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사나(Asana)
그녀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한 계단 위에 올려진 오른발에 힘을 실자 왼발이 힘이 풀어지며 그 뒤를 자연스레 따르고 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숫자를 세며 올라가니 연꽃을 피운 요가정원이 보였습니다.
문을 열자 풍경에서 '딸랑' 소리가 나고 풍경에 매달린 물고기가 흔들흔들 춤을 추었습니다.
1층에서는 작게 들리던 요가음악이 요가원으로 들어가자 고요하고 묵직하게 배꼽 깊은 곳까지 스며 들어왔습니다.
말려있던 요가매트를 꺼내 비어있는 자리 한쪽에 촤라락 펼쳤습니다.
그 위에 한 발 한 발 올려 발에 느낌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파도를 타듯 중심을 흔드는 꿀렁거림이 없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아서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듯 발바닥을 땅에 안정감 있게 딛고 몸을 하늘로 뻗어보았습니다.
6mm 두께의 매트. 그녀가 신중하게 고른 매트입니다.
두꺼운 매트는 푹신한 쿠션이 발을 잡고 흔들어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온전히 서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6mm 매트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 구매를 했을 때는 기름칠이 되어있는 듯 미끈거려 생선을 재듯 소금을 뿌려 하루동안 놓아두었습니다.
다음날 잘 털어 마른 수건으로 여러 번 닦아내고, 하루 종일 건조하고 나서 물수건으로 정성껏 닦아 다시 말려놓았습니다.
'메주를 띄워 장독에서 발효되는 장처럼,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려 익혀먹는 김치처럼, 매트도 이렇게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나는 건가?'
영 신뢰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도 그녀는 설명서를 보면서 매트와의 첫인사를 마쳤습니다.
<꼭 주의할 점!>
매일, 꾸준히, 평생 수련해 주세요.
설명서 마지막 줄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 평생 함께할 친구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요가를 하러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요가원으로 옵니다.
그녀는 바르게 서서 한 호흡 길게 뱉어냅니다.
오늘의 불필요했던 생각과 마음들을 호흡과 함께 빠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와 모으고 합장을 합니다. 이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마친 아이처럼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가슴에 호흡을 가득 채웁니다.
손끝에 무엇이 놓여 있을까 바라보자, 그녀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섯. 숨이 막히고 어깨가 굳어가는 게 느껴지자 갑자기 오늘 마음을 상하게 했던 일이 떠올랐어요.
넷.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고 배는 당기면서 손끝은 더 뻗어냈습니다.
셋. 숨을 뱉었다가 다시 마셔봤습니다. 흔들리는 몸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지,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몸이 흔들리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둘. 어느 순간 고개는 들고 있지만 시선은 생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손끝으로 시선을 가지고 갔습니다.
하나. 내 초점을 맞추고 발의 뿌리를 심으니 몸도 마음도 고요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팔을 내려 가슴 앞에 손을 합장하고 호흡하니 답답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습니다.
요가에서 가장 첫 번째는 호흡을 비워내어 힘을 빼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새롭게 숨을 마시고 시작하는 거예요.
요가는 조화롭지 않은 것을 조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마시는 것과 내쉬는 것.
이완과 수축
강인함과 유연함.
왼쪽과 오른쪽, 앞과 뒤
멀어지고 싶은 마음과 다가가고 싶은 마음
이렇게 조화롭지 않은 것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바로 기반입니다.
기반은 바닥에 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반이 뿌리가 되어 가지가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히 지탱해 줄 거예요
기반을 지켰다면 시선이 중요합니다.
손끝을 바라보거나 정면을 응시하거나 바닥의 한 점 등을 바라보게 될 거예요.
아사나마다 흔들리지 않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이쪽저쪽으로 바람에 흔들릴 때 시선을 통해 우리는 중심을 찾아갈 수 있어요.
한 점을 응시하지만 멀리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말이지요
선생님의 차분한 음성에 그녀는 자신 안에 조화롭지 않은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쓰기가 싫다.
아이들이 자유로웠으면 하면서 내 말에 따르길 바래.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일을 하기가 싫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어.
그녀는 흔들리며 아사나를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매트 밖에서 생기는 모순된 마음들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에는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무엇이 조화롭지 않은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가 매트의 작은 공간에 머물며 이제껏 찾지 못했던 자신을 만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또한 조화로움을 수련한다는 것이 아주 멋지게 들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련을 마치고 요가 매트 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치 죽은 듯이 누워 쉬는 것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단단히 몸을 움직인 후 만끽하는 완벽한 이완이라니..
요가 매트가 누워있는 그녀에게 속삭였어요.
"고생했어. 충분히 쉬어도 돼. 내일은 또 오니까"
아쉬탕가 철학 세 번째가 바로 아사나(Asana)-몸의 자세입니다.
야마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었고,
니야마는 나의 내면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사나는 몸이라는 집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해."라고 하면 이 아사나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Asana는 산스크리트어 ‘As’(앉다, 머물다)에서 온 말입니다.
본래 의미는 ‘앉음’, 또는 ‘머무는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앉아서 호흡하며 명상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니, 그 그릇을 잘 빚어야 생각으로 아사나들이 늘어나 이제는 수백 가지로 확장되었습니다.
많은 아사나는 견자세, 고양이자세, 소자세, 물고기자세, 낙타자세, 비둘기자세, 나무자세, 연꽃자세 등 자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요가가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야마의 아힘사-비폭력(사랑)이 여기에 있습니다.
『요가수트라』
“Sthira Sukham Asanam.”
(아사나는 단단하고, 편안한 자세다.)
단단함과 편안함은 서로 반대되는 듯하지만, 요가에서는 이 둘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균형이라 말합니다.
힘만 있으면 경직되고, 이완만 있으면 흩어집니다.
단단함은 나를 지탱하는 의지이고, 편안함은 나를 놓아주는 신뢰입니다.
아사나는 이 두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 비로소 ‘몸을 넘어선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가 요가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몸은 땅에 닿아 안정되고,
마음은 고요히 가라앉으며,
영혼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제가 요가철학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너무나 어리석은 행동, 걷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상처받은 영혼이 저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사나를 통해 꾸준히 수련을 하다 보면, 혼란스러운 마음은 잦아들고 내 안에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영혼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트를 펴고 발을 올려서 땅을 제대로 밟고 넓은 세상을 선명한 눈으로 바라보며 균형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그 행위로 우리는 가끔 놀라운 것을 만나기도 합니다.
가끔일지라도 그 가끔이 우리를 변화하게 하는 하지요.
요가동작. 아사나는 사실 하나하나 소개하기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아래 세 가지 또는 이전 챕터에서 제시했던 동작, 이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아사나라도 좋으니 정해 보세요.
1. 산자세 - 두 발을 모으고 서서 앞을 응시하는 거예요.
2. 나무자세 - 한 발을 들어 발바닥을 허벅지 안쪽에 붙이고 합장. 앞을 응시해요.
3. 전굴자세 - 앉아서 다리를 쭉 펴고 붙이세요. 등을 뻗어내며 상체를 숙이고 바닥 또는 발을 잡으세요. (시선은 코끝 또는 눈을 감고 미간응시)
아래 여섯 가지를 체크하며 아사나를 해보세요.
첫째, 힘을 빼고 시작합니다.
둘째, 바닥에 닿은 부분을 밀어내 뿌리를 단단히 하여 기반을 지켜보세요.(내 몸이 고무줄이라 상상하고 끝과 끝을 당겨내 팽팽한 상태를 만들듯이 말이죠)
셋째, 기분 좋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동작을 취하세요.
넷째, 한 점을 수평선을 바라보듯 시선을 가져가 흔들리지 마세요.
다섯째, 그 아사나에 머물러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의식으로 나를 바라보세요. 눈이 아니라 한걸음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는 거죠.
여섯째, 사바사나로 쉬세요. 오늘의 당신에게 수고했다 한마디 건네주세요.
** 사바사나(시체자세) : 누워서 팔과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눈을 감고 호흡하며 온몸에 힘을 풉니다. 나를 움직여 준 몸에게 이 순간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몸은 마치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의식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이완시킵니다.
오른쪽 팔이 편안해집니다.
오른쪽 어깨가 편안해집니다.
왼쪽 어깨가 편안해집니다.
왼쪽 팔이 편안해집니다.
목이 편안해집니다.
등이 편안해집니다.
허리가 편안해집니다.
가슴이 편안해집니다.
배가 편안해집니다.
얼굴이 편안해집니다.
온몸이 편안해집니다.
편안히 숨을 내쉬고 다시 편안히 숨을 마십니다.
코끝으로 싱그러운 공기가 서서히 들어와 생기가 돕니다
코끝으로 천천히 빠져나가는 공기와 작별하며 진공상태를 느껴봅니다
부드러운 숨은 이렇게 매 순간 받아들이고 비워내며 잘 살아낸 나를 토닥입니다.
아쉬탕가는 여덟 가지 철학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세 번째 아사나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야마와 니야마가 마음의 땅을 고르는 과정이었다면, 아사나는 그 위에 몸의 집을 세우는 일입니다.
몸이 고요해지면 마음도 고요해지고, 그 고요는 호흡(프라나야마)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쉬탕가 철학의 네 번째. <프라나야마(Pranayama) - 호흡의 조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미리 질문을 던집니다.
Q. 나는 숨을 어떻게 쉬고 있나요?
한 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쉬탕가 철학의 네 번째 이야기
프라나야마(Pranayama) - 호흡의 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