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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큼의 숨만 더 채워봐요

4. 호흡

by 고요한동산

그녀는 좀 전까지 친구들과 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소란스러움에 자신을 푹 담근 후 만족스럽게 친구들과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앉았습니다.

"하-"

무게를 가진 한숨이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정지된 필름처럼 멈춰있으니 공기가 없는 우주 속을 유영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숨을 뱉고만 있는데 도대체 산소가 어디서 공급되는 걸까?'

이번에는 숨을 끝까지 뱉어내고 그 상태에서 머물러 보았습니다. 숨이 막혀오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크하아합-"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터질 정도로 숨을 들이마시고 컥컥거렸습니다.

'숨을 마시고 있었구나.'

지독한 공허 속에서 자신이 숨을 쉬며 결국은 살아내려고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그녀는 헛헛한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숨을 멈출 자신도, 멈추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왜 이렇게 미세하게 겨우 숨을 쉬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 차가운 공기를 천천히 길게 마셔보았습니다. 폐 속 가득 채워지는 산소가 몸 구석구석으로 닿아 머리로 손끝 발끝으로 채워지기를 바랐지만 명치에서 호흡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음- 작은 소리를 내며 6초를 세며 뱉고 다시 숨을 마셨습니다.

코끝으로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1, 2, 3.

딱 3초만 들이마셨습니다.

아직 자신은 많은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걸까.

그녀는 막아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몇 번 더 의식적으로 숨을 쉬어 보았습니다.

가슴에서 알 수 없는 것이 자신을 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물질을 꿰어 함께 내보내듯 다시 숨을 느리게 내쉬어보았습니다. 1, 2, 3 ,4.

흉곽이 열리고 1초만큼의 숨을 더 채웠습니다.

하하하하.

단순한 게임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그녀는 갑작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진공상태에서 유영하며 살아있음을 겨우 느꼈던 그녀가 호흡을 바라본 후 삶에 대한 열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호흡 때문인지 조금 어지러웠지만, 눈이 선명해졌고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소파에 파묻었던 무겁기만 했던 몸을 일으켰습니다. 요가복을 가방에 넣고 요가매트를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딸랑"

요가정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풍경의 물고기가 온몸을 흔들며 그녀를 반겨주었습니다.

창가 가까이 요가 매트를 펴고 앉았습니다.

고요한 음악 사이로 들리는 옴- 하고 낮게 울리는 명상음이 머리를 울리더니 가슴과 배아래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차크라 초의 잔향 때문인지 무겁던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녀는 수카사나(쉬운 좌법)로 앉아 척추를 곧추세웠습니다.

갑자기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게 천천히 원을 그리듯이 편안하게 숨을 쉬어보았습니다.

끝이 없이 떠오르던 상념은 코끝을 스치는 숨에 이끌려 그녀의 마음을 한 번 휘젓고 빠져나가 어디론가 흩어졌습니다. 마시는 숨에 가슴이 벅차올라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천천히 호흡을 뱉으니 숨이 온몸을 쓰다듬으며 괜찮다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늘 쉬던 숨인데 이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반복되는 행위에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호흡을 하는데 잊고 있던 기억들이 허락도 없이 자꾸만 찾아왔습니다.

"전라도 사람입니까?"

그녀의 느릿느릿한 말투와 행동을 보고 언젠가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아니요. 경상도 사람이에요."


"O형이에요?"

별 탈 없이 누구 하고도 두런두런 잘 지내는 그녀를 보고 혈액형을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A형이에요."


그녀는 밖에서만 맴돌며 상처받는 자신이 싫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지독히도 애를 썼습니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한 후 마지막에 캐릭터까지 갇혀 입은 후 밖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모든 것을 벗고 나면 그녀는 분해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

나를 왜 지우려고만 했는지, 새로운 모습을 꼭 덧씌워야만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끊임없이 생각들이 밀려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흔적을 좇다가, 싫어서 구석에 밀어버리고 없애려고 했던 그녀를 만났습니다.


들어오는 생각들을 지우려고 하지 말고 그냥 둔 채 호흡으로 의식을 옮기세요.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세요.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다시 숨소리의 선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명치에 걸려있던 상처, 자책, 후회와 작은 마음들이 호흡과 함께 맴돌다 떠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호흡은 몸을 순환하고 내 마음까지 찾아오는구나.'

그녀는 숨을 쉰다는 것이 생존의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흡의 변화만으로도 자신이 달라질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는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할 시간에 매트를 펴고 숨을 쉬어야겠다고..




아쉬탕가 철학 네 번째 단계는 프라나야마(Pranayama) - 호흡입니다.

요가에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호흡’이라고 말합니다. 즉, 프라나야마는 숨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입니다.


몸이라는 그릇에 숨이 들어가 우리는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도 숨을 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가끔은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잊고 살아갑니다.


숨을 쉬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숨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숨을 잘 쉬면 더 잘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숨을 쉬고는 있는 건가라는 의문으로 숨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방향을 찾아갑니다.

처음에는 그녀처럼 날숨을 길게 하고 천천히 마시는 비쉬라마 호흡(Vishrama)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 수련을 혼자서 시도하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이렇게 이완을 해주는 호흡을 먼저 해주는 거죠.


들숨은 3초, 날숨은 6초.

억지로 숨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조금 마시고 길게 뱉어보는 겁니다. 굳어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전 시간에 드린 질문은 이것입니다.

Q. 나는 숨을 어떻게 쉬고 있나요?


오늘의 요가는 내 호흡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저 평상시에 내가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지 지켜보세요.

끊어지지 않는지, 마실 때 답답함은 없는지, 계속 한숨만 내쉬는지, 숨의 길이가 짧은지 살펴보세요.

그렇게 바라보고 나서 부드럽게 끝까지 내쉬고 부드럽게 갈비뼈 사방으로 천천히 확장시키면서 숨을 채워보세요.


숨을 마십니다.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부드럽게.


숨이 들어가다 막힌다면 배를 빵빵하게 부풀려보고 등 쪽에도 숨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폐에 숨이 채워지는 것이지만 몸의 근육이 이완되어서 확장되어야 호흡이 편안해집니다.

『요가수트라』
tataḥ kṣīyate prakāśa āvaraṇam
호흡을 다루면 마음을 가리는 장막이 걷힌다.

처음에는 생각을 비우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던 요가 아사나를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사나를 통해 단단하고 유연해진 몸이 만들어지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길고 깊게 이루어집니다. 호흡이 편안해지면 가려져 있던 마음들이 호흡을 따라 사라지는 것도 느껴보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은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나의 내면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숨과 마음과 몸이 하나의 방향으로 간다는 겁니다.


호흡을 바라보고 호흡의 길을 따라가 보는 것.

우리가 시도해 볼 것은 1초만큼의 숨을 더 마셔보고 더 내쉬어보는 겁니다.

어차피 숨을 쉬니까 이왕이면 잘 쉬어보자 라는 마음을 가져보는 거죠.

1초만큼의 숨만 더 채워봐요.



몇 가지 대표적인 호흡법을 소개합니다. 참고만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 단계를 이야기할 때 하나씩 시도해 보겠습니다.


1. 나디 쇼다나(Nadi Shodhana) — 교차 호흡 수행법 / 좌우 균형 호흡

방법: 오른손으로 콧구멍을 번갈아 막으며 좌→우→우→좌 순서로 호흡

효과: 감정 균형, 신경 안정, 좌·우뇌 조화

목적: 마음의 편향을 줄여 프라티야하라 전 단계의 고요함을 형성


2. 우짜이 호흡(Ujjayi) - 승리의 호흡 / 바다 호흡

방법: 목 뒤를 좁혀 조용한 마찰음을 내며 들숨·날숨 유지

효과: 집중력 상승, 체온 유지, 내면으로 주의 집중

목적: 들숨·날숨의 흐름을 일정하게 만들어 마음을 한 점으로 모음


3. 카팔라바티(Kapalabhati) - 정화 호흡 / 앞이 환해지는 호흡

방법: 들숨은 자연스럽게, 날숨은 짧고 강하게 끊어내듯 배를 당겨 내쉼

효과: 정화, 활력, 집중력 향상

목적: 프라티야하라 전에 몸과 머리의 불필요한 찌꺼기 제거


4. 브라마리(Bhramari) - 벌소리 호흡 / 진동 호흡

방법: 들숨 후 ‘음—’의 진동을 길게 내며 날숨

효과: 불안 완화, 신경 진정, 머리·가슴의 진동으로 감각 안정

목적: 감각 과민을 줄이고 내면의 고요한 울림에 집중하도록 돕는 단계


5. 이완 호흡(Vishrama / Relaxed Exhalation) - 긴 날숨 호흡

방법: 들숨보다 날숨을 더 길게 (예: 3초 들숨 / 6초 날숨)

효과: 부교감신경 활성화, 감정 안정, 긴장 해소

목적: 감각의 들썩임을 가라앉혀 프라티야하라 진입 준비


6. 사마 브리띠(Sama Vritti) - 균등 호흡 / 4:4 호흡

방법: 들숨·날숨의 시간을 동일하게 맞춤

효과: 균형감 회복, 생각 정돈, 명상 전 안정

목적: 감각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들어 ‘내면 집중’을 돕는 호흡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셔도 좋아요!

호흡의 시작은 편안함이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야마 세상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고,

니야마나의 내면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입니다.

아사나 몸이라는 집을 단단히 세우고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연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아쉬탕가 다섯 번째 프라티야하라로 가기 위한 단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감각이 외부세계에서 벗어나 내면으로 향하도록 하는 아쉬탕가 철학의 다섯 번째. <프라티야하라(Pratyahara) - 감각의 내면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쉬탕가 철학의 다섯 번째 이야기

프라티야하라(Pratyahara) - 감각의 내면화



*이미지 chat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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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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