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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도둑질인가요?

1-3. 야마 - 아스테야(Asteya):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by 고요한동산

베란다로 나가는 길에 툭 튀어나온 소파 카우치 다리에 발가락이 걸렸습니다.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눈물이 맺혔습니다.

올해 초에 살던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우리가 매달 버는 돈에서 나가는 이자가 부담으로 느껴져 큰 맘먹고 집을 처분했는데 그 안에 있던 가구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데리고 왔습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소파와 야심 차게 골랐던 6인용 원목 식탁이 아까웠거든요. 좁아진 공간에 가구들을 테트리스 하듯 끼워 맞춰놓고 이리저리 지뢰를 피하듯 다녔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아파트 하나쯤은 다 있던데 싶은 마음과 원치 않게 이사를 다녀야 했던 세입자의 설움 때문에 아파트를 샀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주변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것을 보고 비교하게 됩니다. 그들이 가진 것 중에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 무리해서 사들이곤 합니다. 나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벌이는 일들이 늘어납니다. 남들이 가진 건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이 마음이 어디에서 오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타인의 것과 내 것을 비교하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탐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눌 야마의 세 번째 규율, 아스테야(Asteya)는 산스크리트어로 ‘도둑질하지 않음(Non-stealing)’을 뜻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윤리 규율처럼 들리지만, 요가에서 말하는 ‘도둑질’은 물건의 차원을 넘어 에너지와 의식의 흐름까지 포함합니다.


《요가수트라》에는 아스테야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Asteya-pratishthayam sarva-ratnopasthanam

“아스테야를 확립한 자에게 모든 보물이 스스로 다가온다.”


이 구절이 말하는 ‘보물’은 외부의 금전이 아니라, 충분함을 느낄 수 있는 내면의 평화를 뜻합니다.

즉, 아스테야는 타인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을 넘어서 비교, 욕망, 결핍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규율입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물리적으로 훔치는 것을 넘어서 남의 삶을 부러워할 때, 남의 행복과 비교하며 내 현실을 초라하게 여길 때, 만족감을 잃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가 철학은 이 미세한 결핍의식이 모든 고통의 씨앗이라고 봅니다. ‘저 사람처럼 되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지난 시간에 질문을 미리 던져놓았었죠!

Q. 타인의 것이 부러워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탐한 적이 있나요?


이미 가진 것과 앞으로 가지고 싶은 것을 펼쳐놓고 보니 불필요할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타인이 가졌기 때문에 갑자기 필요해진 것들입니다.


저는 원래 집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20대에는 마음 맞는 배우 몇몇을 만나서 세계를 누비며 길에서 죽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현실감각이 전혀 없었죠. 독립 후 처음으로 얻은 방은 고시원이었는데, 잠을 잘 공간과 밥 먹을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6개월 뒤 대구에서 친구가 올라와 방 2개 있는 옥탑방을 얻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천장 없이 얇은 우산으로 비를 막은 것처럼 타다다닥 빗소리가 요란하게 났고, 여름은 뜨거운 찜통 속 백숙처럼 익어갔지만 내 방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언제든 이사할 수 있도록 가구도 사지 않았고 작은 공간 박스 6개만 구입했습니다. 공간박스는 책상이 되기도 하고 선반 또는 옷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유한 것이 없어서 자유로웠습니다.

그 이후 작은 거실이 있는 반지하 월세로 이사하면서 행거를 샀고, 동생이 올라와 2층 햇살 드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는 가구와 책상, 소파를 샀습니다.

고시원에서 옥탑방으로 이사 갈 때는 작은 수레 하나면 됐는데 그 이후부터는 트럭 한 대로도 부족할 만큼 짐이 늘어났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2년마다 집을 조금씩 넓혀갔습니다. 다른 이들의 집들보다는 작았지만 넓어지고 있다는 그것만으로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집을 줄이는 순간 마음도 움츠러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집을 줄였으면서 남들에게는 아이 학교 바로 앞이어서 이사했다는 말로 결핍을 감추었습니다. 좋은 집, 좋은 물건, 좋은 인식으로 사람들이 괜찮게 봐주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언니는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원했던 데로 계속해서 부를 축적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돈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꿈을 좇으며 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돈도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결핍이 되었습니다. 꿈의 결핍은 굳이 필요 없는 것을 탐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언니집을 방문했는데 아파트 주차장이 너무 넓어 길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파트 창에서 밖을 내다보니 탁 트인 전망에 멀리 산자락이 보여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게다가 소파에 앉아 85인치 정도 되는 TV를 보니 마치 영화관에 온 듯했습니다. 많은 세대들이 살고 있을 넓은 아파트 단지를 보며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움츠러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85인치 TV를 살까?"

남편은 85인치 TV를 사서 집에 놓으면 곧 안과를 다니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집은 TV와 소파가 가까우니까요.

우리는 작은 TV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저는 돈을 쫓으며 행복해지는 사람은 아닙니다. 항상 동경해왔던 삶은 자신을 표현해내는 예술적인 삶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부에 대한 결핍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제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연극으로 성공하지도 못했고 요가로 승승장구하지도 못했으니까요. 다시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 하루 먹고 하루 사는 하루살이가 된 것 같다고 느끼면서 스스로를 낮추기 시작한 겁니다. 아스테야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결핍이 어디에서 왔는지 겨우 알아차립니다. 탐한다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놓친 상태에서 결핍을 메우기 위해 다른 이들을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삶으로 다시 방향을 틀게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하나의 글을 최선을 다해 써서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 만족감을 주고 있습니다. 내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향을 발견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지요.

이제는 불필요하게 쌓아두고 있었던 물건들과 내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말은 “내 안의 충분함을 빼앗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내 안의 만족을 잃은 것은 나의 평온을 스스로 도둑질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잃어가는 것. 그것은 아스테야를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현재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탐하고 있는 것만 계속해서 바라보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탐하는 마음은 현재의 삶을 망가뜨립니다. 나의 상태를 한탄하게 되고 그런 태도는 미래의 모습을 좋아지게 하지 못합니다. 남의 것을 탐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스테야(Asteya): ‘도둑질하지 않음(Non-stealing)’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타인의 삶을 탐하지 않기.

타인의 가진 것을 탐하지 않기.


꼭 물질적인 것만 뜻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탐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타인의 소중한 마음과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는 행위까지 포함합니다.

이렇게 탐하는 마음은 불만족에서 오고, 이를 도둑의 마음이라고 보는 것이 아스테야입니다. 이렇게 숨겨진 마음까지 다스리는 것이 요가입니다.


이제는 아사나를 통해 아스테야를 깨울 시간입니다.


소개할 아사나는 트리코나 아사나(Trikonasana, 삼각 자세)입니다.

몸을 옆으로 기울여 삼각형 모양을 만들어 봅니다.

손이 바닥에 닿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서서히 균형을 잡고 척추 모양을 유지하며 가능한 만큼 내려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리코나 아사나(삼각자세) _ Chatgpt 생성

1. 다리 벌리기: 매트 위에 서서 다리를 약 1m 정도 넓게 벌립니다.

2. 발 위치 정렬: 오른발은 바깥쪽(오른쪽)으로 90도 돌리고, 왼발은 약간 안쪽으로 15도 돌립니다.
주의) 발을 돌린다고 해서 골반까지 돌리면 안 돼요

3. 팔 벌리기: 숨을 들이마시며 양팔을 어깨 높이로 옆으로 쭉 뻗습니다. 손바닥은 아래로 향하고 어깨는 귀에서 멀게 하세요.

4. 기울이기: 숨을 내쉬며 몸통을 오른쪽으로 기울입니다.
오른손은 정강이나 바닥, 혹은 요가 블록 위에 닿도록 합니다. 왼손은 천장을 향해 뻗습니다.

5. 시선: 왼손 끝 또는 정면을 바라봅니다. 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세요.

6. 유지: 30초~1분 정도 자세를 유지하고, 반대편도 동일하게 수행합니다.


트리코나 아사나를 하다 보면 자꾸만 욕심이 납니다. 손끝이 바닥에 닿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바닥이 바닥을 저항하는 힘손끝의 에너지, 척추가 무너 내리지 않도록 뻗어내면서 호흡하는 것입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있으니 중력의 영향을 받을 거예요. 그러니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절제하고 균형 잡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주위에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 거죠.

나의 상태를 알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탐하는 마음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그저 기본을 지켜봅니다.

정렬을 바르게 하고 기반을 지키고 평화롭게 호흡하며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의식을 내면으로 가져오는 거죠. 요가는 잘하는 사람을 칭찬하지 않아요.

자신에게 집중하여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인정하며 그곳에 머물러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야마는 절제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힘사. 사랑을 향해 폭력을 제거하고,

사티야. 진실을 향해 그릇된 마음, 말, 행동을 제거하고,

아스테야. 내면의 평온을 향해 비교와 탐욕을 제거합니다.


이제 야마에서 네 번째 브라흐마차리야(욕망절제), 다섯 번째 아파리그라하(비소유)만 남겨두었습니다.

다섯 가지 금욕 가운데 우리는 세 가지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세 개의 점을 연결해 좀 더 긴 선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모양이 만들어질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쉬탕가 철학의 뿌리인 야마(Yama).

네 번째 규율 <브라흐마차리야 (Brahmacharya): 불필요한 에너지의 제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미리 질문을 던집니다.

Q. 자극적인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겨, 진짜 원하던 것을 놓친 적이 있으신가요?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사적인 요가 철학이야기

아쉬탕가 철학의 뿌리인 야마(Yama)에서의 네 번째 규율

<브라흐마차리야 (Brahmacharya): 불필요한 에너지의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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