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진짜 여행 갈 수 있어?"

따분함을 즐기러 여행을 결정했다

by 그로우루샤

"엄마, 우리 진짜 여행 갈 수 있어?"


2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엄마, 여행 가자"라고 졸라도 "시간 없어", "가게 때문에 어딜 가니?"라고 둘러댔다.


그렇게 2025년을 따분할 틈 없이 달려왔다.


어느 날, 하와이 대저택 '하고 만다'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고명환 작가가 말했다. "따분함 속에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라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을 말처럼 채찍질하며 살았구나.


왜 나는 이렇게 조급했을까?


산책하며 생각했다. 중년이 되어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과거에 허투루 보냈던 시간들이 아쉬웠다. '이제라도 빨리 해야 해. 시간이 없어.' 그 조급함이 나를,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아이들이 여유시간에 게임하는 걸 보면 화가 났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돈이 돈값을 못 하면 불안했다. 나는 효율을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엄마 밑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가장 미안한 건 우리 아이들이었다.


"여행 갈까?"


큰맘 먹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 진짜? 해외여행 갈 수 있어? 나 일본 가고 싶어."


"이번엔 국내 가고, 다음번엔 일본 가자."


"그럼 제주도! 나 작은 책방 가고 싶어."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다른 집엔 흔한 여행이 우리에겐 특별했다.


2년 동안 가게 때문에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내가 사장이니까, 하루 이틀 문 닫고 아이들과 따분한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것을.


열심히 산만큼, 이제는 느긋하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나와 아이들, 그리고 묵묵히 내 옆을 지켜준 남편에게 주는 선물. 그건 제주도행 비행기표가 아니라, 함께 따분하게 보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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