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와 같은 자원 의존형 국가들과는 세수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연방 예산에서 석유 관련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적으로도, 현재로서도 매우 낮은 수준(보통 1% 내외)을 유지해 왔다.
미국 연방 예산에서 석유 수입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정리해 보자.
1. 연방 예산 내 비중: 의외로 미미한 수준
미국 연방 정부의 수입은 대부분 개인소득세(약 50%)와 사회보장세(약 30%), 법인세(약 10%)에서 나온다.
석유 산업이 기여하는 부분은 주로 기타 수입이나 법인세의 일부로 분류되며, 전체 예산에서의 비중은 다음과 같다.
연방 정부 전체 수입 중 석유 및 가스 로열티(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0.2% ~ 0.5% 수준이다.
역사적 정점 : 1980년대 초반 횡재세(Windfall Profit Tax)가 시행되었을 때 잠시 비중이 높아진 적이 있으나, 이 시기에도 전체 예산의 수 퍼센트(3~5% 미만)를 넘기기 어려웠다.
2. 석유 세수의 주요 구성 항목
미국 정부가 석유를 통해 돈을 버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① 로열티 및 임대료 (Royalties & Rents)
연방 소유의 땅이나 해상(연안)에서 석유를 캘 때 기업들이 내는 일종의 자릿세이다.
육상 로열티 : 1920년 광물임대법(Mineral Leasing Act) 이후 약 100년간 12.5%로 유지되다가,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서 16.67%로 인상되었다.
연간 수입 : 유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연간 100억 ~ 150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 연방 예산 규모가 5~6조 달러임을 감안하면 매우 작다.)
② 석유 기업 법인세 (Corporate Income Tax)
엑손모빌이나 셰브론 같은 거대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다.
이 수치는 일반 법인세에 포함되어 집계되는데, 석유 가격이 폭등하는 해에는 법인세 수입이 늘어나지만, 감가상각이나 시추 비용 공제 혜택이 많아 실제 정부가 가져가는 순수입 비중은 타 산업 대비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
③ 유류세 (Gasoline Excise Tax)
우리가 주유소에서 내는 세금이다.
이는 연방 일반 예산으로 가기보다는 연방 고속도로 신탁기금(Highway Trust Fund)으로 바로 들어가 도로 보수 등에 쓰인다.
즉, 정부의 일반적인 운영 자금으로 쓰이는 비중은 거의 없다.
3. 역사적 특이점: 횡재세 (Windfall Profit Tax, 1980~1988)
미국 역사상 석유 세수가 예산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시기는 1980년이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폭등하자, 지미 카터 행정부는 석유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 횡재세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 몇 년간 수백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창출하며 연방 수입에 기여했으나, 1980년대 중반 유가가 다시 하락하자 세수가 급감했고 결국 1988년에 폐지되었다.
4. 왜 미국은 석유 비중이 낮을까?
미국의 GDP는 IT, 금융, 서비스, 제조 등 워낙 거대하고 다양해서 석유 산업이 아무리 커도 전체 예산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사유지 채굴 : 사우디 등은 모든 석유가 국가 소유지만, 미국은 개인 땅에서 나오는 석유의 로열티는 땅 주인이 가져간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만 걷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미국 연방 예산에서 석유가 직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 운영에 결정적이지 않은 수준(1% 미만)이다.
미국에 석유는 세수 확보의 수단이라기보다, 에너지 안보와 물가 안정(인플레이션 억제)을 위한 전략적 자원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미국 연방 예산에서 석유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 세계 석유 이권과 지정학적 흐름에 그토록 예민하게 개입하는 이유는 세수 확보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본질적인 국가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기둥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달러 패권의 유지: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가 바로 석유이다.
1970년대 사우디와의 협정 이후, 전 세계 석유 거래의 약 80% 이상이 달러로 이루어진다.
석유가 필요한 모든 국가는 달러를 보유해야만 하며, 이는 달러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한다.
산유국들은 석유를 팔아 번 달러(페트로달러)를 다시 미국의 국채나 자산에 재투자한다.
이는 미국이 막대한 재정 적자 속에서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경제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기초 체력이 된다.
만약 특정 국가가 석유 결제 통화를 유로나 위안화로 바꾸려 한다면, 이는 미국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 패권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2. 실물 경제의 아킬레스건: 인플레이션 관리
미국 예산에서 석유 세수 비중은 낮지만, 미국 소비 경제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국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광활한 영토 특성상 물류와 이동의 90% 이상을 석유(휘발유)에 의존한다.
유가상승은 즉각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 표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주유소 기름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재선을 보장받기 어렵다.
유가는 모든 공장 제품의 생산비와 운송비에 녹아 있다.
유가 불안정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가장 큰 변수이다.
3. 에너지 안보와 동맹 제어권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고자 한다.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
미국이 중동 등 주요 석유 공급로(호르무즈 해협 등)를 군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동맹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동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러시아나 이란처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적대국들을 제재할 때, 유가를 조절하거나 수출길을 막는 것은 가장 강력한 외교적 무기(Energy Sanctions)가 된다.
4. 셰일 산업의 보호 (적정 유가 유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유가가 너무 높아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아서도 안 되는 입장이다.
미국의 셰일 오일은 전통적인 중동 석유보다 채굴 비용이 비싸다.
유가가 일정 수준(보통 배럴당 40~50달러) 이하로 폭락하면 미국 내 수많은 셰일 기업들이 파산하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내 셰일 산업이 무너지면 다시 해외 석유 의존도가 높아지므로,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수급에 개입하여 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 노력한다.
요약하자면 미국에 석유는 팔아서 돈을 버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혈액을 통제하여 패권을 유지하는 도구에 가깝다.
예산 비중이 낮다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 석유 수입에 목맬 필요가 없을 만큼 경제가 탄탄하다는 증거이며, 그렇기에 더욱 객관적이고 압도적인 힘으로 글로벌 석유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와중에도 여전히 원유 이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러한 달러와 지정학적 통제권이 아직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