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치레하며 보낸 마지막 주말
둘째를 낳고 출산휴가도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의 언니와 신랑의 사촌누나, 그리고 누나의 아이들이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잠시 육지로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결혼 후 가끔 그녀의 언니, 그러니까 이모님 집에 가기도 하고 그 식구들이 시댁으로 오기도 하며 지냈었다.
이모님, 사촌언니분, 그리고 초등학생 3명까지 총 5명의 식구가 우리 집으로 온다는 소식이었다.
이유는 그녀가 우리 집에서 보내면 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혼 초 집들이에 인천에 살고 있던 이모님네 식구들이 오셨을 때도 그녀가 먼저 자고 가라며 자기 집인 양 얘기했었다. 일곱식구가 왔는데 좁은 신혼집에서 자고 가라며 재촉을 했었다. 이모님은 신혼인데 어떻게 자고 가냐고 했는데 그녀의 말은
" 맨날 둘이 붙어 있을 텐데 괜찮아 자고 가 "
라며 신혼에 둘이만 매일 있는 게 질투 나는 냥 얘기 했다. 이모님네 식구들은 대리를 불러 돌아갔지만 그녀는 남아서 자고 돌아갔다.
결혼 전이던 아주버님이 우리 집에서 자는 것도 자기가 먼저 자고 가라며 나에게 아주버님 밥상을 차리라고 하더니 출산휴가의 마지막 주에도 나의 의견과 상관없이 이모님네를 우리 집으로 오라고 얘기한 그녀이다.
집에는 이제 100일 되는 아이와 23개월 아이가 있고 24평이지만 방이 2개인 대신 거실이 넓은 우리 집에 다섯 식구가 자고 간다는 것이다. 아 아니지!! 어디든 빠지지 않는 그녀까지 여섯 식구가 온다는 것이다.
24평 이 작은 집에 10명이 모이는 것이다. 난 멘붕이 왔다. 먹을 반찬부터 초등학생 아이들 간식까지 생각해야 했다.
결혼 초라 반찬도 잘 못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그녀는 또 반찬을 사 먹는 것도 싫어해서 다 만들어야 했다. 오신다는 주말 일주일 전부터 난 마트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고 아이들 간식도 만들어 주려고 이것저것 장을 봤다.
이렇게 준비해서 주말에 온 식구가 왔다. 밥상을 차려 대식구가 밥을 먹고 점심때는 근처 식당으로 가서 또 점심을 먹었다. 집에 다시 돌아와서는 아이들 간식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남들 눈을 엄청 따지는 사람이다. 아이들도 말 잘 듣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특히 자기의 손주들이 자기 말을 아주 잘 들어야 한다. 이제 23개월 첫째가 좀 떼를 쓰니 다른 초등학생 조카들 앞에서 아이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한테 혼을 내는 것이다.
누군가가 있을 때는 평소보다 더 남도 아닌 손주들에게 엄하게 했다. 이제 23개월인데...
방으로 데리고 가기 전부터 23개월 아이는 그녀에게 몇 번 주의를 받게 되었다.
" 안돼! 언니들 있는데 그러면 안돼! "
" 할머니말 안 들을 거야?"
내 기억에 그날 우리 아이만 계속 혼났던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23개월이었다.
그리고 저녁을 또 차려 먹고 이모님이 뜬금없이 나한테 물어봤다.
" 친정엄마가 잘해주니?"
" 네? 저희 엄마요? 저는 엄마랑은 잘 지내는데요?"
난 그 물음표에서 어떤 뜻인지 읽을 수 있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어려서부터 공부며 학교며 직장이며 다 알아서 했던 나는 결혼 준비에서도 엄마의 도움 없이 알아서 하게 되었다. 그게 나에게는 당연했다. 신혼살림부터 이불까지 내가 다 마음에 드는 걸로 구매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말이 나왔다. 그녀의 언니, 이모님은 딸 시집보낼 때 이불 다 해서 보냈다며 원래 친정엄마가 이불 해주는 거라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그녀를 통해 듣게 되었다. 그 일로 나의 친정엄마는 딸 결혼도 신경 안 쓰는 무관심 엄마가 되어 버렸다.
그녀도 아들 결혼은 처음이라 아마도 이모님한테 결혼에 대해 물어본 듯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원래 이불 해주는 거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전에 결혼날짜도 미신을 안 믿는 친정에서 그래도 손없는 날로 날짜를 정했더니 철학관 가서 날짜를 안 받았다고 말이 나왔었다. 날짜는 여자 쪽에서 잡는걸로 아는데 우리가 잡은 날짜가 점쟁이한테 물어보지 않아 마음에 안드는것이다.
결국 난 그 이후로는 결혼 이야기도 안꺼내고 결혼에 안달 내지 않았다. 그리고 몇달 후 그녀와 아들이 직접 철학관에 가서 날짜를 잡아 왔었다. 나에게 아무말도 없이 자기들끼리 말이다. 그리고는 5월과 10월을 받아왔는데 10월은 너무 먼거 같아 5월이 낫지 않냐고 했다.
하지만 그게 또 결혼 후에도 항상 얘기가 나왔었다. 여자 쪽에서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날짜도 그녀가 잡았다며 친정이 할 일을 안해서 자기가 한것 마냥 떠들어댔다. 이모님한테도 얘기 했을 것이다.
아마도 친정 엄마에 대해 그녀가 이모님한테 무심한 사람이다, 결혼에 신경을 안 쓰는 거 같다고 얘기한 듯했다.
그래서 이모님이 나에게 그렇게 물었던 게 아닌가 싶다.
엄마가 친엄마 맞냐는 생각으로....
그렇게 주말을 시끄럽게 보내고 그녀와 그녀의 친척들이 떠났다. 난 이제 첫 출근이네....
출근에 대한 걱정도 해 볼 시간도 없이 주말이 가버렸고 23개월 첫째는 별일 아닌 일에도 하루 종일 혼이 났다. 하...... 힘들다.
먼 훗날 그녀는 이모님 하고도 멀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이모님이 연락을 끊었는데 그걸 또 이모님 딸인 조카한테 전화해 너희 엄마가 잘못한 거 아니냐며 따진 것이다. 화가 난 이모님 딸도 한마디 한 것으로 아는데 그 이후 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는 잘해줬는데 언니가 어느 날부터 연락을 끊었다며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떤 딸이 자기 엄마가 잘못했다며 따지는 이모가 좋을까? 그 소식을 들었다면 이모님도 좋았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그녀다.
주위의 모든 사람과 한 번씩은 싸움이 나거나 관계가 끊어지는 그녀이지만 항상 그들이 가만히 있는 자기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나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