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린든 B. 존슨(LBJ) 대통령이 추진한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는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사회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빈곤 퇴치와 인권 신장을 목표로 하며 미국의 재정 지출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1. 배경 : 풍요 속의 빈곤
1960년대 초반 미국은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렸으나, 그 이면에는 소외된 빈곤층과 인종 차별 문제가 심각했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취임한 존슨 대통령은 빈곤과의 전쟁(War on Poverty)을 선포하며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
2. 위대한 사회의 주요 내용빈곤 퇴치 및 고용 정책
경제기회법(Economic Opportunity Act) :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잡 코어(Job Corps)와 지역사회 복지 사업을 추진했다.
푸드 스탬프 : 저소득층의 식료품 구매를 지원하는 제도를 상설화했다.
메디케어(Medicare) :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 제도이다.
메디케이드(Medicaid) :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지원 제도이다.
이 두 제도는 현재까지도 미국 연방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들이다.
초중등교육법(ESEA) : 연방 정부가 최초로 공립학교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여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 했다.
민권법(Civil Rights Act) 및 투표권법 : 인종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여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사회적 지위를 격상시켰다.
3. 재정 지출과 경제적 영향재정 지출의 급증
위대한 사회 정책은 정부 지출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었다.
사회 복지 예산 증가 : 1960년 약 $240억이었던 사회 복지 지출은 1968년 $720억으로 3배가량 폭증했다.
GDP 대비 비중 : 정부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특히 국방비 중심에서 복지비 중심으로 예산의 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총과 버터(Guns and Butter)의 딜레마
존슨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베트남 전쟁(총)과 위대한 사회(버터)를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이다.
재정 적자 심화 : 전쟁 비용과 복지 비용이 한꺼번에 투입되면서 연방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플레이션의 씨앗 :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재정 지출은 1970년대 미국의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경제적 배경이 되었다.
4. 역사적 평가
긍정적 측면은 빈곤율이 하락 (1963년 22.2%에서 1970년 12.6%로 급감) 했다는 것이다.
인권이 신장되어 소수 인종의 투표권 및 교육권이 보장되었고 의료 및 교육 지원을 통한 삶의 질이 향상되어 중산층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부정적 측면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었고 지속적인 적자 재정이 구조 고착화되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계층이 양산되어 복지 의존성이 높아졌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70년대 경제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위대한 사회는 현대 미국 복지 제도의 근간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을 국가에 지우게 된 양날의 검과 같은 정책이었다.
뉴딜 정책과 위대한 사회는 각각 미국 자본주의의 체질과 연방 정부의 지출 구조를 결정지으며, 오늘날의 경제 지표에도 강력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CPI, 금리) 관리에는 위대한 사회의 유산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에는 뉴딜의 유산이 더 깊이 박혀 있다.
1. 현재 지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 위대한 사회 (1960년대)
오늘날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CPI)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도, 재정 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핵심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직성 복지 지출 (The Entitlements) : 위대한 사회 때 도입된 메디케어(노인 의료)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는 현재 미국 연방 예산의 약 25% 이상을 차지한다.
재정 적자와 금리의 상관관계 : 물가를 잡으려면 정부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긴축), 이 복지 예산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줄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정부는 계속 돈을 빌려야 하고(국채 발행), 이는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만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CPI와 의료비 : CPI 구성 항목 중 의료 서비스 비중은 상당히 높다.
위대한 사회로 인해 공적 의료 보장이 확대된 구조 속에서 의료 물가 상승은 전체 CPI를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
2. 경제 시스템의 방어막 : 뉴딜 (1930년대)
뉴딜의 유산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지표가 파멸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판역할을 한다.
금융 안정성 (FDIC) :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처럼 은행이 흔들려도 뱅크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뉴딜 때 만들어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덕분이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현재의 금리 인상기마다 금융 시스템은 붕괴했을 것이다.
사회 안전망 (Social Security) : 소비 지표가 급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경기 침체가 와도 고령층의 최소한의 연금이 보장되므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표가 대공황처럼 곤두박질치는 것을 방어한다.
3. 어떤 유산이 더 강력한가?
뉴딜 정책은 시스템의 하방 경직성을 만들어 줘 폭락을 방지하지만 금융 규제가 완화될 때마다 위기가 반복된다.
위대한 사회는 재정 지출의 상방 압력으로 만성적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3.4%대의 높은 CPI 예상치와 3.75%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하면서도 파산하지 않는 이유는 뉴딜이 만든 튼튼한 배의 구조 덕분이지만, 동시에 배가 무거워져서 속도(금리 인하)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위대한 사회 이후 비대해진 화물(복지 지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