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위험한데 왜 거기에 사냐'라고 묻는다면 그래도 내가 사는 도시인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떠날 수 있겠냐고 되물을 것이다. 위험해도 미국의 다른 지역들 보다는 안전한 편이고, 대중교통이 그지 같아도 대중교통이 있다는 거 자체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고, 물가가 비싸도 대도시답게 아끼려면 충분히 아낄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모든 도시들은 장단점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땐 우리 동네만 벗어나면 인생이 다 속 시원하게 뻥 뚫린 고속도로 처럼 될 줄 알았고, 토론토에 와서 살다 보니 이 도시가 그지 같아졌고, 밴쿠버에 가서 살아보니 차라리 토론토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는 '어디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다시 돌아간 한국, 그렇게도 살아보고 싶었던 서울에서 살면서 서울 시민이 되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본가(경기남부)와 멀어서 손에 꼽을 만큼만 가 봤던 홍대, 신촌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고, 막차 걱정 없이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었다.
팬데믹 3년 이후 다시 돌아온 토론토는 그전보다 더 나쁘게 변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공격적으로 변한 홈리스들과 마약에 절어 있는 인간쓰레기들 (이들을 나쁘게 표현함에 기분 나쁜 분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이들이 언젠가 재활용이 되길 바랍니다.) 말도 안 되게 올라버린 물가와 월세. 외국인은커녕 현지 캐나다 애들도 일을 구할 수가 없는 구직시장.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최악의 대중교통.
안 좋은 게 너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 재밌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최소 내년 말까지 살 것이다.
그렇게 위험하다고 떠들어놓고 그래도 이곳에 살겠다니...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테러가 일어났던 도시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게 아닌 것처럼, 나 역시 꿋꿋하게 이곳에서 살다가 내가 원할 때 스스로 떠날 것이다.
추신 : 토론토 외곽으로 나가면 적어도 홈리스들은 없다. 여전히 미친놈들은 있다. 얼마 전 공항에서도 미친놈을 봤다. 분명 마약을 했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거나 둘 다 일 것이다. 최근에 뉴펀들랜드라는 캐나다 동쪽 끝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상한 사람은커녕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였다. 오죽하면 차도에 신호가 없을 정도였다. 자연과 함께 조용하게 사는 게 좋다면 캐나다에는 그런 곳이 참 많다. 하지만 나는 죽어도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뜨도녀(뜨거운 도시 여자)이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곳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