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좋지 않다.
코로나 마지막 해에 휴직을 하면서 시간이 갑자기 많이 생겼는데, 왼쪽 어깨가 좋지 않아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어깨 통증 해결법을 몰라서 망설이다가 몇 군데의 병원을 다녀왔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는이상이 없다고 했고, 통증의학과에서는 초음파로 보니 어깨에 석회가 보인다고 하여 내시경으로 석회 제거 시술을 했다. 하지만 제거 시술이 드라마틱하게 통증을 줄여 주진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 해에 복직해 일을 하는 와중에 그 어깨가 절로 나았다는 점이다. 어깨는 내가 일을 하지 않아서 아팠던 걸까. (*가끔 난 내가 전생에 게으름뱅이 소였나? 그래서 이렇게 일복이 많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주변인들도 넌 일복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일복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거스르고 싶다. 하하.)
복직 후 4년이 지났는데, 요즘은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 병원의 진단은 근육 수축으로 인한 견봉의 충돌, 이른바 어깨충돌증후군이라고 하는 것 같다. 뼈에도 약간의 염증이 보인다고 한다. 이건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가끔 생각한다. 원인은 아마도 틈만 나면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PC를 사용하는 데 있을 것이다. 하루에 3~4시간 정도 마이크를 들고 일한다는 것도 한몫한다. 그야말로 직업병에 가깝다.
생뚱맞지만 잠깐 사주 얘기를 해보겠다.
얼마 전, 스레드의 사주에 관한 글을 쓰는 분 계정에서 ‘토’가 강한 사주에 대한 글을 읽어보았다. '토'가 강한 사주 개운법이라는 글이었다. 개운은 운을 좋게 만드는 법이라는 의미인가 보다.
언젠가 본 내 사주는 온갖 '토'가 포진한 그야말로 토기운이 충만한 사주라고 하는데, 이 사주 풀이에 어울리는 '땅'은 단 한 평도 가진 게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주에만 ‘토’가 강한 건 이토록 그 어떤 젖도 꿀도 단 한 방울 내게 가져다주지 않았다.
‘토’가 강한 사주는 포용력이 있고 믿음직한 성품으로 책임을 맡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내 생각엔 이 사주는 요즘 시대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이런 문제로 주기적으로 고민을 하곤 했다. 이상하게 그냥 눈앞의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어느 시점에서는 매번 책임이 주어지는 일을 제안받곤 한다. 제안에 부담을 느끼고 난 그곳을 떠나는 선택을 하곤 했다. 사주를 보니 역마살이 있다고 한다. 하하하.
도화살도 있어서 이성과의 구설수를 조심하라고 하는데, 이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다. 삶을 돌아보았을 때 이성으로 인한 강렬한 사건은 없었다. 도화살은 약한가 보다. ^^;;
중요한 것은, ‘토’가 강한 사주의 기운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해서는 '화’의 오행과 ‘목’의 오행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는 몸을 따스하게 하는 것이고, ‘목’은 나를 표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사주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몸을 따스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고, 따스한 차를 마시면 좋단다. 그리고 그 얘기를 글로 쓴다면, 금이 부족한 기운을 보완하고 목이 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하고 차 마시며 글을 쓰면, 나의 운명을 운영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운동일지를 쓰는 것은 다 운명이 시키는 일인 것이다. ^^
여하튼 난 어제 운동하러 가서,
1. 어깨 운동을 했다. 손바닥이 앞을 보도록 내리고, 머리를 기준점 삼아 어깨를 슈링크하듯이 모아 머리와 팔이 그리는 선을 삼각김밥처럼 만들었다가 풀어 주는 스트레칭이었는데, 이 동작의 이름을 모르겠다. 찾아보는 중이다. 평소에 해 주면 어깨가 덜 아플 것 같았다.
2. 플랭크 리치라는 동작을 했다. 복부와 어깨에 힘이 생기는 것 같아서 자주 하고 싶은 동작이었다. 복부 코어를 먼저 잡은 뒤에 다리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엔 몸의 정렬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자이로토닉 기구로 스트랩을 발에 걸고 원형을 그리는 다리 운동도 했는데, 몸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정렬되는 느낌이 들었다. 고관절의 가동 범위가 늘어나는 느낌이고, 다리를 움직이는데 머리끝까지 자극이 오는 신기한 운동이다. 선생님께서 왜 이렇게 잘하냐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런가, 운동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기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