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선업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자.

by Grandmer


미국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용 조선업에서는 전 세계 점유율이 1%도 되지 않을 만큼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image.png

여기에는 역사적 보호무역주의의 역설과 경제 구조의 변화라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존스 법(Jones Act)의 역설이다.

image.png

1920년에 제정된 존스 법은 미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었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다.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미국인 선원이 탑승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경쟁자가 없다 보니 미국 조선소들은 혁신이나 원가 절감에 소홀해졌다.


결과적으로 미국산 선박 건조 비용은 한국이나 중국보다 3~5배가량 비싸졌고, 선주들은 미국 배를 사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는 레이건 정부의 보조금 중단이다. (1980년대)


과거 미국도 조선업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자유 시장 경제를 표방하며 이를 전격 중단했다.


반면 한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산업을 키웠다.


보조금 없이 높은 인건비를 감당해야 했던 미국 상업 조선소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완전히 밀려 줄도산하거나 방위산업(군함)으로만 연명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높은 인건비와 숙련공 부족에 기인한다.


미국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하이테크 산업(IT, 금융)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빠르게 전환되었다.


조선업은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젊은 인재들이 기피하게 되었다.


숙련공이 줄어드니 공기가 늦어지고, 공기가 늦어지니 비용이 더 발생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었다.


최종적으로 미국의 제조업은 군함 중심의 기형적 구조로 고착화된 것이다.

image.png

미국 조선소들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국가가 사주는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잠수함 같은 고부가가치 군함 제작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군함은 보안과 특수 성능이 중요하지, 상업적 효율성은 뒷전이다.


이로 인해 대량 생산 체계가 무너졌고 일반 상선을 만드는 감각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대중국 견제와 자국 내 함정 유지보수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한화오션, HD현대 등)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 부지를 한국 기업이 활용하거나, 한국의 선진 공정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력으로 조선업을 재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의 기술력을 빌리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에너지 안보까지 맞물리면서 미국의 조선업 산업은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조선업 전략은 에너지 패권(셰일 가스)과 국가 안보(조선업 재건)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통합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제조 비용 문제로 포기했던 조선업을 셰일 가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해 다시 불러들이는 전략이다.

그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셰일 가스를 실어 나를 국산 배 만들기 (에너지 안보)

image.png

미국은 세계 최대의 셰일 가스(LNG) 생산국이지만, 이를 운반하는 배는 대부분 한국이나 중국에서 만든 외국 선박이다.


2026년 발표된 미국 해양 행동 계획(MAP)은 이 구조를 바꾸려 합니다.


셰일 가스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산 가스를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Jones Act 선박)으로 운송하는 비중을 늘리려 한다.


이를 통해 가스 수출 수익이 해외 조선소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셰일 가스 수출 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에서 LNG 운반선을 발주할 경우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해양 번영 지구(MPZ)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 K-조선 기술을 이식하는 브릿지 전략 (Bridge Strategy)


미국은 스스로 배를 만들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미국 본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image.png

한화그룹은 2024년 말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여, 2025~2026년에 걸쳐 한국의 스마트 야드 시스템과 LNG 건조 기술을 이식했다.


현재 이 조선소는 미국 해상 운송용 LNG 운반선을 직접 건조하기 시작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노후화된 조선소에 피지컬 AI와 자동화 로봇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는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제조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3. 존스 법(Jones Act)의 전략적 유연화


전통적으로 미국 조선업을 가로막았던 존스 법이 최근에는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유연하게 운용되고 있다.


26년 초 발생한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 가스와 석유를 미국 항구 간에 신속히 나를 수 있도록 외국적 선박에 대한 존스 법 적용을 60일간 유예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무조건 미국산 배만 써야 한다는 고집 대신, 한국 등 우방국이 미국 내에서 만든 배를 적극 장려하는 방향으로 법적 해석이 넓어지고 있다.


이 전략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미국은 셰일 가스를 파는 에너지 국가임과 동시에, 그 가스를 담는 선박까지 직접 통제하는 해양 강국으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조선업의 설계자이자 파트너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IMEC (IMEEC)가 가지고 올 새로운 경제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