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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재 May 02. 2019

할머니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이거 쉬운 게 아니더구나!

ⓒ 이찬재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이름도 창의적인 한국의 일곱 소년이 노래와 춤으로 세계적이고도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입장권을 사려고 며칠 전부터 길에서 밤샘하고, 환호하고, 따라 부르는 걸 보며 1960년대 비틀스가 생각났다. 그때와 다른 건 ‘아미’라는 팬 모임이 사랑으로 방탄소년단을 극진히 보호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방탄 보이의 <DNA> 춤을 배워본다. 잘 될 리가 없겠지. 그래도 알뚤 넌, “천천히 따라 하세요” 하는구나.



ⓒ 이찬재

쉬운 게 아니더라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무대를 향해 일제히 스마트폰을 높이 든다. 그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 ‘저렇게 사진을 찍으면 음악은 언제 듣지?’

그 옛날엔 스마트폰이 없었다. 무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 몇몇 소녀들이 기절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도 이런 현상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제 196회 브라질 독립기념일 파티에 갔다가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무대로 향했단다. 삼바 리듬이 날 이끌었어. 이 사람 저 사람 많은 사람이 몰려와 찍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도 사진을 찍었어. 그렇게 만든 게 무언지, 하여튼 난 찍고 또 찍었다. 자리로 돌아와 찍은 사진들을 보니 모두 엉망이었어. 이거 쉬운 게 아니더구나!



ⓒ 이찬재

할머니는 아직도


세 살 반짜리 아로가 학교에 들어갔다. 일주일 동안은 문 앞에서 엄마를 부둥켜안고 통곡하더니 셋째 주부터는 웃으면서 간다고. 역시 우리 아로, 축하한다. 서울에서 암벽도 타고 흔들다리도 건너며 휴가를 맘껏 즐겼으니, 이제 학교 생활도 즐길 수 있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이른 나이에 학교에 가다니…….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할머니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 이찬재

도전은 어렵지만


어느 날 알란이 할아버지에게 아이패드에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더라. 그 모습을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봤어. “아, 그래? 배워볼래?” 

난 조마조마했었다. 할아버지가 한동안 아이패드를 열어보지도 않은 걸 알고 있었거든. 생각이 나지 않아 쩔쩔매면 어쩌지? 다행히 할아버지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잘 가르쳐주더라. 오히려 따라가느라 알란이 더 애쓰고 있었지. 사실 노인들에겐 도전이 어려워. 자꾸 잊어버리거든. 언젠가 할아버지가 생각이 안 나 애쓰게 되면 그때는 알란, 네가 할아버지를 가르쳐드릴 수 있겠지!



ⓒ 이찬재

바라만 보았어


전시회 첫날, 길고 가는 지팡이를 조심조심 두드리며 한 남자가 우리 전시장에 왔다. 도우미가 옆에서 같이 걸어 들어왔다. ‘전시회 그림을 보러 온 건 아니겠지?’

상식적인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었어. 그들이 그림 앞에 서더구나.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여 그들을 보기 시작했다. 도우미는 그림 앞에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하나하나 읽어준다. 뭐라 뭐라 몇 마디 하고는 옆으로 발을 옮긴다. 두 사람 모두 아주 편안한 표정이다. 

가까이 가서 듣고 싶었지만 방해될까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보았지. 그분의 가슴에 그림들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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