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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Line Jul 22. 2023

무슨 수술을 이렇게 많이 해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사고 첫 날, 뇌출혈과 개방성 골절을 위한 수술을 잘 이겨냈다. 사고 당시에 왼쪽 옆구리를 차의 범퍼에 부딪혀 신장과 부신, 그리고 비장의 파열이 보인다고 했다. 출혈이 있지 않아 항생제를 쓰며 지켜본다고 한다. 두 차례 추가적인 수술을 받았다. 사고 후, 일주일이 되던 날 주치의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에서 전화를 먼저한다는건 깨어났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콩팥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장(콩팥)이 사고 당시에 많이 다치기도 했었지만, 살아나는 징조가 보이지 않아 CT를 찍어야하는데 신장이 버텨줄지 걱정된다는 전화였다. 하루만 더 지켜보고 자가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뇌 CT를 찍어보고 뇌사판정을 내릴지 결정한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어머니는 담담하게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하자고 한다. 사고 당일 다리를 잘라내야한다는 말을 듣고, 다리를 살려 나온 의사 선생님이라 그랬을까? 사고 당일 수술실 앞에서 다리 절단 수술동의서에 서명하고 나서 어머니가 한 말 때문일까?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면 신장이 무슨 소용이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다시 전화가 왔다. 최대한 기다려보겠지만, CT를 찍고나서 신장이 버티지 못하면 한 쪽 신장을 잘라낸다고 동의해달라 한다. 그때도 어머니는 담담히 전화로 동의를 해주었다.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면 죽은거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시며 늘 담담히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다음날 새벽, 자가호흡이 돌아왔다고 조금만 더 지켜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기쁜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난지 8일만에 '죽지는 않았다'고 확인받은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 마침내, 살아있다는 확인 도장을 받은 느낌이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어느 도장을 받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하고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미어졌다. 깨어나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문제들과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뇌출혈과 관련한 수술 및 시술외에도 참 많은 수술을 했다. 모든 증중환자라면 거쳐가는 기본적인 수술들이다.


1. 기관절개술(Tracheostomy)

  다행히 자가 호흡이 돌아왔지만 산소포화도가 낮은 편이고 호흡이 균일하지 않아 자가 호흡이 돌아온 오후 바로 목관(T-tube) 삽입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직접 산소호흡기를 연결하니, 산소포화도도 99~100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방광창냄술(Cystostomy)

  중환자실에서 2주 정도 됐을까? 요도에 직접 카테터를 넣어 소변이 나오도록 연결하는게 반복되니 요도염이 생겨 염증 수치가 높아졌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환자를 지켜봐야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방광에 관을 직접 연결하는 방광루 수술을 얘기하신다. (치골상부 방광루설치술, Suprapubic Cystostomy)

장기적으로 늘 신경 써야하는게 감염이었다. 염증 수치를 낮추는게 중요하니 어떤 시술이든 염증 수치를 관리하기 편한 시술이라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도에 폴리카테터(Foley Catheter)를 연결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니 요도염이 조금 괜찮아 졌다.


3. 내시경적 경피 위루술(PEG, 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 - 9월 일반병실에서 수술

  식물인간 상태여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 코부터 위까지 관을 직접 연결해서 콧줄로 음식을 투여했었다. 생존 가능성이 길어지니 위루술을 해야한다고 얘기하셨다.

워낙 가래가 많은 환자라서 그런지, 코(기관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 폐렴도 걱정된다 하셨다.



  18일의 긴 중환자실 싸움에서 이겨내고 준중환자실(일반병실이지만, 중환자 케어를 위한 병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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