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30대 중반에 박사를 시작한다는 것
30대 중반에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미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봤고,
일과 가정, 여러 역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이도 둘이다.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실 석사를 두 번 한 지난 10년간 계속 받아왔던 것 같기도.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 시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왜 공부하는지 알고 시작한다 (이거 생각보다 중요)
20대의 공부는 때로 “해야 하니까 하는 공부”인 경우가 많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고, 주어진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에 집중한다.
하지만 30대의 공부는 다르다.
이미 여러 선택을 해보고,
돌아도 보고,
고민해본 끝에 결정한 길이기 때문에 공부의 이유가 분명하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지치거나 흔들릴 때에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삶과 연결되는 공부
이 시기의 공부는 이론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현장을 경험했고, 사람을 만나봤고, 실제 문제를 고민해본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배운 내용이 자연스럽게 현실과 연결된다.
그래서 암기는 확실히 너무 어렵지만...(어릴 때에도 암기 잘 못함..)
어떤 면에서 이해는 더 빠르고, 깊이는 더 깊어진다.
공부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의 확장’처럼 느껴진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
30대가 되면 시간의 가치에 대해 훨씬 민감해진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공부.
이건 오히려 20대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다.
솔직히 말하면 집중도가 더 좋은 것 같다.
미혼들은 시간이 많지만... 나 같은 애 엄마는 빡세게 집중해야하기 때문..
나만의 관점이 생긴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박사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의 양이 아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가 더 중요하다.
30대 중반에는 이미
살아온 경험, 직업적 배경, 그리고 나름의 기준이 쌓여 있다.
그래서 남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건 시간이 만들어주는 힘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를 하다 보면 불안과 비교, 좌절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그 감정을 다루는 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흔들릴 수는 있어도 무너지지는 않는다.
긴 시간 이어지는 박사 과정에서 이 안정감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간
20대의 공부가 기초를 쌓는 과정이었다면,
30대의 공부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박사 과정은 남은 삶을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나 역시 깊은 고민 끝에,
다양한 석사 경험 끝에,
인류의 유산을 탐구하기로 한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괜히 고생만하고 돈도 안되는 일이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솔직히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공부가 있다.
남은 인생을 인류의 유산에 바치고 싶다는..
어찌보면 가장 나다운 이유로 공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