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마츠시게와 성시경의 <미친 맛집>
한입이라는 건 단순히 음식을 먹는 동작 같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습관과 미학, 그리고 문화의 리듬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조용히 베어 물고, 누군가는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넣는다. 그 작은 차이가 식탁의 공기를 바꾸고, 때로는 서로 다른 세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미식가 친구의 맛집, 줄여서 <미친 맛집>을 보면 본업인 가수만큼 미식 유튜버로 정평이 난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일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그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음식을 먹을 때, 마츠시게는 크기에 상관없이 음식을 나눠 베어 먹고, 성시경은 대부분 한입에 다 넣어버린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게 아니라, 한입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마츠시게는 자신이 호스트로 일본 맛집을 소개할 때도 음식이 나오면 간단히 설명하고 바로 먹는다. 성시경은 마츠시게가 맛을 본 뒤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야 젓가락을 든다. 반대로 게스트일 때도 마츠시게는 빨리 맛보고 싶어 집중하고, 성시경은 먹은 뒤 맛과 질감을 설명하고 비유하느라 바빠진다. 한쪽은 ‘음미’의 리듬이고, 다른 한쪽은 ‘공유’의 리듬이다.
이 차이는 술잔을 주고받을 때도 드러난다. 상대의 잔을 빈 채 두지도, 스스로 내 잔을 채우지도 않는 한국의 주도 문화에 익숙한 성시경과 각자의 잔을 알아서 채우는 게 자연스러운 마츠시게. 성시경이 그 차이를 설명하자 마츠시게는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성시경의 잔이 비면 먼저 채워주었고, 성시경은 마츠시게가 놓칠 때마다 잔을 들어 보였다. 또 그럴 때마다 마츠시게는 툴툴거리며 잔을 채웠다. 잔을 따르고 받는 그 짧은 순간들이 두 사람의 간격을 천천히 좁혀주었다.
야키니쿠 집에서는 또 다른 리듬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고기가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고 각자 자기 몫을 굽고 챙긴다. 한국의 고깃집은 다르다. 큰 고기를 먼저 올려 굽다가, 한 명이 나서서 먹기 좋게 자른다. 누군가는 “내가 구워야지” 하며 총대를 메고, 누군가는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린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성시경에게 작은 집게를 들고 자기 고기를 구워 먹는 마츠시게의 모습은 낯설었다. ‘이 고기는 내가 구웠으니 내 것’이라는 개념이 한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츠시게에게는 고기를 굽지 않고 기다리는 성시경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의 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괜찮았다. 한입의 리듬은 달랐지만, 이해는 웃음으로 완성됐다.
식탁 위에서 서로 다른 리듬을 인지하고 존중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관계의 가장 단순한 배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조용히 음미하며, 누군가는 그 맛을 나누며 먹는다. 한입의 크기와 속도는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나누는 순간마다 우리는 각자의 문화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차이 속에서 조금 더 부드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문득, 서로의 한입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