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정원기행, 여행의 이유를 말하다

by 고재열 여행감독

아니 정원을 보러 남도까지 가라고? 목포역까지 가서 또 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도대체 뭘 보려고 거기까지 가야 하는 것이지? 수도권에 좋은 정원이 이렇게 많은데? 과연 사람들이 정원을 보러 가자고 사람들을 남도로 데려갈 수 있을까? 여행감독에게 새롭게 주어진 숙제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에서 남도기행을 1년에 4~5회 진행한다. 올해 남도기행의 테마로 삼은 것이 바로 정원기행이다. 그런데 정원을 보러 남도까지 가자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여행은 논리와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과 로망의 영역이다. 남도정원에 대한 로망이 없는데 어떻게 품을 수 있게 할 것인가?


사실 이 여행을 기획하기는 어렵지 않다. 남도는 제주와 동해안에 이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그런데 혼자 다니기 쉽지 않은 곳이다. 제주는 렌터카로 한 바퀴 돌면 되고, 동해안은 해안선을 따라내려 가며 보면 되는데 남도는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각이 잘 안 나온다. 남도에 한 번쯤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사람들에게 '남도 정원기행'은 멋진 여행의 핑계다.


지난 몇 번의 답사로 '남도 정원기행'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신을 준 것은 바로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이용 행태다. 광주시민들이 남도의 정원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광주시민들이 즐긴다면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일 것이다. 다만 거리가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 고민해 보았다.


일단 남도에 따라오면 그 뒤로는 자신 있다. 남도에 오면 자연스럽게 미식기행이 되고 풍류를 경험할 수 있고 평소가 가보기 힘든 섬도 가볼 수 있다. 이런 서브테마를 누리면서 정원기행이라는 주제의식을 만족하는 일정을 짜면 된다. 정원이라는 테마로 남도를 여행할 이유를 열 가지 정도 꼽아보았다.



@ 전통 정원 - 부용동, 운림산방, 녹우당

남도 정원기행의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보길도의 부용동과 진도의 운림산방 그리고 해남의 녹우당과 같은 전통 정원의 존재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 남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여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산 윤선도, 소치 허련, 공재 윤두서 등 이곳을 거쳐간 옛사람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을 중심으로 여행의 리듬과 박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녹우당 근처에 '고산오우가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근처에 매력적인 비자나무숲이 조성되어 있어 '확장된 정원'을 체험할 수 있다. 나 한 간, 달 한 간에, 강산은 둘 데 없어 둘러놓고 본다는 우리 선조들의 '차경' 철학을 엿볼 수 있다.)


@ 현대 정원 - 산이정원

정원과 관련해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도가 정원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가 달라지고 식생이 달라지면서 한국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정원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이때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남도다. '아침고요 수목원'의 신화를 쓴 정원사 이병철 원장이 빚어낸 산이정원은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곳이다. 늪지였던 불모지를 정원으로 바꾸면서 이 원장은 기후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식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여러 수목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을 보면서 이 원장은 정원을 조성하는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남도의 이런 기후 차이는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 특히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산이정원은 남도 정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헤드라이너 정원으로 기능할 것이다.)


@ 정원 카페 - 비원, 바하정원 문가든

남도에서 정원을 새로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카페를 운영한다. 카페 음료 비용으로 입장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원이 자리 잡는 시간보다 카페가 자리 잡는 시간이 빠르다. 카페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남도 정원카페는 매력적인 답사템이다. 정원을 보러 가서 카페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를 보러 가서 정원도 보고 오는 발상의 전환도 가능하다. 정원은 시간이 빚어내는 공간이다. 자리를 잡기까지 먼저 정원카페로 입지를 다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카페로서 좀더 매력을 가지려면 메뉴 디벨로핑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가를 통해 이 지역의 재료로 창조적인 음료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 뜻밖의 정원 - 해남 삼산창고와 목신의 숲

남도 정원기행 아이템으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해남 삼산창고와 목신의숲이다. 삼산창고는 동네문화유산도시 건축기록연구소 커커필드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비어있던 양곡창고를 개조한 곳이다. 이곳에서 해남의 식물을 수집해서 소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플로리스트 아내와 목수 남편이 운영하는 공간 목신의숲도 삼산창고 바로 옆인데 흥미로운 공간이다. 해남에서 나는 흔한 것들로 만든 소품을 만날 수 있다. 도시보다 더 도회적인 이 두 공간을 남도 정원기행에 꼭 가보길 권한다.


(사람들은 자연을 보러 가지만, 자연 그대로의 자연만큼 '도회적인 자연'도 좋아한다. 도회적으로 자연을 재해석한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고전적인 정원도 좋지만 정원을 재해석한 공간도 정원기행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정원 숙박 - 바하정원

이번에 남도정원 답사를 한 곳 중에는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곳들이 몇 곳 있었다. 카페에서 음료 한 잔 하면서 둘러보는 것보다 숙박을 하면 정원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숙박하면서 천천히 '화분 분갈이'와 같은 정원 체험을 하기에 좋을 것이다. 숙박을 하면 체험을 위해서 쓸 수 있는 '남는 시간'이 생기니 좀더 여유롭게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남도 스테이'를 하는 사람에게 정원을 가꾼다는 미션을 부여해 보는 것도 특색있는 여행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의정원은 크리스마스마켓을 기획하는 등 행사를 기회갛고 실행하는 역량이 돋보였다. 정원을 테마로 하는 회사 워크숍 등을 유치하면 B to B 정원투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정원 식사 (혹은 정원 피크닉) - 산이정원

산이정원을 비롯해 식사가 가능한 정원도 몇 곳 있다. 남도의 자연주의 밥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인데, '밥상 위의 정원'도 정원기행의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도 여행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미식인데 정원이 있는 곳에서 자연주의 밥상을 경험하는 것은 의미있는 여행 체험이 될 것이다.


(남도에서 사람들이 로망하는 것이 미식인데 이를 정원에서 풀어낸다면 사람들이 경험하고 싶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남도밥상으로 이어지는 정원도 나오길 기대한다.)


@ 사람 정원 - 이야기가 있는 정원

남도에서 정원을 일군 사람들이 '이런 정원을 가꾸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에게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원히 정원에 발이 묶이게 된다면서 그냥 좋은 정원 보고 다니라고 말한다. 되돌아갈 수 없는 자신만의 천국을 만든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주 '죽설헌'이나 해남 '포레스트수목원'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원이나 바하정원 그리고 문가든 등 정원카페에서도 차를 마시기 위해 찾아 온 손님들을 위한 정원 투어 시간이 루틴하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겸사겸사 정원에 대한 설명도 들을 겸 그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도록 특정 시간을 정해서. 그리고 남도 정원기행 기획 사업단에서 스토리텔링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아카이브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기존 소개 동영상을 좀더 풀어서 직접 정원 곳곳을 돌면서 설명하는 영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사찰 정원 - 불회사

남도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식생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나주 불회사는 사찰을 둘러싸고 재미있는 숲이 조성되어 있다. 방화림으로 조성된 동백나무 숲과 사찰 입구에 줄지어 늘어선 비자림이 매력적이다. 또한 야생 차나무가 사찰 뒤로 펼쳐져 있어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수목을 볼 수 있다.


(사찰이나 종가는 시간이 빚어낸 정원이 있다. 이런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연혁이 짧은 남도 정원의 좋은 보완재가 되어줄 것이다. 남도에 이름 높은 사찰들이 있는데 이런 곳들도 정원기행의 연장선 상에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


@ 화첩 정원 - 남도 수묵비엔날레

남도 정원기행이라는 주제를 조금 확장하면 '그림 속 정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남도 수묵비엔날레 시기에 여행하면 그림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남도 정원기행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공간에 관련 전시회를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소리 정원 -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남도 정원기행의 상상력을 한 번 더 확장하면 '소리정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남도는 우리 소리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은 남도 소리를 체험하면서 묵을 수 있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남도 정원기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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