쩔쩔매면 코인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50퍼 정도는.... 적당한 반등에서 손절치고 네배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는?
돈복사기인줄 알았더니 돈파쇄기였다.
없어도 되는 돈으로 시작했지만 진짜 없어지라고는 안 했는데 없어져버렸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 잘 실감이 나지 않아서 누가 코인 어떠냐고 물어보면 개그소재로 써먹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현실을 자각하고, 외국 거래소에 나가있는 휴지조각이니 다름없는 비트코인을 조금씩 알트코인에 넣어두고 어플을 삭제했다.
그 뒤로 자가를 마련할때까지도 정말 놀라운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것은 사이버머니이니라... 하며 미래의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을 세웠더랬다.
장장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러던 중, 작년 12월부터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껴
그때까지 업비트에 물려있던 잡알트들을 과감하게 비트코인으로 바꾸었고, 그 뒤로도 틈틈히 주시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잠깐... 바이낸스로 유학보낸 코인들은 지금 어떨까?
하면서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내가 늘 그렇듯... 인증키를 분실하여^^~ 얼굴과 신분증을 인증하고 겨우 접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잔고....
처음보는 AAVE 라는 코인이 무려 2만 달러를 넘는 가까운 잔고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치 프리미엄까지 합하면 2700만원에 가까운 돈이였다.
알고보니 이 코인은 내가 예전에 울면서 사두었던 코인 중 하나인 이더랜드(LEND)가 리브랜딩된 것이었고,
초저점에 구입한 코인이 꾸준히 상승하다가 리브랜딩되며 말그대로 떡상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으로
3년 존버 끝에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다.
(원금 2천 회복 + 수익 약 1천5백)
3년 넘는 코인대장정을 통해 내가 깨달은 점은
1. 나는 나의 투자성향이 간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난 간이 배 밖으로 나오다 못해 밖으로 꺼내 저글링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위험할 수 있으며, 조금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되게 위험할 수 있다. 투자 원칙을 좀 더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2. 나는 존버를 무지무지 잘한다. 그 이유는 내가 손절을 정~~~말 드럽게 못하기 때문이다. 손절할 바에야 그냥 땅바닥에 돈 버리겠다는 성향인 것 같다. 익절보다 손절을 연습하자.
3. 투자는 절대 재밌으면 안된다...!!!!!!ㅠㅠㅠㅠㅠㅠㅠ 재미를 느낀다면 그것은 돈놀이에 불과할 뿐. 수익을 실현해서 출금할때만 잠깐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 외에는 모두 고민과 인내의 과정이어야 한다.
+) 중요한 비밀번호는 여기저기 잘 챙겨서 적어두자!!!!!!
(지갑 비밀번호 잃어버려서 네오 10개 날림)
내가 이 사례를 기록해두는 이유는
코인장의 수익을 자랑하기 위해서라기보단(존버성공을 자랑하고 싶은 맘은 아주조금많이 있다) 무지몽매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기 위함이다.
또한 앞으로의 코인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바이낸스의 개인출금정지가 풀리는대로 나와는 상관없이 모두 현금화할 계획이다.
이유도 세가지.
1. 이건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투자였다. 그때 같이 바이낸스에 사두었던 알트코인 중 aave 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옥으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지독하게 운이 없을 수도 있다.
2. 나의 목표에 도달했고,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수익을 얻었다. 내 3년 존버의 목적은 오로지 원금 회수였고, 원금 회수를 넘어 수익까지 얻었으니 목표를 초과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연연할 필요가 없다.
3. 3년 전에 집나간 피같은 내 돈들 내 새끼들 보고싶어요
이번의 행운을 기회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자만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게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돈도 벌었고 히히)
투자에 대한 원칙을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보고, 나의 성향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나는 나를 위한 투자, 현생을 잃어버리지 않는 느긋한 투자, 원금을 잃지 않는 보수적 투자를 계속 하려고 한다.
다행인건, 나는 아직 쪼렙이긴 하지만 더이상 2017년의 내가 아니라는거!!!!
그리고 비록 -99%의 수익률이 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팔다리 멀쩡한 신체와 무적의 노동소득이 있다!!!!!!
이제 좀 더 기운차게 KRW를 채굴하러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전 코인충 고라니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