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넌 성격이 더러워서 사회생활 잘 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성격이 더러운 것은 인정하지만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얘기하곤 한다. 너말고 누가 그러냐고 물으면 평소 백과사전에서 찾았던 사람들 이름을 쭉 읊기 시작한다. 버나드 쇼, 뉴턴, 아인슈타인, 비발디, 토스카니니, 폴 고갱 등 한 성격했던 위인들 이름이 쉴새없이 나온다. 그러면 열에 아홉 지인들은 '너는 그들이 아니잖아. 그들은 천재니까.'라는 답변을 한다.
이 답변을 들을 때마다 두 가지 의문이 생각난다. 첫째, 나쁜 성격이 문제라면 왜 천재는 성격이 나쁘면 개성이고 범인은 죄인인가. 능력 여부에 따라서 유죄가 무죄가 되는 건 아닐텐데. 둘째, 백번 양보해서 천재는 성격이 나빠도 된다고 하면 그들은 스스로 '난 천재니까 나빠도 돼'라고 생각했을까. 이순신 장군이 '나는 천재니까 원균을 욕해도 괜찮아'라고 하진 않았을 거다. 뉴턴이 '나는 천재니까 라이프니츠를 모함해도 괜찮아'라고 하진 않았을거다. 그들은 그냥 욕했다. 천재로서, 위인으로서라는 자격이 아닌 인간 이순신으로서, 인간 뉴턴으로서 그냥 욕한거다. 그들은 스스로 위인이라 생각도 안했고, 천재라고 생각도 안했다. 설령 천재라고 생각했어도 '난 천재니까 남을 욕해도 돼'라는 논리는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
위인이라는 칭송도 '위인은 성격이 나빠도 돼'라는 생각도 전부 제3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제3자들에겐 천재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성격의 흠은 눈감을 수 있지만 범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눈감아줄 수 없다는 논리이다. 감정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감정논리. 천재를 위하기보단 범인을 위축시키는 정죄의 어법. 그래서 나는 '너의 나쁜 성격이 문제다'라고 하는 의견은 인정하지만 '넌 천재가 아니니까 성격이 나쁘면 안돼'라는 말은 흘려듣는다. 말이 안되니까. 무엇보다 천재 당사자들이 그렇지 않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