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프라티야하라
https://www.youtube.com/watch?v=yIhnHbPRMeA
->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싱잉볼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에는 배에 진동을 일으키더니 점점 온몸으로 퍼져나가 가슴을 울리고 서서히 온몸을 흔듭니다. 머리 좌우에 고여 있던 생각들 위로 작은 돌 하나가 던져지고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파문이 일어납니다. 느리게 흔들리는 주파수, 미세한 움직임을 가지는 소리의 선들이 온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큰 싱잉볼의 낮고 묵직한 소리가 아래쪽에 잠들어 있던 상처받은 꼬마를 깨웁니다.
생일 케이크는 하나,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한 줄로 서서 일곱 개의 초에 피워진 불꽃을 향해 바람을 불 준비를 합니다. '여기서는 입김이 닿지도 않을 텐데' 싶어 멀쭉이 서서 쭈뼛거리고 있자 가족들이 답답한 듯 아이를 바라봅니다. 꼬마는 마지못해 닿지 않을 바람을 후- 하고 불어봅니다.
'저 아이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 아이구나'
작은 것에도 상처를 받는 여린 아이가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기억이 떠나가자 어깨에 힘이 풀리고, 호흡은 완전히 비워집니다.
그녀는 지구 깊은 곳으로 묵직하게 안착합니다.
이제는 작은 싱잉볼의 맑고 높은 소리가 머리를 울립니다.
가라앉던 머리에 소리가 곡선을 그리며 미세하게 지나갑니다.
고등학생인 그녀는 목이 쉬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방송부 탈퇴를 하고 싶다고 선배에게 말을 합니다.
"하-"
선배는 한숨 쉬며 앞에 있던 휴지를 들어 그녀에게 던집니다.
10대의 그녀에게 선배는 무섭기만 합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두려움에 떨며 무리하게 연습했기 때문입니다. 선배가 무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는 이유는 단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하게 자신을 잃지 않고, 맑은 목소리를 유지해 맘껏 방송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지금껏 붙잡고 있었구나.'
어두운 표정에 여드름 난 십 대 소녀가 서서히 흐려집니다.
중간 크기의 싱잉볼 소리가 가슴으로 들어와 서서히 퍼져나갑니다.
가슴에 물이 차오르며 목구멍을 타고 콧잔등까지 올라와 눈으로 넘쳐흐를 것만 같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하고 준비 없이 떠나보냈던 이들이 찾아옵니다.
잔잔하게 고여있던 호수가 요동을 칩니다.
소리는 안개가 되어 정리하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죄스러움, 억울함, 후회, 속상한 마음들을 끌어안습니다.
싱잉볼의 파동에 그 마음들을 실어봅니다.
움직이는 꼬마, 10대 소녀, 다른 그녀들이 소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과거의 감정들과 작별합니다.
감정과 감각은 비워진 채,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을 또다시 바라봅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싱잉볼 소리가 멈춥니다. 소리의 진동이 혈관을 타고 들어와 세포 하나하나를 스치고 빠져나간 것만 같습니다. 떠오른 기억들이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흔들렸던 과거의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바라보았지만 속상하지 않았고, 슬픔이 보였지만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눈을 뜹니다. 선생님이 미소를 띠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게 뭔가요? 감정을 바라보았지만 감정에 휩쓸리지 않았어요."
"프라티야하라(Pratyahara)의 상태라고 해요.
마음이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슬퍼하고, 어떤 것에 대해 불쾌해한다면 그 감정에 갇히게 되지요.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을 마치 타인의 감정인 것처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평온을 찾게 돼요."
프라티야하라.. 그녀는 되뇌어 봅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괜찮습니다.
잠잠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두 팔로 자신을 꼭 안아봅니다.
우리 몸의 70%가 물입니다. 싱잉볼의 진동이 물을 통해 세포와 조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묘한 감각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거죠.
나를 시끄럽게 했던 많은 것들은 이 파동으로 고요해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괴롭게 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싱잉볼의 파동은 감각기관을 외부 자극에서 잠시 떼어놓고 감각을 다시 ‘내부의 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각의 방향이 바깥에서 안으로 향하고, 프라티야하라가 시작됩니다.
외부의 자극에서 벗어나고 나면 오로지 나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습니다. 감각을 내면으로 가져오게 되면 무의식에 있던 감정이 올라오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반응하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상태가 프라티야하라입니다.
『요가수트라』
svā-sva-viṣaya-asaṁprayoge citta-svarūpa-anukāra iva indriyāṇāṁ pratyāhāraḥ
각각의 감각기관이 고유한 대상과의 접촉을 끊고 마음의 본성(의식의 중심)을 따른 상태가 프라티야하라이다.
감각기관은 더 이상 소리, 빛,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알아차리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러고 나서 감정 그 자체를 가만히 바라보는 거죠.
이것이 프라티야하라입니다.
요가에서는 이것을 “대상이 존재하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를 끌어당기지 못하도록 감정과 나 사이에 작은 거리를 둡니다.
나도 모르게 외부에 감각을 빼앗긴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호흡을 편안히 하여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호흡만으로 부족하다면 싱잉볼 소리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싱잉볼의 공명이 프라티야하라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줄거예요.
나를 가리는 외부의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보세요. 그리고 감추려고 했던 자신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거죠. 어느 순간 기억의 감정에서 멀어져 가벼워진 자신을 만나게 될겁니다.
편안히 눈을 감고 호흡하는 일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살아낸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야마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고,
니야마는 나의 내면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입니다.
아사나는 몸이라는 집을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며,
프라나야마(호흡)를 통해 몸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도록 문이 열립니다.
그 위에서 우리는 프라티야하라의 상태로 내면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아쉬탕가 여섯 번째 단계인 다라나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쉬탕가 철학의 여섯 번째. <다라나(Dharana) - 집중>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이 단계는 고요한 내면에 흔들리지 않는 집중의 상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결국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지점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만나는 거겠죠.
주위에 덫을 치우고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정돈하여 하나의 지점에 집중하고 나면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요?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쉬탕가 철학의 여섯 번째 이야기
다라나(Dharana) - 집중
*이미지 Gemin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