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Mar 21. 2024

동유럽 허비학교 이기영 교장 쌤

동유럽에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싶다면?


동유럽에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분이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동유럽 허비학교' 이기영 교장 쌤이다. 이분과 함께라면 동유럽에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며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 스스로 30년 동안 동유럽에서 허비를 일삼은 분이기 때문이다.


은퇴자들을 위한 '동유럽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를 기획하려고 했을 때 맨 처음 생각난 사람이 바로 이기영 쌤이었다. 일단 좋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체코의 데친시에 무척 코지한 숙소 K-HAUS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교통이 좋았다.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베를린 등 구동독 지역으로 접근성이 좋았고, 밑으로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기영 쌤이 가진 풍부한 경험이 탐이 났다. 투어 가이드 경력이 30년 이상 되는 이기영 쌤은 여행 인솔자들의 대모 격인 분이다. 오랫동안 고급 프라이빗 투어를 이끌어 온 경험이 은퇴자들에게 좋은 등대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들에게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있고 재미있고 가치 있게 허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여행 기획을 한다는 것은 현지의 여행감독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일이기도 한데 이기영 쌤은 여행감독 중에서도 에이스로 꼽을 수 있는 분이다.



2022년 11월 ‘동유럽 허비학교 - 동유럽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 답사를 위해 K-HAUS에 갔다. 이기영 쌤과 함께 동유럽 도시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동유럽 국가 중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를 합쳐서 ‘서슬라브’ 4국이라고 하는데,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는 다 들러보았다.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는 이 답사의 중심을 잡아준 분이 바로 이기영 쌤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런 답사 여행을 ‘인스펙션 투어’라고 한다. 앞으로 진행할 여행을 미리 점검차 다녀오는 것인데, 일종의 ‘여행투자’인 셈이다. 좋은 여행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아야 하는데 답사만한 방식이 없다.


전시 큐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여행 큐레이션의 기본도 리서치인데, 현지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기영 쌤이 딱이었다. 걸어 다니는 여행백과사전이라 할만했다. 어느 여행지를 묻더라도 관련 내용이 줄줄 나왔다. 그리고 그곳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진수를 향유할지 콕콕 짚어주었다.


동유럽에서 ‘무작정 한 달 살아보기’가 아니라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지만 해외 경험이 적고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일주일 정도의 기본 여행 일정은 세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어도 겁이 나서 제주도에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을 겨냥했다. 그런 분들이 믿고 의지하는 분과 함께 안정적으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도록 일주일 정도의 기본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11월 말에 동유럽을 간다는 것은 조금 무모한 일일 수 있었다. 동유럽은 위도가 높은 편이라 해가 일찍 진다. 보통 4시면 해가 진다. 날씨도 추운 편이다. 그런데 직접 답사해 보니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하나는 일교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오히려 한국보다 안 추웠다. 동유럽은 겨울에 밤이 긴데,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려 환히 비춰주었다. 덕분에 밤이 되면 오히려 도시가 활기차게 변해서 여행자의 기분을 설레게 했다.


동유럽은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보통 체코의 프라하, 오스트리아의 빈 그리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세 도시를 관통하며 여행한다. 빈과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도나우강)에 있고 프라하는 엘베강의 지류인 블타바 강 유역에 있다. 그런데 ‘관광 컨베이어벨트’가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는 이곳을 한국인들은 너무 획일적으로 둘러보곤 한다.


‘어른의 여행’을 위해 어떤 여행을 제안할지 두루 돌아보았다. 한국인들은 여행지를 가면 꼭 가봐야 할 곳, 꼭 해야 할 것, 꼭 먹어봐야 할 것을 찾아 숙제를 하듯 이를 수행하곤 한다. 하지만 남들이 좋다는 것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관광지를 돌아보되 자신만의 여행법을 개발해서 그 도시에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스스로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런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의 쉼표’가 필요하다. 체코 북부와 독일 동부를 두루 아우리는 국립공원 지역 입구에 있는 데친시는 그런 쉼표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이기영 쌤의 K-HAUS가 이곳에 있는데,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마담K’라고 부른다. 엘베강 가에 있는 데친시는 수로를 따라서 혹은 기찻길을 따라서 혹은 도로를 따라서 구동독 지역인 독일 작센주와 체코의 여러 도시에 쉽게 갈 수 있다.


마담K는 친독파다. 독일 사람들의 분명함과 명확함을 유난히 좋아한다. 데친시 위로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바우첸 등 작센주의 도시로 우리를 안내했다. 독일 도자기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마이센과 독일 표현주의 거장들의 작가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켐니츠도 마담K가 사랑하는 곳이다. 이 도시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느낄 점이 어떤 것인지 마담K는 신이 나서 설명하곤 했다.



데친시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머물면서 노비보르 카를로비바리 프라하 등 체코의 도시를 두루 돌아보았다. 고성의 도시 체스키나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는 이번에 가보지 못했지만 정규 한 달 살기에는 포함하려고 한다. 데이투어로 이 도시들을 두루 순회하고 K-HAUS에 돌아올 때면 마치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편안했다. 특히 예술을 사랑하는 마담K가 사놓은 그림이나 포스터를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 했다.


한 도시에서 며칠을 머무니 가벼운 루틴이 만들어졌다. 아침은 숙소 옆 베트남식당에서 쌀국수로 해장을 하고, 데친시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보고, 동네 마트에 가서 간단히 장을 봐서 함께 저녁을 해 먹고 단골 바에 가서 맛있는 체코 수제맥주로 하루를 마감하는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데친을 중심으로 산책하듯 여행을 했는데 마담K가 우리를 처음 안내한 곳은 유리공예의 도시 노비보르였다. 유리공예 박물관도 인상적이었지만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LASVIT 본사 방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샹들리에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서 ‘설치미술’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국내 유명 호텔도 LASVIT의 디지털 샹들리에를 설치한 바 있다. 세계적인 크리스탈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창업자의 자손 중 한 명이 설립했다고 하는데 체코의 공예 기술 그리고 미감을 두루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로 유명한 카를로비-바리는 동유럽의 대표 온천 휴양지다. 이곳에 가면 모두들 빨대가 달린 작은 컵을 사서 이곳저곳의 온천수를 받아먹는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온천호텔 브리스톨팰리스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왔다. ‘동유럽의 수안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인데 쇠락한 우리 수안보와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안타까웠다. 유럽의 부자들이 찾는 휴양지가 되면서 수도인 프라하보다 이곳에 명품숍이 더 많아 보였다.


프라하의 겨울은 공연과 전시 관람하기 좋았다. 프라하의 루돌피눔 콘서트홀과 국립오페라극장 그리고 모차르트가 <돈 지오반니>를 초연한 극장 등이 유명하다. 이번에 루돌프눔에서 체코 출신 작곡가 드로르작의 교향곡(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을 들었다.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보았다. 두 공연 모두 나무랄 데 없을 만큼 수준급 공연이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마담K는 라이프치히를 방문할 때 일부러 1박2일로 일정을 넉넉히 잡았다. 가장 음향시설이 잘 된 공연장으로 꼽히는 곳 중 한 곳인 게반트하우스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합창석 뒤로 자리를 준비해서 지휘자의 역동적인 지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마담K와 ‘동유럽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를 경험하면 우리의 삶이 그 이전과 확실히 다른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동유럽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는 2023년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애초 '머묾과 멈춤(Stay)'에 포커스를 맞춰서 기획되었는데 정작 한 달 살기를 시작하자 마담K의 역마살에 물들어 참가자들이 어마어마한 동유럽 여행을 하더라는 점이다. K-HAUS를 베이스캠프 삼아 동유럽이라는 고산 준령을 두루 섭렵했다. 올해 늦가을에 이 프로그램을 다시 재현해 보려고 한다. 동유럽의 한다 하는 크리스마스마켓을 두루 탐사하게 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