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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Nov 11. 2024

지금 여기에 깨어 있다는 것

나는 깨어 있다 vs. 깨어 있지 않다

당신은 계속 현존하는 상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한 것 같지만, 내가 정말 그것을 체험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요?

현존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존에 대해 생각할 수 없으며, 마음으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존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존하는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작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눈을 감고 자신에게 말하십시오. ‘다음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 후 주의력을 집중하고, 다음에 올 생각을 기다리십시오. 쥐구멍을 지켜보는 고양이처럼, 그곳에서 어떤 생각이 나오는지 지켜보십시오. 지금 해보십시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5장 지금 여기에 깨어 있다는 것의 첫 문단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다음에 올 생각을 제대로 기다리지도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머리로 계속 내가 현존하고 있나? 그다음에 책 내용은 무엇일까? 오늘 글은 무엇에 대해 쓰지?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이번 주말 동안 저는 폐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저 누워 있거나 TV를 보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함에 어떤 것을 결정하지도 어떤 행동을 취하지도 못한 채 시간을 계속 보내기만 했습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나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 스토리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나이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요일 밤이 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무엇을 쓰던 상황이 바뀔 같지 않은데 이게 뭐 하는 건지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글을 읽게 되는 분들에게도 무기력이 옮을까, 시간을 빼앗게 될까 걱정이 앞서네요. 그러면서도 글을 지우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지금 시각 11:54 PM. 저는 지금 여기에 깨어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지며 바깥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는 걸 빼고는 제 시간은 멈춰있는 듯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다른 대원들은 새로운 행성 탐사를 나갔을 때 홀로 우주선에 남아 23년을 보냈던 로밀리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깨어 있다는 것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일 뿐, 톨레가 말하는 '현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도 엄청난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종이 차이뿐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기 시작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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