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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17. 2021

아쿠아리움 갔을 때 이런 관점으로 보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한국형 아쿠아리움 감상법


아쿠아리움 시장은 30년 만에 뮤지컬 시장 규모와 맞먹을 만큼 성장했다. 아쿠아리움은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관리·유지비가 적게 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수중세계와 관련된 산업이 커진다.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고 아쿠아리움 수조도 커진다. 인간이 닿을 수 없던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쿠아리움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곳이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7곳을 비교해 보았다. 


한국 아쿠아리움 시장은 1985년 63빌딩 씨월드가 개장하면서 열렸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대형 아쿠아리움(수족관)이 7곳으로 늘었다. 63빌딩 씨월드 아쿠아리움, 코엑스 아쿠아리움,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이 일찌감치 문을 열었고, 2012년에 개장한 여수 아쿠아플라넷과 제주 아쿠아플라 그리고 2014년에 개장한 일산 아쿠아플라넷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규모가 큰 편이다. 


대형 아쿠아리움의 연간 방문객은 평균 100만 명 내외로 매출액은 100억~200억 원이다. 아쿠아리움 시장 전체로는 1000억 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2015년 기준). 이는 국내 뮤지컬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대체로 대형 아쿠아리움 1곳의 연간 매출이 대형 뮤지컬 제작사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30년 만에 뮤지컬 시장 규모로 큰 아쿠아리움 산업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이 되었다.


아쿠아리움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쿠아리움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처음 개장한 씨월드 아쿠아리움이 1000t 규모였는데 제주 아쿠아플라넷은 1만800t 규모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아시아 1위는 싱가포르 시 아쿠아리움(S.E.A. Aquarium)으로 1만8000t 규모이고, 3위는 일본 오키나와 추라우미 아쿠아리움으로 1만400t 규모다). 



아쿠아리움은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대략 3.3㎡당 1500만~30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족관을 관리하는 노하우와 기술력도 필요하다. 규모가 커야 경쟁력도 있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일단 궤도에 들어서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다. 관리·유지비가 매출액의 절반 이하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현재 운영 중인 아쿠아리움은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 관광객에게 아쿠아리움은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다. 아쿠아리움 강국으로 주로 미국과 일본이 꼽히는데, 일본의 경우 대형 아쿠아리움 7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아쿠아리움과 관련해서는 중국도 역사가 깊다. 청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 들어 중국에서도 아쿠아리움이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고가라 아직은 한국 아쿠아리움이 경쟁력이 있다.  


국내 개장한 아쿠아리움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 여수 아쿠아플라넷이다. 2012년 여수 엑스포 기간에 많이 보도되어 홍보가 잘 되었다. 당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시관인 이곳은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다른 전시관들이 침체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수의 명소로 알려져 주변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꼭 찾게 되었고 심지어 이곳을 보러 여수를 방문하기도 한다. 


의욕적으로 개장했다가 메인 수조 누수라는 복병을 만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수중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롯데월드의 놀이시설 운영 노하우를 발휘해 재미있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많이 배치했다. ‘생태 설명회’ 형식의 쇼도 많아서 구경거리가 풍부하다. 아직 개장 초기의 관람객 수준(하루 평균 5000명)은 회복하지 못한 데다 최근 불거진 오너 일가의 싸움으로 그룹 전체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지만, 아쿠아리움 자체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보통 수조 용량, 보유 어종, 관리 능력, 기획력 등 네 측면에서 경쟁한다. 이 가운데 수조 용량에서는 제주 아쿠아플라넷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보통 아쿠아리움을 새로 만들 때는 이전에 운영하던 아쿠아리움에서 1000~2000t 늘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1000t 규모의 63빌딩 씨월드 아쿠아리움을 운영하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갑자기 6000t급 여수 아쿠아플라넷과 1만 t급 제주 아쿠아플라넷을 동시에 건설하자 무리한 공사 아니냐는 비난이 거셌다. 다행히 두 시설은 별문제 없이 운영 중이다.


아쿠아리움의 대표 동물이 무엇이냐, 어떤 희귀 동물을 보유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경쟁 기준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흰고래 ‘벨루가’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바다 동물은 덩치가 클수록 관리하기가 어렵다. 신생 아쿠아리움에서 관리도 쉽지 않고 반입도 어려운 흰고래를 전시하자 대번에 관심이 쏠렸다.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도 벨루가를 전시하는데, 러시아에서 공동연구를 전제로 임대한 것이다. 


요즘은 아쿠아리움이 생태적 고민을 얼마나 진지하게 담고 있느냐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이 가장 많은 고려를 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아쿠아리움 운영 경험이 많은 멀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물고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씨라이프 아쿠아리움은 바다거북과 상괭이 등 해양생물들의 구조와 방류에도 적극적이다. 관람객은 아쿠아리움을 관람하며 구조된 동물들이 치료받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아쿠아리움 운영 회사들은 해양생물의 종 보전과 연구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은 해양수산부에 의해 해양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 및 전문 구조 치료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해양생물연구소를 설립했고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중앙내수면연구소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으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수의과대학과 MOU를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쿠아리움의 기술력과 관련해서는 수조의 물을 얼마나 ‘잡아내느냐(흐린 물을 깨끗하게 만드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수조 관리 능력 측면에서는 일산 아쿠아플라넷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아쿠아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국내 아쿠아리움 7곳 중 63빌딩·여수·제주·일산 4곳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소속이다)에서 최근에 만든 곳이라 아쿠아리움 관리 노하우가 집약되었기 때문이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은 일단 구조가 남다르다. 지상 구조의 단독 건물이라 자연채광이 된다. 조류와 육상동물을 함께 전시해 좀 더 풍부한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의 김우중 대리는 “아쿠아리움 수조의 관리 정도를 비교할 때는 보통 산호초의 상태를 본다. 높은 기술력과 세심한 관리를 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일산 아쿠아플라넷의 산호초가 가장 잘 관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이 다른 아쿠아리움과 구분되는 또 다른 특징은 동선의 설계 방식이다. 대개 아쿠아리움은 민물에서 시작해 바닷가를 거쳐 점점 심해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일산 아쿠아플라넷은 역순이다. 연어처럼 심해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방식이다. 민물고기가 있는 곳은 자연광을 받고 육상동물이나 조류와 함께 전시되기 때문에 훨씬 더 풍부한 느낌을 준다.


아쿠아리움 승부의 마지막은 기획력이다. 여기에서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발군이다. 대형 수조를 무대로 활용한다. 아쿠아리스트들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연초에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한다. 물론 이런 공연에 대해 아쿠아리움 본연의 기능에서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관람객들은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수조도 자판기나 공중전화 부스, 냉장고 모양으로 만들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중 동물과 아쿠아리스트가 어우러진 쇼를 맨 처음 주도한 곳은 63빌딩 씨월드 아쿠아리움이었다. 한국 최초의 아쿠아리움인 이곳은 2000년에 수조 규모가 3배인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개장하면서 규모 싸움에서 밀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색다른 쇼를 기획했는데 관람객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가장 작은 규모지만 이 같은 기획력 덕분에 씨월드 아쿠아리움은 연간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유지한다.  


관람객 체험과 관련해서는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이 흥미진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해양 테마파크 전문기업의 노하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형 상어 수조 안에 다이버와 함께 들어가서 구경하는 ‘샤크 다이빙’과 바닥이 투명한 배를 타고 상어 위를 지나는 ‘상어 수조 관람선’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쿠아리움은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이런 관람객의 취향을 고려해 배경음악에도 점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 재개장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테마 음악은 박칼린 음악감독이 작곡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최재혁 홍보팀장은 “아쿠아리움 운영과 관련해 요즘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부분이 음악이다. 아쿠아리움에 맞는 음원을 아예 따로 제작해서 튼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아쿠아리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비판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일단 동물 쇼의 남발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동물 쇼가 동물 복지에 반한다는 것. 아쿠아리스트와 물고기의 주종이 바뀐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인다. 물고기의 생태를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쿠아리스트가 개인기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쇼가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쿠아리움은 동물 쇼를 지양하고 대신 생태설명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동물을 관리하고 먹이 주는 모습 등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아쿠아리움이 도입된 지 30년이 되었지만 본격적인 아쿠아리움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독주하는 가운데 롯데월드가 추격에 나선 양상이고, 여기에 외국계 자본이 경쟁의 한 축을 담당한다.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을 운영하는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는 레고랜드와 마담투소(유명인 밀랍인형 전시관)를 운영하는 글로벌 테마파크 기업으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던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지분을 인수했는데, 다른 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세계 아쿠아리움 산업은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와 스페인의 파르케 레우니도스가 양분한다. 전 세계에 각각 45곳과 20곳의 아쿠아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세이부그룹이 5개 아쿠아리움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중국 완다그룹의 의뢰를 받아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에 1만8000t급 아쿠아리움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형 아쿠아리움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아쿠아리움은 크게 미국형과 일본형으로 나뉜다. 미국형은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고 일본형은 오밀조밀한 장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아쿠아리움은 절충형으로 미국형처럼 규모 있게 만들지만 일본형처럼 세밀한 장치도 많이 두는 편이다. 국내 아쿠아리움의 또 다른 특징은 체험 공간을 충분히 두고 다양한 쇼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걷자마자 곧 뛰기 시작한 한국형 아쿠아리움이 해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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