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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그대로 있어. 나는 숨을 쉴게

6. 다라나

by 고요한동산

그녀의 어깨에 무거운 피곤이가 올라탔습니다. 몇 번 털어내 보았지만 떨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그냥 잠이나 잘까? 아니야. 요가수련을 가야지.'

퇴근길 내내 두 가지 마음이 계속해서 싸움을 벌였습니다.

집에 도착해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다가, 구석에 말려있는 요가매트를 바라보았습니다. 며칠째 펴지지 못한 요가매트가 애처로워서 그녀는 수련을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피곤이를 그대로 달고 무거운 다리를 끌며 요가정원에 도착해 문을 열었습니다. "딸랑" 물고기 풍경이 흔들리자 수련실에서 선생님이 나와 "어서 오세요"하며 반겨주었습니다.



매트 앞쪽에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서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뿌리를 내려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합장한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늘을 향해 뻗어냈습니다. 팔을 올리니 갑자기 어깨가 경직되며 호흡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매트 위의 놓인 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손끝을 응시하세요. 흔들리지 않도록 시선을 한 곳에 두고 집중합니다.
이것을 드리스티(Drishti)라고 합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고, 허벅지를 단단히 조여 보세요. 숨을 길게 내쉬며 배를 당깁니다. 어깨는 귀에서 멀게 하고, 팔이 뽑힐 듯 쭉 뻗습니다. 들이마시면서 흉곽을 넓혀 가슴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립니다. 숨쉬기가 힘들다면 팔을 살짝 앞쪽으로 가져가도 괜찮아요."


선생님의 잔잔한 음성에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 호흡의 리듬에 맞춰 움직여보려고 했습니다.

숨은 망아지처럼 제멋대로였고, 몸은 머리가 이해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습니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분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바람 이는 바다에서 흔들림을 견디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배를 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가.'

그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을 내쉬며 손을 가슴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 마음을 정돈했습니다. 새로운 공기를 가슴이 터질 듯 채워 넣은 후 멈춰 서서 충만함을 잠시 느껴보았습니다. 내쉬면서 상체를 아래로 깊이 숙였습니다. 손과 발로 바닥을 눌러 땅을 밀어낸 후 폴더처럼 상체와 하체를 만나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웃타나사나(Uttanasana)는 기반을 지키고 척추를 아래방향으로 강력하게 뻗어내야 하는 아사나입니다. 가슴에 숨을 가득 채워 척추를 뻗어내고 내쉬는 숨에 배를 당기며 조금 더 숙여보는 겁니다. 억지로 힘을 주어서 내려가려 하지 말고 호흡에 몸을 맡겨보세요.
마시는 숨에 안정성. 내쉬는 숨에 가동성을 가져보세요"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 생각들이 분주하게 일어났습니다.

'햄스트링이 너무 당기는데?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어. 몸을 어떻게 뻗어내야 하는 거지?'


선생님이 다가와 속삭입니다.

"무릎을 구부려보세요. 그 상태에서 상체를 조금 들어 올려 마시는 숨에 등을 더 폅니다.

펴진 등의 느낌을 기억하면서 아래쪽으로 숙여보세요.

다시 숨을 마셨다가 내쉬면서 무릎을 펴내보세요. 마시는 숨에 상체를 뻗어내기. 내쉬는 숨에 조금 더 내려가요. 경직되는 느낌이 든다면 조금 올라옵니다. 어느 지점이 욕심의 시작인지 알아차려보세요.

많은 생각들이 찾아올 거예요. 그만하고 싶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싶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이런 생각과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호흡에 집중하세요. 하나의 감각에 의식을 두어 소란스러운 마음과 몸을 잠재웁니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녀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소리들, 그만하라고 아우성치는 몸의 감각들을 인정하기로 합니다.

'그래. 너희는 그대로 있어. 나는 숨을 쉴게.'

찾아오는 많은 생각들을 뒤로하고 그녀는 호흡에만 집중을 해보았습니다.

마시는 순간 단단해지고 내쉬는 숨에 유연해지는 자신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태양경배자세를 했습니다.

하나 마시고, 둘 내시고, 셋 마시고....

한 호흡에 한 동작씩 물 흐르듯이.

Surya Namaskara A(태양경배자세)


마시고 위로,

내쉬며 아래로,

마시고 앞쪽으로 뻗고,

손을 짚어 내쉬며 엎드리고,

마시고 상체를 위로 들어 올리고,

내쉬고 엉덩이를 들어 다운독,

호흡 다섯 번,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시고 발을 손사이로,

내쉬며 상체를 숙이고,

마시고 위를 향하고,

내쉬며 제자리로.


한 호흡에 한 동작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서 리듬감이 느껴졌습니다. 휘감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내쉬는 숨과 함께 조금씩 떠나갔습니다. 집중된 감각에 따라 둥근 곡선을 그려내는 호흡을 따라갔습니다. 발바닥은 굳건히 바닥을 밀고 있었고 깊은 호흡에 키가 커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파도는 잔잔해졌고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길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음성에 따라서 호흡을 따라갔습니다.


엄지와 약지를 이용해 교대로 콧구멍을 막아가며 호흡을 했습니다. 마실 때는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고 내쉴 때는 따뜻한 공기가 지나갔습니다. 코를 한쪽씩 막고 숨을 쉬어보니 호흡의 길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나디 소다나(교호호흡)


몸과 호흡이 서로를 도우느라 바빴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찾아왔지만 그녀가 호흡에 집중하자 멀리에서 맴돌다 떠나갔습니다.

그녀의 그릇인 몸과 그녀의 안에서 흐르는 호흡은 온전한 파트너가 되어 그녀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요가원에 오기 전 그녀는 누군가가 툭 던진 말로 마음 한 구석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할지 알 수 없어 내버려 두었더니 상처는 덧나고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수련을 하는 동안에도 혼란스러움, 불신, 의심, 불편한 감각들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그럴 때면 코끝에 의식을 가져가 숨의 온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러자 밀려오는 파도에도 돛의 방향을 잡고 굳건하게 서있는 자신이 보였습니다. 외부에서 온 감각이 아닌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찾아낸 내면의 감각이었습니다. 상념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불필요한 것은 흩어지고 필요한 에너지는 하나로 모이는 이 느낌이 좋았습니다.


'혼란스러운 나를 만나는 것이 두려워.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내 주위를 맴돌아도 원하는 하나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어. 그들이 있다 해도 나는 이제 괜찮아'


그녀는 '내일도 요가원에 와야지'하고 다짐합니다. 분명 내일도 오기 전에 집에 누워 뒹굴고 싶은 마음과 티격태격하겠지만.



감정은 늘 복잡합니다. 다양한 상황에 휘말려 영향을 받고, 요란한 감각에 사로잡히기도 하며, 별것 아닌 생각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요가는 혼란스러워하는 자신을 그저 담담히 바라보게 합니다. 그녀가 찾고 있던 고요는 어쩌면 작은 요가매트 위에, 이미 놓여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그녀는 나디 소다나를 통해 다라나(집중)의 상태를 경험하였습니다. 다양한 감각과 감정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찾아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요가수트라』
deśa-bandhaś cittasya dhāraṇā

의식을 한 곳(대상)에 묶어 두는 것이 다라나다.


프라티야하라가 한 걸음 물러나 감각을 바라보았다면 다라나는 오로지 하나의 대상에 머물러 집중에 보는 과정입니다.

다라나의 본질은 단일 대상에 마음을 묶는 것입니다.

이 대상은 몸 안의 에너지 센터(차크라), 명상의 만트라, 혹은 요가 자세의 드리스티(시선), 코끝의 호흡 감각물리적이거나 추상적인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를 옆에 두고도 하나의 감정 또는 감각에 집중하는 겁니다. 억지로 지우개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집중을 통해서 그저 점처럼 멀어지는 거죠.

요가는 마음의 파도를 멈추는 것입니다. 가라앉거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수련을 합니다.


야마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고,
니야마는 나의 내면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입니다.

아사나는 몸이라는 집을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며,
프라나야마(호흡)는 몸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프라티야하라상태를 통해 내면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다라나의 단계에서 비로소 집중의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여섯 가지 단계를 거쳐 불필요한 감각들을 떠나보내고 나면 어느덧 잔잔한 호수의 상태에 놓이게 될 겁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평화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지점은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이겠지요.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원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다음 시간에 만나게 될 아쉬탕가 철학은 일곱 번째. <디야나(Dhyana) - 명상 : 노력 없는 흐름>입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쉬탕가 철학의 일곱 번째 이야기

디야나(Dhyana) - 명상 : 노력 없는 흐름



참고 1


나디 소다나(교호호흡)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흡에 집중해 내면이 하나로 모이는 것을 경험하죠. 한 번 따라 해 보시길 바랍니다.

>> 아래를 참고해서 수행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처음이라면 5회 정도. 가능하다면 10회)


나디 소다나오른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콧구멍을 교대로 막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나디(Nadi)는 통로 또는 흐름을 의미해요. 우리 몸에는 72,000개의 미세한 에너지 통로가 펴져있어요. 이러한 에너지의 길을 정화해 주는 호흡법을 나디 소다나라고 해요.


엄지는 오른쪽 콧구멍을, 약지는 외쪽 콧구멍을 막을 때 사용될 겁니다.


왼쪽 콧구멍은 달 에너지인 음의 기운(이다 나디)이 지나가는 에너지 통로이고, 오른쪽 콧구멍은 태양 에너지인 양의 기운(핑갈라 나디)이 지나라는 통로입니다. 안정과 활력. 서로 다른 에너지는 이 호흡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 서서히 정화됩니다. 이 두 에너지가 균형을 이룰 때 중앙 통로인 수슘나 나디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깊은 집중을 이루며 명상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뒤로하고 이제는 호흡에 집중해 봅니다.


1. 척추를 곧게 펴고 어깨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수카사나(Sukhasana) 또는 편안한 좌법으로 앉습니다.

2. 눈을 부드럽게 감거나 코끝을 응시합니다.

3. 오른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접어 손바닥 안쪽(또는 미간)에 가볍게 붙입니다.

4.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콧구멍을, 약지손가락은 왼쪽 콧구멍을 막을 준비를 합니다.

5. 우선 양쪽 콧구멍을 열고 숨을 완전히 내쉽니다.


들숨: 오른쪽 콧구멍엄지로 막고 왼쪽으로 길게 들이마십니다. (푸라카)

왼쪽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느껴보세요. 하나. 둘. 셋. 넷


멈춤: 약지로 왼쪽을 막아 양쪽을 모두 닫고 숨을 잠시 멈춥니다. (안타라 쿰바카)

멈춘 상태에서 고요함을 느껴보세요. 하나. 둘. 셋. 넷


날숨: 엄지를 떼어 오른쪽으로 길게 내쉽니다. (레차카)

내쉬는 숨의 따뜻함을 느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들숨: 왼쪽을 약지로 막은 채 오른쪽으로 길게 들이마십니다. (푸라카)

하나. 둘. 셋. 넷


멈춤: 엄지로 오른쪽을 막아 양쪽을 모두 닫고 숨을 잠시 멈춥니다. (안타라 쿰바카)

하나. 둘. 셋. 넷


날숨: 약지를 떼어 왼쪽으로 길게 내쉽니다. (레차카)


**멈춤과 날숨의 길이는 서서히 6초, 8초로 늘려봅니다.


<요 약>

마시고 4초(왼쪽 콧구멍). 멈추고 4초. 내쉬고 4초(오른쪽 콧구멍).

마시고 4초(오른쪽 콧구멍). 멈추고 4초. 내쉬고 4초(왼쪽 콧구멍).



참고 2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니 "현루" 작가님께서 싱잉볼 명상 실행법에 대해 글을 연재하고 있었어요.

21일 동안 실천하는 싱잉볼 5분 명상입니다.

명상의 시간은 준비·마무리 2분과 싱잉볼 소리 3분으로 짧지만 충분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루" 작가님의 명상 수행을 따라 하시면 참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주의) 바른 자세와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니 프롤로그부터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yunru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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